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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의 기초연금 먹튀:
보편적 기초연금 도입하라

박근혜 정부는 지난 11월 25일 기초연금법안을 국회로 보냈다.

이미 알려진 것처럼, 이 기초연금법안은 대선 당시 공약으로 제시한 것보다 한참 후퇴한 것이다.

“뻥이요” 당선용 공약을 거둬들이고 시장 논리로 무장한 박근혜식 복지는 노동자들의 미래를 더욱 불안하게 만든다. ⓒ이미진

‘모든 노인에게 20만 원씩’ 주겠다던 것을 소득 하위 70퍼센트에만 주고 그것도 국민연금을 받으면 조금씩 깎겠다는 것이다. 공무원연금 등 각종 연금 수급자는 아예 기초연금 수급 자격을 박탈해 버렸다. 부부가 함께 받는 경우 각각 20퍼센트씩 삭감하고, 소득과 연금을 합해 하위 70퍼센트를 벗어나면 그만큼을 또 삭감하도록 법에 명시했다.

‘소비자 물가 인상률’을 기준으로 삼은 탓에 기초연금의 실제 가치는 갈수록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또, 연간 10조 원가량 되는 기초연금 재정에서 최대 60퍼센트를 지자체에 떠넘길 수 있도록 해, 무상보육처럼 지급 중단 위기가 발생할 수 있다.

지금 시행 중인 기초노령연금은 10만 원가량인데 2028년까지는 전체 노인의 70퍼센트에게 20만 원으로 인상 지급하고, 그것도 해마다 평균임금 인상분을 반영해 그 가치를 유지하도록 돼 있다. 이에 비춰 보면, 새로 만든 기초연금법은 오히려 후퇴한 측면이 크다.

공약 ‘먹튀’의 표면적인 이유는 재정 문제 때문이다. 원래 공약대로 하려면 지금보다 10조 원이나 더 필요한데 이 돈을 마련할 길이 없다는 것이다. 세계경제 위기로 인한 수출 둔화 때문에 세수가 줄었고, 지난 8월에 노동자들에게서 세금을 더 거두려다 실패했다.

유일한 대안은 수백조 원을 쌓아 두고 있는 기업주·부자 들에게 증세하는 것인데, 박근혜 정부는 그럴 생각이 없다.

그러나 이처럼 저소득층 일부에게만, 그것도 쥐꼬리만 한 연금을 주는 것이 단지 재정 부족 때문만은 아니다. 박근혜의 신자유주의적 복지는 노인 빈곤 완화보다는, 복지에서도 시장 논리를 강화하는 데 강조점이 있다.

이번에 상정된 기초연금법에는 “기초연금의 지급에 따라 … 근로의욕 및 저축유인이 저하되지 아니하도록” 해야 한다는 구절이 명시돼 있다. 노인들조차 연금 하나만 믿고 살 수는 없도록 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나마 20만 원이라도 받으면 다행이지만 그러려면 자신이 얼마나 가난한지 스스로 입증해야 하고 정부의 각종 조사에서 수모를 견뎌야 한다.

민주당도 이런 논리를 일부 수용한다. 민주당이 집권한 2000년대에도 노인 복지 지출 규모는 늘었지만 이런 신자유주의적 복지는 양극화를 완화하지 못했다. 그 결과 노인 빈곤율과 자살률이 OECD 최고 자리에서 내려오지 않았다.

이번에도 민주당은 벌써 주춤거리며 후퇴하고 있다. 민주당은 70퍼센트에게 20만 원씩 주는 것으로 타협하려 한다. 물론 이렇게 하면 일부 저소득층 노인들의 경우 10만 원가량 받던 연금이 20만 원으로 인상되기는 한다.

그러나 이런 타협은 박근혜의 기초연금 먹튀에 면죄부를 주는 결과를 낳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앞으로 기초연금을 개선하는 데 큰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무엇보다 박근혜는 이런 안을 내놓았던 측근인 진영과 보건복지부 장관직을 놓고 충돌을 벌였을 정도로 단호하다. 그리고 최근 문형표를 임명한 것에서 보여 주듯 물러설 생각이 없다.

따라서 노동자들은 민주당의 약속이 아니라 자신들의 힘을 믿고 싸워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