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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실 날치기’ 이사회 결정은 무효다!

이 글은 12월 11일 노동자연대다함께가 발행한 리플릿에 실린 글입니다.

철도공사 이사회가 수서발KTX 법인 출자를 강행 처리한 10일 오전 서울 용산구 코레일 서울사옥 앞에서 철도 노동자들이 이를 규탄하고 철도민영화에 반대하고 있다. ⓒ이미진
10일 오전 서울 용산구 코레일 사옥 앞에서 철도공사 이사회에 항의하는 노동자들을 경찰이 강압적으로 끌어내고 있다. ⓒ이미진

10일 철도공사 이사회가 수서발KTX 법인 출자를 강행 처리했다. 철도공사 이사진은 경찰병력 25개 중대의 철통 엄호 속에 이사회 장소를 봉쇄하고 예정보다 시간을 당겨 기습·밀실·날치기로 안건을 의결한 뒤 뒷문으로 빠져나갔다.

따라서 노조가 주장하듯, 이번 이사회 결정은 원천 무효다.

“오늘은 공공철도 국치일이다!”, “최연혜가 허준영보다 더 하다!” 이른 아침부터 이사회 저지를 위해 집결한 노동자들은 분노를 터뜨렸다. 그리고 “우리의 투쟁은 여기서 끝이 아니라, 지금부터가 진짜 승부다!” 하고 투지를 다졌다.

공사 사장 최연혜는 이사회 직후 기자회견을 열어 ‘민영화도 아닌데 노조가 억지를 부리고 있다’며 노동자들의 분노에 기름을 부었다. “수서발KTX 법인은 민영화 논란에 종지부를 찍고, 코레일의 계열사로 출범”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 폭로된 철도공사 내부 자료를 보면, “민간 매각을 원천 차단하는 것은 불가능”하고, 이사회의 결정은 “업무상 배임죄 우려”가 있다고 돼 있다. 그런데도 정부와 공사 측은 뻔뻔스럽게 진실을 감추고 거짓말로 사기를 치고 있는 것이다.

한편, 박근혜 정부와 최연혜는 파업 참가자들을 직위 해제하는 등 초강경 탄압을 자행하고 있다. ‘근로조건과 관계없는 민영화 반대 파업은 불법’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KT 사례에서 보듯, 민영화는 필연적으로 노동자들을 대규모 구조조정하고 노동조건을 악화시킨다.

백보 양보해서, 설사 민영화가 아니라 ‘경쟁 체제 도입’이라 해도 이는 철도공사 내부 구조조정 압력을 더 키워 노동조건을 악화시킬 것이다. 서울지하철과 도시철도의 사례가 이를 입증한다.

노동조건을 방어하는 것은 노동조합 본연의 임무다. 따라서 정부의 ‘불법’ 비난은 전혀 정당성이 없다. 게다가 한 노동자의 말처럼, 부정 선거 규탄을 받고 있는 “박근혜가 불법을 말할 자격이나 있는가?”

비록 10일 이사회에서 수서발KTX 법인 출자가 결정됐지만, 상황이 끝난 것은 결코 아니다. 결국 수서발KTX 법인 설립을 막지 못했다고 실망해 투쟁을 중단할 필요가 없다. 앞으로 이사회 결정을 철회시키거나 무력화할 수 있는 길이 아예 막힌 것은 아니다.

투쟁은 계속된다

철도공사 측은 이제 출자 결의를 바탕으로 회사를 하나 만들어야 하고, 정부는 이 회사에 면허권을 발급해야 한다. 법인 설립 완료를 위해 갖춰야 할 절차가 남아 있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가 이번 파업을 단호하게 유지·확대해 나간다면, 이사회 결정을 철회시키거나, 후속 절차들의 추진을 막아 이사회 결정을 무력화할 수 있다.

그동안 노동자 운동은 기왕 통과된 악법을 일부 철회시키거나 무력화시킨 경험이 있다. 일례로 1996년 12월 26일 김영삼과 여당이 개악 노동법과 안기부법을 날치기 통과시켰을 때도, 노동자들은 악법 철회 대중 파업을 벌여 개악된 내용을 부분적으로 철회시키고 노동법을 재개정했다. 당시 민주노총 권영길 집행부가 1월 중순 이후 “수요파업”으로 전환하며 파업의 “수위를 조절”하지 않았다면 더 큰 성과를 거둘 수 있었을 것이다.

‘수서발KTX 법인 출자가 결정됐으니 일단 파업을 멈추고 차후를 도모하자’는 식으로 지금 적당히 물러선다면, 정부와 공사 측은 철도 분할 민영화를 계속 밀어붙일 것이다.

특히, 철도 분할 민영화에 걸림돌이 될 수 있는 노동자들의 사기를 떨어뜨리기 위해 더 거세게 탄압할 것이다.

얻은 것 없이 복귀한다면 ‘어차피 파업해도 징계만 받고 이길 수 없다’는 사기저하가 퍼질 수 있다. 게다가 이 투쟁의 중요성으로 봤을 때, 전체 노동운동에도 안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따라서 더 단호하게 파업의 수위를 높여 더 강력한 저항을 해야 한다. 지금 박근혜 정부의 초강수에 대한 반대 여론이 확대되고 있다. 이런 지지 속에서 단호하게 투쟁해 나간다면 저들을 물러서게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