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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기관 정상화 대책:
임금 삭감, 요금 인상, 민영화에 나선 박근혜 정부

“파티는 끝났다”며 공공기관 노동자들의 단체협상을 비난해 온 박근혜 정부가 ‘비정상을 정상화’한다며 12월 11일 ‘공공기관 정상화 대책’을 발표했다.

한국토지주택(LH)공사, 한국수자원공사, 한국철도공사, 한국도로공사, 한국전력공사처럼 부채가 급등한 공공기관 12곳을 집중 관리해, 현재 2백20퍼센트인 공공기관 부채 비율을 2017년까지 2백 퍼센트 수준으로 낮추겠다는 것이다.

또, 공공기관 2백95곳의 단체협약을 모두 조사하고 ‘복리후생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공공기관 노동자들에 대한 복지 삭감과 임금 동결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신임 공공기관장의 40퍼센트를 친박 인사로 임명한 박근혜 정부가 공공기관 ‘방만 경영’의 책임을 노동자들에게 돌리고 임금과 단협을 공격하는 것은 적반하장이다.

‘정상화 대책’을 발표하는 날에도 뻔뻔하게 새누리당 전 의원 김학송을 한국도로공사 사장에 취임시켰고, 김성회를 한국지역난방공사 사장에 내정했다. 김학송은 대선 때 박근혜 캠프의 유세지원단장을 맡은 대표적인 친박 인사이고, 김성회는 지난 10월 30일 경기도 화성갑 재보선에서 서청원에게 후보를 양보한 자다.

정작 노동자들은 공공기관 부채에 아무런 책임이 없다.

수자원공사가 4대강 사업 때문에 빚더미에 올랐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얘기다. 석유공사를 비롯한 에너지 공기업들은 이명박 정부의 해외 자원개발 사업을 도맡아 하다 빚더미에 앉았다. 또, LH공사는 공공주택 정책으로, 한국전력공사도 원가보다 싸게 기업들에 전기를 공급하다 부채를 키웠다.

공공기관 2백95곳 중 12곳에 전체 공공기관 부채(4백93조 원)의 83.6퍼센트(4백12조 원)가 집중돼 있는데, 이처럼 몇몇 공공기관만 부채가 많다는 사실도 공공기관 노동자들의 임금‍·‍복지와 부채 사이에는 아무 관련이 없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또, 공공기관 12곳의 부채 중 이자를 내야 하는 금융 부채는 3백5조 원으로, 연간 이자만 8조 원이다. 하루에 2백14억 원, 한 달로 계산하면 6천억 원이 넘는 돈을 순전히 이자 갚는 데 써야 하는 것이다. 이는 월급이 5백만 원인 노동자 12만 명의 임금에 해당한다.

그런데 공공기관 12곳의 노동자 수는 비정규직까지 모두 합쳐도 9만 명밖에 안 된다. 공공기관 12곳의 노동자들이 임금을 1년간 한 푼도 안 받아도 이자조차 갚기 힘든 것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박근혜 정부가 공공기관 노동자들을 쥐어짜는 데 나선 것은 경제 위기의 책임을 노동자들에게 전가하려는 의도 때문이다. 박근혜 정부는 공공부문 노동자들의 임금과 복리후생을 공격하고, 이를 명분으로 민간부문 노동자들의 임금‍·‍노동조건까지 공격하려는 것이다.

요금 인상과 민영화

게다가 박근혜 정부는 공공기관의 부채를 빌미로 공공요금을 끌어올려, 경제 위기의 대가를 평범한 사람들에게 전가하려고 한다.

한국도로공사는 경차 할인, 출퇴근 할인 등 고속도로 통행료 감면을 줄이고 서울 외곽순환고속도로 무료구간을 유료로 전환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한국전력공사는 전기요금을 매년 인상해 원가 수준으로 올린다는 계획을 내놨고, 수자원공사는 상수도 요금을 매년 2.5퍼센트 올리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정부도 공공요금 인상을 밀어붙일 태세다. 기획재정부 공공정책 국장 최광해는 “가격 인상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공공기관 정상화 대책’은 민영화를 확대하는 정책이기도 하다. 박근혜 정부가 “민영화를 지양”한다고 거듭 밝히고 있지만 말이다.

‘정상화 대책’은 “민간과 경합되는 기능은 축소 또는 민간위탁”을 추진한다고 밝혔을 뿐 아니라, 공공기관의 “자산매각을 활성화”한다며 “자산매각 손실에 대해서는 불이익을 면제”하겠다고 한다. 공공기관의 자산 매각과 민간위탁을 적극 추진하고, 헐값 매각도 용인하겠다는 것이다.

실제로 한국전력공사는 최근 한전기술의 지분을 팔았는데, 2011년 주당 8만 6천1백 원보다 훨씬 낮은 주당 5만 5천6백 원에 팔았다. 앞으로는 이런 헐값 매각과 이를 통한 민영화가 훨씬 더 자주 벌어질 수 있다.

따라서 박근혜 정부의 임금 삭감, 요금 인상, 민영화에 맞서 공공기관 노동자들이 투쟁에 나서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공공기관 정상화 대책’이 발표된 12월 11일에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소속 노동조합뿐 아니라 상급단체가 없는 공공기관 노동조합 대표자들까지 모여 ‘전국 공공기관 노동조합 대표자 대회’를 열고, 공공기관 구조조정에 함께 맞서 싸우기로 했다.

그러나 2014년 3월에 공공기관 노동자들의 대규모 결의대회를 개최한다는 것을 제외하면 특별한 계획이 없는 것은 아쉬운 점이다. 지난 11월 28일에는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의 공공기관 노동조합들이 모인 ‘양대노총 공공부문노동조합 공동대책위’가 집회를 잡았다가 기획재정부 장관 현오석과의 면담이 잡히자 집회를 취소하기도 했다.

특히, 현오석이 양대노총 공대위와의 면담에서 “공공부문 노동자들이 거리에 나가도 어쩔 수 없다”고 하고, 이번 ‘정상화 대책’에서도 “방만 경영을 적극적으로 개선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면책”하겠다며 노동자들이 파업을 하더라도 강하게 밀어붙이라고 주문한 것에 견주면 노동조합들의 대응은 부족해 보인다.

이 때문에 ‘전국 공공기관 노동조합 대표자 대회’에서도 “지금 철도 등이 파업 중인데, 좀더 빨리 행동 계획을 내놔야 한다”, “공공부문 간부 집회는 왜 취소했나? 빨리빨리 행동 지침을 내놔야 한다”는 몇몇 대표자들의 정당한 지적이 있었다.

강성 우파 정부인 박근혜 정부가 경제 위기 책임 전가에 적극 나서기 시작한 지금, 공공기관 노동조합들도 파업을 포함한 투쟁 준비를 구체적으로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