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13일 박근혜 정부는 의료 민영화 정책 등을 담은 ‘제4차 투자활성화 대책’을 발표했다. 철도 민영화 반대 파업이 5일째 이어지고 이에 대한 지지 여론도 확산되던 때 오히려 민영화 정책을 강경하게 밀어붙이겠다고 선포해 노동자들의 기를 꺾으려 한 것이다.

제4차 투자활성화 대책에 담긴 의료 민영화 정책은 크게 두 가지다.

영리 ‘자회사’ 허용

하나는 현재 영리행위가 금지돼 있는 의료법인이 영리 자회사를 만들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현행 의료법에 따르면, 의료법인은 병원에서 벌어들인 수익을 오로지 병원에만 재투자하도록 돼 있다.

물론 실제로는 대부분의 병원이 영리행위를 한다. 그럼에도 의료법인의 이익을 병원 외 사업에 재투자하지 못하게 하고 배당 등을 못하게 규제하는 법 때문에 자본가들은 의료 시장이 충분히 커지지 못하고 있다고 불평해 왔다. 투자자들이 투자하고 이익을 배당받을 ‘자유’를 달라는 것이었다. 

김영삼 정부 이래로 신자유주의 정책을 추진한 역대 정부들은 이 규제를 풀어 자본가들이 병원업에 투자하도록, 즉 병원에서 이윤을 챙겨갈 수 있도록 하는 정책을 추진해 왔다.

그러나 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의료 민영화라고 부르는 이 정책은 번번이 저항에 부딪혀 좌절됐다. 특히 2008년 촛불운동을 겪으며 의료 민영화는 꼭 막아야 할 정책 1순위로 규정됐다. 그래서 2008년 이후 이명박 정부는 시행령 개정 등 법 자체를 고치지 않는 범위에서만 몰래 의료 민영화 정책을 추진할 수 있었다.

이번에 발표한 박근혜의 의료 민영화 정책도 국회에서 법을 개정하는 절차를 피하면서, 병원의 영리추구를 가능하게 하려는 꼼수로 보인다.

이렇게 만든 의료법인 자회사의 사업 분야는 “바이오 등 연구개발 성과물 응용, 의료기기 등 구매, 의료기관 임대, 숙박업, 여행업, 외국인 환자 유치업, 의약품 개발, 화장품·건강보조식품·건강식품·의료용구 개발·임대·판매, 의료기기 개발, 온천·목욕장업, 체육시설, 서점 등” 끝도 없다.

이렇게 되면 거꾸로 병원이 자회사의 사업분야 중 하나로 전락할 것이다. 자회사가 다른 투자자들에게 이익을 배당하려면 일정한 수익을 내야 하고, 자회사에서 건물, 기기, 약품 등을 구입하거나 빌려 쓰는 병원은 똑같은 수익성을 요구받을 것이다. 정부가 아무리 아니라고 우겨도 의료 민영화 정책이라고 부를 수밖에 없는 까닭이다.

병원 사이의 인수·합병 허용

다른 하나는 의료기관의 인수·합병을 허용하는 것이다. 지금은 병원이 경영난으로 문을 닫을 경우 남은 자산을 국가가 환수하도록 돼 있다. 병원이 운영되는 동안 세금, 보험 등 정부 재정이 투입됐기 때문이다. 간단히 말해, ‘먹튀’를 막기 위한 조처다.

그런데 의료기관이 서로 인수·합병할 수 있도록 하면 이런 파렴치한 짓이 벌어질 수 있다. 또,  “인수합병 시 제일 먼저 발생할 수 있는 건 구조조정이다. 외국에서 비영리병원을 영리병원으로 바꿀 때 2년 안에 가장 많이 일어나는 일이 경력 있는 간호인력을 자르는 것이다.”(우석균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실장) 영리 자회사 설립과 결합되면 “자회사를 지주회사로 삼아서 네트워크형 [영리병원]도 가능할 것”이다. 

제4차 투자활성화 대책에는 교육 민영화라 부를 만한 정책들도 포함됐다.

국내 학교법인이 외국 학교법인과 합작으로 국제학교를 설립할 수 있고 운영에도 참가할 수 있게 된다. 등록금 등 “운영상 자율권을 확대”하고 “잉여금의 배당을 허용”한다. 이미 삼성, 현대, 수자원공사, 하나은행 등이 학교법인을 운영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는 당장 기업형 학교를 만들 수 있게 하는 것이다.

게다가 민간 자본이 학교 부지 등을 임대할 수 있도록 해 직접 투자도 허용하는 셈이다. 

등록금 비용 문제 때문에 십중팔구 이런 학교는 귀족 학교가 될 것이다. 학교 운영진은 투자자들과 기업주들의 입김에서 자유롭기 어렵고 영훈중학교처럼 입학, 시험 등에서 부패와 부정이 만연하기 쉽다. 제주 국제학교처럼 고액 영어캠프 등을 개최해 사교육비 상승에도 톡톡히 한몫할 것이다. 

보건의료노조, 전교조, 무상의료운동본부 등은 즉각 반대 입장을 발표했다. 내년에 본격 추진될 의료·교육 민영화를 저지하려면 지금부터 준비해야 한다.

공공의료 강화가 대안이다

지금 벌어지는 철도 민영화 반대 투쟁의 결과는 의료·교육 민영화 반대 투쟁에도 큰 영향을 끼칠 것이다. 따라서 이 투쟁에 대한 연대와 지원을 해야 한다.

한편, 12월 15일 의사협회는 ‘원격의료 반대, 의료 민영화 반대’를 주장하며 여의도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었다.

의사협회는 정부의 의료 민영화 정책이 대형병원만 키우고 동네병원을 고사시킬 것이라고 우려해 정부 정책에 반대하고 있다. 물론 이런 일은 벌어질 수도 있고 실제로 일부 노동자들의 일자리나 노동조건에 악영향을 줄 수도 있다.

그러나 의사협회는 동시에 공공의료를 ‘관치의료’라고 깎아내리며 반대한다. 건강보험료를 인상해 수가를 인상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건강보험 당연지정제를 폐지하라고도 요구한다. 이런 요구들은 노동자들의 이익에 정면으로 반하는 것이다.

따라서 ‘적의 적은 친구’라는 잘못된 논리를 받아들여 의사협회와 동맹을 맺으려 하다가는 노동자들 사이에 분열을 낳을 우려가 있다.

보건의료노조 등 노동자 단체들은 모든 노동자들을 단결시킬 수 있는 요구들, 즉 ‘의료 민영화 반대, 공공의료 강화, 노동자 보험료 인상 반대’ 등을 중심으로 의사협회와 독립적으로 싸워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