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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주 부담은 덜고 노동조건 공격하는 대책

정부가 발표한 제4차 투자활성화 대책의 문제는 비단 교육과 의료 민영화에 그치지 않는다. 투자활성화 대책의 핵심 분야의 하나로 선정된 고용부문 대책은 기업주들의 부담은 덜고,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은 공격하는 방안들을 포함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임금피크제 확대와 55세 이상 노동자 파견제 전면 확대다.

이것은 ‘정년연장법’의 효과를 무력화시킨다. 불안한 노후 때문에 노동자들은 몇 년이라도 더 안정된 직장에 다니기를 원한다. 올해 제정된 ‘정년연장법’(고령자 고용촉진법)은 이런 노동자들의 요구를 반영한 것이었다.

임금피크제 전면 확대

그런데 정부는 임금피크제 지원을 확대하고, 파견제 규제를 없애서 기업주들이 평생 일한 노동자들을 폐물 취급하며 싼값으로 부려먹을 수 있게 하려고 한다. 이 조처가 시행되면 노동자들은 더 일하는 대신 임금을 삭감당하거나 파견직 같은 저질 일자리를 강요당할 것이다.

정부와 보수 언론은 “아버지가 딸의 일자리를 뺏는다”며 고령 노동자들과 청년 노동자들을 이간질해 왔다. 그러나 청년 실업은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하지 않는 정부와 기업들 탓이지 결코 고령 노동자의 책임이 아니다. 고령 노동자들의 임금을 낮추거나 저질 일자리로 내몬다고 해서 청년들의 처지가 나아지는 것이 아니다.

복지가 워낙 꾀죄죄한 탓에 노동자들은 개인의 노후뿐 아니라 자녀들의 양육, 학비, 결혼 비용 등을 모두 스스로 감당해야 한다. 박근혜 정부는 용돈도 안 되는 20만 원짜리 노령연금(기초연금) 공약도 거둬들이고, 청년들에게는 시간제 저질 일자리나 강요하면서 ‘딸이 아버지의 노후도 책임져라’ 하는 것이다.

정부가 노리는 것은 단지 고령 노동자들만이 아니다.

임금피크제는 노동자 임금을 공격하는 정부와 기업주들의 많은 논리 중 하나일 뿐이다. 나이가 많아 능률이 떨어지니 임금을 삭감해야 한다면, 나이가 어려 미숙하니 임금을 삭감해야 한다는 논리도 성립할 수 있다.

저들이 요구하는 것은 기업의 부담을 줄이고 노동자들이 그 대가를 치르라는 것이다. 따라서 임금피크제 같은 임금 삭감 정책이 활개를 치게 놔둬서는 안 된다.

파견제 전면 허용

파견제 전면 허용 문제도 마찬가지다. 파견 노동은 기업주들에게는 노동자들을 직접 고용하는 책임을 면하게 해주면서, 노동자들에게는 원청과 파견업체로부터 이중의 착취를 강요하기 때문에 노동자들에게 현저히 불리한 고용 방식이다. 때문에 정부조차 파견 노동을 32개 업종으로 제한하는 최소한의 규제 장치를 만들어 놨다.

그런데 그동안 기업주들은 줄기차게 파견법을 뜯어고쳐 파견 노동을 전면 허용하라고 요구해 왔다. 현대차, 삼성전자서비스 등이 보여 주듯 기업주들이 법조차도 지키지 않아 이미 불법파견이 만연한데도 최소한의 규제조차도 거추장스럽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번 조처는 “기본적으로 55세 이상 고령노동자를 중간착취 파견노동자로 전면화하면서 이후 고령노동자뿐만 아니라 전체 노동자에게도 파견을 전면 허용하는 출발점”(민주노총)이 될 수 있다. 조직된 노동자들이 정부의 조처에 함께 맞서 싸워야 하는 이유다.

민간 고용서비스 시장 확대

이번 대책에는 방문취업 동포(중국, 옛 소련 지역 동포 이주노동자)에게 고용노동부만 할 수 있던 취업 알선을 민간 업체에까지 허용하겠다는 방안도 포함돼 있다.

그동안 방문취업 동포들은 정부의 고용 서비스가 형편없는 탓에 값비싼 수수료를 내가며 민간 브로커들에게 취업을 알선받았다. 정부의 대책은 노동자들의 고충을 해결해 주기보다는 중간 착취를 합법화하는 결과만 나을 가능성이 높다. 정부가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온갖 차별과 탄압은 나둔 채 민간 업체 알선을 허용하면, 중간착취로 배를 불리는 민간 업체들만 활개칠 것이다.

정부가 이런 조처를 시행하려고 하는 것은 이주노동자들의 “인권보호” 때문이 아니라 “직업소개소 등 민간 고용서비스 시장 활성화”를 위해서다.

그동안 기업주들은 파견·용역 등 간접고용을 확대하고 민간 고용서비스 업체들의 이윤을 보장할 수 있도록 민간 고용서비스 시장에 대한 규제를 풀라고 요구해 왔다. 따라서 정부가 동포 이주노동자들을 구실로 “인간시장”이나 다름없는 민간 고용서비스 시장을 확대하려는 것에 반대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