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22일 일요일 오전의 정동 거리는 평소와는 너무 달랐다. 평소 고즈넉한 분위기에 근대 건축물들 사이로 조용히 산책하기 좋은 거리였던 이곳에, 어제(22일)는 온통 무장한 경찰 수천 명과 경찰 차량으로 가득 차 살벌한 분위기를 내뿜고 있었다. 이 자들의 위압적인 모습에 지나가던 시민들이 놀라 움츠러들 지경이었다. 

경찰 당국이 철도노조 지도부를 체포하려고 무려 경찰 병력 6천5백여 명을 동원한 것이었다. KTX 민영화를 저지하려는 정당한 파업을 자의적으로 불법으로 규정한 박근혜 정부가 철도노조 지도부를 붙잡으려고 언론사 건물을 에워싸고 민주노총 사무실을 침탈하려는 참이었다. 

철도 노동자 등 민주노총 조합원들과 연대 단체 회원들 수백여 명이 경찰의 앞길을 막아 섰다. 그러나 경찰은 최루액 등을 동원해 이 사람들을 무자비하게 끌어내고 연행해 갔다. 언론사 건물임을 보여 주는 〈경향신문〉 간판이 걸린 입구에서, 경찰이 소방대원을 동원해 유리문을 강제로 부쉈다. 그 앞에 있던 조합원들 여럿이 유리 파편을 맞아 피가 나고 부상을 입었다. 

그러나 경찰들은 전혀 아랑곳하지 않았다. 강제 연행 과정에서 비명과 고성이, 욕설과 구호가 뒤섞였다. 1층에서 경찰 침탈을 막으려는 사람들 1백여 명이 사지가 들려 끌려 나왔다.

한편 건물 바깥에서는 이른 아침부터 많은 사람들이 모여 경찰의 민주노총 침탈에 강력하게 항의했다. 노동자와 학생들이 대거 모이기 시작해 정오 무렵부터 민주노총 인근에서 항의 집회가 진행됐다.

집회 참가자들 모두 유례 없는 박근혜 정부의 민주노총 침탈에 분노했다. 역대 어느 정부도 감히 시도하지 못한 만행을 박근혜가 저지른 것이다!

한 조합원은 “정부가 우리를 밟아 버리려고 한 것 같은데 완전히 잘못 건드린 거다. 오히려 우리를 엄청 열받게 했다”고 했다. 

많은 참가자들이 이번 침탈을 두고 “부전여전”이라고 비판했다. 조계종 노동위원회 양한웅 집행위원장은 “아버지 박정희는 전태일을 죽이고 1979년에 신민당사에서 YH노조를 짓밟더니, 그 딸인 박근혜는 이제 민주노총을 짓밟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 철도 조합원은 장인상인데도 한걸음에 달려왔다고 했다. 그는 민주노총이 광범한 연대 파업에 나서 줄 것을 요청하며, 철도노조 지도부도 “1백 퍼센트 전면 파업에 나서 달라”고 호소했다.

철도노조 서울차량 하현아 지부장은 처음에 파업에 참여하지 않았던 일부 지부가 오늘부터 파업에 합류하기로 하는 등 정부의 철도 파업 탄압에도 파업 대오가 더 굳건해지고 있다고 전했다. 

경찰이 계단에서 노동자들을 강제로 끌어내며 민주노총 사무실 가까이 다가갔다는 소식이 들리자, 집회 참가자들은 계속되는 폭력 침탈에 항의하려고 민주노총 건물로 향했다. 경찰은 최루액을 뿌리면서 집회 참가자들을 폭력적으로 막아 섰다. 

이때 민주노총 건물 밖으로 “철도는 국민의 것”, “폭력정권 아웃”이라고 적힌 현수막이 내걸렸다. 건물을 사수하는 조합원들이 창문을 열고 공중에서 유인물을 뿌렸고, 옥상에서는 방송장비를 동원해 철도 파업의 정당성과 침탈의 부당함을 알리는 목소리가 들렸다. 집회 참가자들은 모두 환호했다. 

오후 4시 무렵 항의 시위는 서대문 로터리 등지에서도 산발적으로 이어졌는데, 이때마다 경찰은 시위대의 행진을 가로막고 폭력 진압을 하면서 곳곳에서 사람들을 연행했다. 

그러나 경찰의 탄압에도 시위대는 전혀 위축되지 않고, 끝까지 민주노총 침탈에 대한 항의를 지속했다. 해가 질 무렵 민주노총 인근에서 다시 촛불집회가 열렸다. 

한 필공 조합원은 일 마치고 쉬려고 했는데 뉴스에서 침탈 소식을 듣고 부리나케 달려 왔다고 했다. 그는 필공 조합원들도 파업 집회에 참가하고 있으며 그동안 잘 나오지 않던 조합원들도 점차 집회에 참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이 투쟁은 전쟁이다. 여기서 물러설 수 없다”면서 “필공 조합원들 사이에서도 “이제는 전면[파업]으로 가야 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많이 나온다” 하고 파업을 더 확대할 것을 주장했다. 많은 노동자들이 박수를 보냈다.  

연대 투쟁을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았다. 하루 종일 민주노총의 연대 파업을 비롯한 연대 투쟁이 강화돼야 한다는 주장들이 여러 차례 나왔다.

촛불 집회가 한창 진행 중일 때, 작은 반전이 일어났다. 경찰이 끝내 건물 전체를 장악했는데 철도노조 지도부를 찾지 못했다는 것이다. 결국 박근혜 정부는 민주노총 침탈이라는 엄청난 무리수를 썼는데도 결국 ‘빈손’으로 나오게 된 것이다. 

많은 철도 조합원들은 박근혜와 경찰 당국이 노조 지도부를 검거하는 데 실패했다는 소식에 매우 고소해 했다. 그리고 더 큰 투쟁 의지를 다지며 집회 참가자들은 경찰의 저지를 뚫고 민주노총 건물로 갔다.

철도 조합원들은 민주노총 14층에서 자신들의 투쟁 의지를 담고 연대하러 온 단위들에게 감사를 표하는 종이비행기를 날렸다. 연대하러 달려 온 집회 참가자들은 이 모습을 보면서 환호했다.

결국 경찰은 14층에서 마지막까지 싸우며 농성하던 사람들을 연행하지 못했다. 14층에 있던 조합원들과 민주노총 신승철 위원장이 나오자 우레와 같은 박수가 터져 나왔다.

비록 오늘 박근혜 정부가 민주노총 침탈하는 만행을 저질렀지만, 이것이 철도 노동자들의 투쟁 의지를 꺾지 못했다. 한 조합원의 말처럼 “투쟁에 물을 뿌린 게 아니라, 기름을 부은 격”이 됐다. 

수많은 단체들이 긴급 성명을 내고 정부를 규탄했다. 긴급하게 소집됐음에도 서울뿐만 아니라 부산, 광주, 대전, 춘천 등 곳곳에서 규탄집회가 열렸다. 철도노조와 민주노총 조합원, 시민들은 SNS 등으로 침탈 소식을 공유하며 영하의 날씨를 뚫고 참여했다. 

통합진보당 의원 전원과 정의당 일부 의원들이 경찰의 침탈에 맞선 저항에 함께했다, 민주당마저도 무리한 법집행이라며 정부를 규탄하고 나섰다. 

또한 법원에서 수색영장이 기각된 사실이 폭로되면서 경찰에 대한 비난 여론은 증폭되고 있다. 법률가들도 체포영장만으로는 잠긴 문을 열고 들어갈 수 없다며 경찰의 이날 침탈이 형사소송법 위반이자 주거침입죄에 해당한다는 해석들을 내놓고 있다. 

이런 압력들 때문에 경찰청장 이성한은 오늘(12월 23일) 기자회견을 열어 민주노총과 경향신문사에 배상을 하겠다고 밝혀야 했다. 

정부의 무리수에 대한 반감이 커진 지금이 철도 파업의 수위를 높일 기회다. 민주노총의 연대도 더욱 강화돼야 한다. 민주노총은 22일 긴급 중집회의를 열어 12월 23일 확대간부파업, 12월 28일 총파업과 1백만 시민행동 등을 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정부가 노동자들에게 전쟁을 선포한 마당에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사상 초유의 탄압에 맞서는 것은 철도 지도부 사수를 넘어 민주노총을 사수하고 이 땅의 민주노조를 지키는 투쟁”이라는 민주노총 신승철 위원장의 말대로, 지금 민주노총은 실질적 힘을 이용해 저항해야 한다. 지금 박근혜의 공세에 맞서 민주노총이 즉각 실질적인 연대파업을 조직해야 하고 시기도 더 앞당겨야 한다. 

📱 스마트폰 앱으로 〈노동자 연대〉를 만나 보세요! 안드로이드 앱 다운로드 아이폰 앱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