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 연대

전체 기사
노동자연대 단체
노동자연대TV

10만여 명이 결집한 12월 28일 민주노총 결의대회:
“모두가 달라 붙어서 힘을 집중시켜야 합니다”

12월 28일 민주노총 결의대회는 10만여 인파가 몰린 가운데 성대하게 치러졌다. 20일째 이어지고 있는 철도 파업과 박근혜 정부의 민주노총 침탈은 수많은 노동자들의 가슴에 불을 지폈다.

정부는 심지어 집회 전날인 27일 밤, 기습적으로 수서KTX 주식회사 면허 발급까지 강행하며 추가 체포영장 발부, 징계 확대 등 철도 파업 깨기에 나섰다. 파업 기관차를 확실히 짓밟아 전체 노동자 운동에 본보기로 삼고, 신자유주의 고통전가를 밀어붙이려 한 것이다.

12월 28일 서울시청 광장을 가득메운 10만여 명의 노동자들. ⓒ레프트21
28일 오후 서울시청 광장에서 열린 ‘민영화 저지, 노동탄압 분쇄, 철도파업 승리 민주노총 1차 총파업 결의대회’에서 참가자들이 철도민영화에 반대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윤선

정부의 이 같은 도발은 많은 이들을 분노케 했다. 28일, 영하 10도 가까이 떨어진 강추위 속에서도 수많은 인파가 서울시청 광장으로 몰렸다. 수만 명의 민주노총 조합원들과 단체·학생·시민 등이 발 디딜 틈 없이 빼곡히 들어섰다. 한국노총 노동자 1천여 명도 함께였다. “철도 파업 사수하고, 국민철도 지켜내자”, “민영화를 막아 내자”는 구호가 서울시청 광장을 뜨겁게 메웠다.

신승철 민주노총 위원장은 “12월 28일에 박근혜 정권의 몰락이 시작됐다고 기록될 것”이라며 1월 9일과 16일 총파업, 박근혜 취임 1년인 2월 25일 “국민 파업”을 호소했다.

인터넷 생중계로 무대에 선 김명환 철도노조 위원장은 “국토부의 수서발 KTX 면허 발급은 국민적 염원을 무시한, 대국민 선전포고”라고 규탄하며 “최소한의 요구조차 거부한다면, 중단 없는 총파업 투쟁을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28일 오후 서울시청 광장에서 열린 ‘민영화 저지, 노동탄압 분쇄, 철도파업 승리 민주노총 1차 총파업 결의대회’에서 김명환 철도노조 위원장이 발언을 하고 있다. ⓒ이윤선
28일 오후 서울시청 광장에서 열린 ‘민영화 저지, 노동탄압 분쇄, 철도파업 승리 민주노총 1차 총파업 결의대회’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윤선

체포영장을 받고 수배 중인 박세증 철도노조 청량리기관차지부장의 아내도 큰 박수를 받았다. 그는 당찬 목소리로 “남편아, 우리 걱정 말고 끝까지 싸우라”며 “노동자들에게 다 납작 엎드려 죽으라는 정부에게 굴복하지 말자”고 호소했다.

대열은 이날 저녁 늦게까지 행진을 시도하며 한미FTA 반대 시위 이후 몇 년 만에 광화문 사거리를 점거해 시위를 벌였다.

이런 항의는 전날 밤새 사측 관리자들의 회유·협박에 시달리던 철도 노동자들에게도 힘이 됐다. 한 노동자는 이렇게 말했다. “지난밤 관리자들이 5분마다 한 번씩 협박·회유 문제를 보내고 관리소장이 집에까지 찾아와 가족들에게 복귀 확약서를 받고 다녀, 걱정이 많았다. 복귀자들이 얼마나 될지 불안했다. 그런데 오늘 핵심 대오가 잘 버티고 있다는 걸 확인할 수 있어서 안심이 됐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우리 투쟁에 함께해 주고 자기 일처럼 나서 주니 고맙고 힘이 났다.”

실제로 많은 민주노총 조합원들은 정부의 철도노조 탄압과 민주노총 침탈에 크게 분노했다.

분노하며 광화문 사거리를 점거한 노동자들에게 경찰이 무차별적으로 최루액을 난사하고 있다. ⓒ이윤선
분노하며 광화문 사거리를 점거한 파업집회 참가자를 경찰이 연행하고 있다. ⓒ이윤선

전면전

건설노조의 한 조합원은 “내가 속한 곳에선 당장 투쟁 현안은 없지만, 민주노총 사무실이 침탈된 것을 보고 참가했다”며 “건설노조에서 이렇게 많은 조합원들이 참가한 것은 그만큼 분노가 크다는 것을 보여 준다”고 말했다.

전교조 대전지부의 한 조합원도 “오늘 집회에는 울분을 갖고 나왔다. 민주노총을 기습적으로 침탈하고 면허 발급을 날치기하는 것을 보고 조직적 울분이 생길 수밖에 없다. 오늘 집회 올 때 평소보다 오겠다는 의지를 밝히는 사람들이 많았다” 하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일부는 민주노총 지도부가 내놓은 투쟁 계획이 너무 늦고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철도 노동자들은 아쉬움을 토로하며 이렇게 말했다. “하루 하루 정권의 탄압이 심해지는데, 1월 9일까지 기다리라는 건 무리다. 민주노총이 전쟁을 선포했으면 그만큼 다급하게 싸워야 한다.”

이에 응답하듯, 금속·건설·화물 등 대열 곳곳에서 민주노총 파업을 확대·심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28일 오후 서울시청 광장에서 열린 ‘민영화 저지, 노동탄압 분쇄, 철도파업 승리 민주노총 1차 총파업 결의대회’에 참가한 건설노동자가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윤선
이날 파업 집회에는 민주노총 조합원뿐만 아니라 파업을 지지하는 단체·학생·시민 등이 참여했다. ⓒ이윤선

정리집회에서 한 기아차 노동자는 이렇게 발언했다. “1월 9일은 너무 늦다. 금속이 2시간 파업하겠다는 것도 너무 부족하다. 시기를 앞당기고 파업 수위를 실질적으로 높여야 한다. 민주노총이 박근혜에게 본때를 보여 줘야 한다!” 박수가 터져 나왔다.

화물연대 울산지부 조합원은 기자에게 “지금 우리가 총단결해야 한다. 전면전을 선포했으면 전면전을 벌여야 한다” 하고 말했다.

플랜트건설노조 울산지부 용접분회장도 “대통령이 거짓말을 하는 걸 보면 정말 분노스럽다. 무엇보다 밤 사이에 날치기 면허 발급하는 걸 보면, 박근혜의 1년 악행이 폭발하는 것 같다. 지금 싸우는 판에서 모두가 달라 붙어서 힘을 집중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부 철도 노동자들은 민주노총의 실질적 총파업과 함께 철도노조도 투쟁 수위를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도 승부수를 던지고 할 때까지 해봐야 한다. 전면 파업을 해야 한다”, “필공 조합원들과 함께 하루, 이틀, 삼일이라도 전면 파업을 해봐야 하는 것 아니냐.”

정말이지, 막무가내로 공격을 퍼붓는 박근혜 정부를 상대하려면, 우리 편도 진정한 노동자들의 저력, 실질적으로 생산을 마비시킬 파업의 힘을 보여 줘야 한다.

아직 기회는 있다. 민주노총 지도부는 뜨거웠던 28일 결의대회의 함성을 디딤돌 삼아, 실질적인 총력 파업을 서둘러 선언하고 조직해야 한다. 철도노조가 어려움을 딛고 전면 파업을 호소하고 조직한다면, 무릎 꿇기를 강요하는 박근혜 정부에 상처를 주며 민주노총의 연대를 더 끌어내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