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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생각한다:
노동조합 안에서 최선의 조직 방식은 무엇인가?

노동조합이 생겨난 이래로 노동자들은 노조 지도자들의 특성에 관해 논쟁해 왔다.

때때로 노조 지도자들은 사용자들에 맞선 싸움을 선언한다. 그러나 다른 경우에는 중요한 순간에 전투에서 뒷걸음친다. 철도노조 파업의 갑작스런 중단과 미온적인 민주노총 대응에 실망한 사람들도 적잖을 것이다.

왜 이런 일이 생기는가? 노조 지도자 개인의 결점이나 성향만으로는 이런 일을 충분히 설명할 수 없다. 그보다는 노조 관료라는 그들의 독특한 사회적 지위가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한다.

왜 노동조합 지도자들은 일관되게 싸우지 않을까?

여기서 “관료”란, 노동조합 직책으로 생계를 꾸리는 전임 간부를 일컫는다.

영국 사회주의노동자당(SWP)의 설립자 토니 클리프는 “노동조합 관료는 대다수 노동자들과 달리 낮은 임금, 고용주의 일상적 괴롭힘, 고용 불안으로 고통받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노조 관료라는 지위는 단지 돈 문제가 아니다. 클리프는 노동조합 관료들이 “사용자도 노동자도 아니고 이 둘 모두와 구별되는, 기본적으로 보수적인 사회계층”이라고 분석했다.

가장 중요한 요인은 이들이 노동조합 관료로서 겪는 물질적 현실이다. 일반적으로 이들은 사용자들과의 끝없는 교섭 관련 일들로 하루를 보낸다.

그들은 점차 작업장에서 멀어지고, 현장의 변화와 압력에서도 멀어진다. 때때로 그들은 자신이 대표하는 노동자들과 다르게 말하고 다르게 입기 시작한다.

노조 관료들은 “타협”을 도출해 내 노동자와 사장 사이를 중재하고 노사 간 평화를 이루려 한다. 이것이 노조 관료가 하는 사회적 구실이다.

클리프가 말한 것처럼 “관료는 야누스처럼 두 개의 얼굴을 갖고 있다. 관료는 사용자와 노동자 사이에서 줄타기 한다.”

이것이 바로 노조 지도자들이 노조의 힘은 조합원 다수의 행동이 아니라 자신들의 교섭 기술에 있다고 흔히 믿는 이유다.

또한 그들은 조합원들보다 노조 기구들 자체를 더 중요한 것으로 여기기 시작한다.

독일의 혁명적 사회주의자 로자 룩셈부르크는 어떻게 관료에게 노동조합이 점차 수단이 아니라 목적으로 변하는지에 대해 썼다. “(이들에게 노동조합은) 그 자체로 고귀해서, 투쟁의 이해관계도 그것에 비하면 부차적이게 된다.”

이 때문에 노조 관료는 노동악법에 아주 긴장한다. 악법 때문에 불법 행동으로 몰려 조합 기금이 몰수당하고 노조 기구가 위험에 처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중재

노조 자체는 노동자들의 중요한 무기다. 그러나 또한 노조는 투쟁을 제한하는 기구이기도 하다. 노조는 문제를 합법적이고 “합리적으로” 해결하라는 위로부터의 압력을 항상 받는다.

노동조합이 받는 이런 압력의 일부는 정당과 연결된다. 민주당이 집권했을 때 민주당 정부는 노조들에게 “개혁 정부”에 맞서 파업하지 말라고 했다. “개혁 정부”의 성공에 협력해야 한다며 말이다. 유럽에서 사회민주주의 정당이 집권했을 때 노조들은 “자신의 정부”에 맞서 파업하지 말라는 압력을 받았다.

이런 압력이 항상 관철되는 것은 아니다. 그리스의 노동자들은 사회당 정부하에서도 여러 차례 시한부 총파업을 벌였고, 그 결과 이제는 사회당보다 급진좌파연합인 시리자를 더 지지하게 됐다. 이런 일들은 노동조합 지도자들이 노동자들에게서 받는 압력에 정치인들보다 더 민감하다는 것을 보여 준다.

노조 관료는 결국 자신의 일자리가 조합원들이 내는 조합비에 달려 있다는 것을 안다. 그리고 앞서 설명했듯이 그들은 무엇보다 노조 기구를 확고히 방어하고자 한다.

그래서 노조 관료는 정부와 사용자가 노조를 지나치게 홀대한다고 여기면 노조와 조합원을 방어하기 위해 싸운다.

이런 점은 좌파 노조 관료들이 전투적인 기층 조합원들에 호소해 당선하는 경우에 더 잘 드러난다. 좌파 관료일수록 사용자에 맞선 투쟁을 이끌 가능성이 더 크다.

그래서 많은 노동자들은 노조를 바꾸려면 가장 급진적인 사람들을 지도자로 선출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하면 꽤 중요한 차이가 생기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좌파 노조 관료와 우파 노조 관료 사이에 근본적인 차이가 있는 것은 아니다. 러시아 혁명가 레온 트로츠키는 좌파 노조 지도자들이 “변화의 표현일 뿐 아니라 변화의 브레이크이기도 하다”고 했다.

심지어 가장 좌파적인 노동조합 지도자도 다른 노조 지도자들과 마찬가지로 사회 구조가 가하는 보수화 압력에 취약하다. 그래서 “현장에 있을 때는 현장파더니 위로 올라가면 국민파가 된다”는 말이 이제 상식처럼 돼 있다.

가장 중요한 구분선은 관료와 현장조합원 사이에 그어진다.

현장조합원 조직의 중요성 ― 영국의 경험으로부터 배운다

노조 내에 있는 진정한 구분선을 파악하려면 이 두 집단(관료와 현장조합원) 사이의 차이를 봐야 한다.

노동자들은 노동조합 힘의 진정한 근원이다. 이것은 자본주의에서 그들이 차지하는 독특한 지위 때문이다.

노동자들의 노동은 체제 전체의 기초를 이루는 이윤을 창출한다. 그들이 노동을 중단하면 체제를 멈추게 할 수 있다. 노동계급은 기업주들을 타도하고 새 사회를 건설할 힘과 조직을 창출할 수 있다.

또한 노동자들은 자본주의 안에서 중요한 개혁을 쟁취할 수 있다. 그러나 전투적인 행동을 취하려는 노동자들은 종종 관료에 속한 노조 간부들의 저지에 부딪히기도 한다.

단호한 행동으로 노동자들의 이익을 쟁취하려면 노조 관료에 기대서는 안 된다. 노조 관료는 노동자들과 사회적 지위가 다르고, 그들의 구실은 타협으로 분쟁을 해소하는 것이다.

그래서 사회주의자들은 관료로부터 독립적으로 행동할 수 있는 현장조합원 조직을 중요하게 강조한다.

이것은 관료들이 중요하지 않다거나 관료를 무시해야 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그러나 현장조합원의 압력이야말로 관료들이 투쟁을 이끌도록 강제하는 핵심적인 요소다.

오늘날 노동조합 안에서 전투적인 노동자들은 대개 “현장조직”으로 불리는 그룹에 속해 있다. 이 그룹들은 주로 노조 집행부 선거 도전에 중점을 둔다. 따라서 서구의 계급투쟁 고양기에 등장한 (노조 관료가 싸울 때는 그를 지지하고 그가 싸우지 않고 뒷걸음질 치려 하면 독자적으로 싸운) “현장조직”과는 이름만 같을 뿐, 실체는 전혀 다르다.

독립

진보적 “현장조직”들은 좌파 지도자를 선출하는 데 중요한 구실을 할 수 있다. 그러나 노조의 공식 기구에 집중하는 것으로는 불충분하다. 독립적인 현장조합원 조직을 만들어야 한다.

그런 조직은 어떤 형태를 띠는가? 현장조합원 조직은 현장 기반이 있는 활동가들의 네트워크에 기초한다. 이 조직은 노동자들 자신의 독립적인 집단행동을 염두에 두고 활동한다.

이런 행동으로 놀라운 승리를 얻어낼 수 있다. 1972년 영국에서는 현장 노동자들이 노조 지도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비공인 파업을 조직했다. 이런 행동은 정부를 압박했고, 결국 정부는 대체인력 투입을 저지했다는 이유로 체포했던 조합원들을 닷새 만에 석방해야 했다.

이처럼 현장조합원 조직은 노동자들이 승리할 가능성을 높인다. 그러나 투쟁의 결과뿐 아니라 투쟁 과정에서도 현장조합원 조직은 중요한 차이를 낳는다.

노동자들 스스로의 행동은 그들이 자신의 힘을 자각하도록 도와 준다. 노동자들은 투쟁을 이끌며 자신감을 더 갖게 되고, 급진적인 사상도 더 개방적으로 대한다.

그래서 우리는 항상 현장조합원의 힘을 가장 강화할 행동이 무엇인지를 물어야 한다. 물론 현장조합원 조직이 있다고 승리가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1970년대 영국에서는 직장위원회 운동이 성장했지만 그 정치는 취약했다. 개혁주의적인 노조 지도부, 공산당, 노동당 좌파가 직장위원회 운동에 영향을 미쳤다.

공산당은 현장 투쟁을 건설하지는 않고 오히려 좌파 노조 지도자 선출을 강조했다. 그리고 1974년, 정권 교체에 성공한 노동당은 노조 지도자들의 도움을 받아 노동자들의 임금과 노동조건을 공격하는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냈다.

직장위원회 운동은 이런 세력들에 압도돼 투쟁에 나서지 않았다. 가장 성공적인 현장조합원 조직은 전투적인 노동자들의 네트워크가 혁명적 정치와 만날 때 건설된다.

20세기 초 영국의 현장조합원 조직인 클라이드 노동자 위원회는 노조 공식 지도부가 파업 중단을 선언하자 독자적으로 파업을 이어가며 결성됐다. 1919년 클라이드 노동자 위원회의 파업 사진.

노동조합 안에서 어떻게 조직할 것인가에 관해서는 1915년 영국 글래스고의 파업 노동자들이 뛰어난 선례를 남겼다. 그들은 클라이드 노동자 위원회라는 현장조합원 조직을 건설했다.

클라이드 노동자 위원회는 모든 주요 공장의 현장 노동자 대표로 구성됐고 노조 지도자들의 반대를 거슬러 대규모 파업을 이끌었다.

클라이드 노동자 위원회는 “우리는 지도부가 노동자들을 올바르게 대표하는 한 지지할 것이다. 그러나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즉시 독자적으로 행동할 것이다”라고 했다.

거의 한 세기가 지난 지금도 이것은 평범한 노동자와 노조 관료 사이의 관계에 대한 최고의 지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