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철도파업은 끝났다. 김명환 철도노조 지도부는 노조원들과 사전 합의 없이, 일방적으로 새누리당 민주당과 합의하고 서명했다. 일부 필공조합원들이 나서 파업 합류를 결의하고 전면파업을 주장하는 분위기가 곳곳에서 포착되는 상황이었다.

물론 드러난 성과는 있다. 김명환 위원장은 “국회소위라는 향후 지속적인 투쟁의 디딤돌을 이끌어 내었습니다” 하고 자신의 성과를 포장했지만, 실제 성취한 것은 그것이 아니다. 파업에 복귀한 한 기관사는 “이번처럼 국민들의 지지를 받은 것은 처음이었고” “민영화는 나쁜 것이라는 인식이 전 국민적으로 확산된 게 가장 큰 성과”라고 했다. 악의적 ‘귀족노조’라는 인식도 ‘정부를 상대로 제대로 싸울 수 있는 조직된 노동계급의 군대’라는 느낌으로 바뀌는 분위기다.

겉으로 법과 원칙만을 내세우는 불통 박근혜 정부가 은밀하게 김명환 위원장과 합의를 했다는 것 자체가, 박근혜 정부의 똥줄이 타고 있었다는 것을 보여 준다. 그만큼 박근혜 정부는 상처를 입었다. 자본가 국가를 상대할 진정한 힘이 노동자 계급에게 있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 줬다.

그러나, 승리한 투쟁이라 하기 어렵다. ‘통합민주당’ 성명에서 말하듯, 철도노조의 ‘대승적 결단’, ‘서로 간의 진정한 고민 끝에 나온 합의안’(새누리당이 진정한 고민을 했다고?)라고 아름답게 포장할 일은 더더욱 아니다.

비밀야합으로 탄생한 ‘국회소위’는 ‘향후 지속적인 투쟁의 디딤돌’이 아니라, 철도 민영화 문제를 거리에서 국회라는 무대로 가두어 버리고, 새누리당과 민주당이 지루하고 어색하게 싸우는 연기를 하면서 ‘철도 민영화’를 합리화시키는 ‘디딤돌’이 될 것이다.

이러한 야합의 조짐은 이미 예견됐다. 12월 10일 철도공사 임시이사회가 강행된 직후 발표된 ‘철도 노동자 투쟁선언’에서 “이제 국회가 나서야 합니다. 국회부터 솔선수범해서 국토교통위 산하에 철도발전 소위를 구성하는 것이 우선입니다”라고 했을 때, ‘철도발전 소위’만 구성되면 파업을 중단할 수 있다는 신호를 정부에 보낸 바 있다. 작업장과 거리에서의 투쟁을 국회라는 갇힌 무대로 가두려는 이 경향에 분명히 반대했어야 했다. 지금 노동자 투쟁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은, 바로 ‘국회에 기대는 경향’이라는 것을 이번 철도노동자 투쟁은 분명히 보여 준다. 국회는 계급투쟁의 모순이 반영되는 공간일 뿐, 모순을 해결해 주지는 못한다.

하지만 완전히 투쟁의 불씨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 민주노총은 ‘박근혜 퇴진, 민영화 저지 노동탄압 분쇄 투쟁’을 철도노동자 복귀와 관계 없이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1월 4일 전국 결의대회, 1월 9일 2차 총파업, 1월 11일 2차 시민 행동의 날, 1월 16일 3차 총파업, 2월 25일 국민총파업 등의 투쟁 일정을 제출하며 결의를 다졌는데, 단일 사업장과 정부와의 투쟁이 노동자 계급 전체의 투쟁으로 확산되는 모양새다. 철도노조의 파업 철회로 주춤하긴 했지만, 박근혜가 자신의 본성을 여실히 드러내면서, 분노가 조직되고 있고, 노동자 조직도 건재하다. 거대한 투쟁의 파도가 국회라는 장벽에서 멈추지 않도록 예리한 칼날을 갈아야 할 이유다.

의회주의가 철도 파업 전진의 가장 큰 걸림돌이었을까?

양효영

안철환 동지는 “(지도부가) ’철도발전 소위’만 구성되면 파업을 중단할 수 있다는 신호를 정부에 보낸 바 있다”며 여기에 야당과 정부가 반응해서 파업을 “국회라는 갇힌 무대로 가두려”는 야합을 했다고 설명한다. 나는 안철환 동지가 시간 순서를 인과관계로 보는 오류를 범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파업기간 중 노조 지도부의 요구 중 하나가 ‘국회 소위 구성’이었고, 이것을 받고 파업이 끝났으니 노동자들이 국회 소위에 기대를 건 것이 가장 주요한 문제였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번 파업 중 현실에서 국회(대체로 민주당)가 그렇게 큰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을까? 그리고 박근혜 정부가 철도노조 지도부의 협상 ‘신호’에 반응한 것일까?

철도노조 지도부는 민주당이 중재 구실을 해주기 바랐고 이런 바람은 우리 편의 전술을 제한하는 문제를 만들었다. 그러나 현실에서 파업 내내 민주당은 눈에 띄지도 않았다. 민주당이 내놓은 중재안도 마찬가지였는데 심지어 이들의 중재안은 수서KTX 분할을 인정하는 것으로, 노조가 도저히 수용할 수 없는 내용이었다. 노조 지도부가 국회에 기대고 싶어도 기댈 곳이 마땅치 않았던 것이다.

국회에서 민주당의 중재가 힘이 없었던 이유는 박근혜 정부가 이를 귓등으로도 안 들었기 때문이다. 경제 위기의 대응책인 공공부문 공격을 밀어붙이기 위해, 또 지금 볼 수 있듯이 의료 민영화 등을 관철시키기 위해서라도 박근혜도 물러설 수 없었다. 그래서 정부는 파업 내내 ‘양보와 타협은 없다’를 주문처럼 외웠고 이것은 ‘뻥카’가 아니었다. 이들은 대체인력 투입, 민주노총 경찰력 투입 등 물리적으로도 철도 파업을 박살내려고 했다. 12월 22일 민주노총 침탈로 ‘역풍’ 얘기가 나왔을 때도 박근혜 정부는 수서KTX 면허 발급을 밀어붙였고 최연혜는 “12시까지 복귀하라”는 최후 통첩을 날리며 여지를 주지 않았다. 심지어 만들어진 국회 소위에서도 새누리당은 정부가 민영화 아니라고 했기 때문에 민주당의 ‘철도 민영화 방지 대책’ 따위는 논의조차 하지 않겠다고 하고 앉아 있다. 그렇기에 안철환 동지가 “겉으로 법과 원칙만을 내세우는 불통 박근혜 정부가 은밀하게 김명환 위원장과 합의”했다고 표현하는 것은 상황을 올바르게 묘사한 것이 아니다.

이런 점에서 안철환 동지가 “지금 노동자 투쟁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은, 바로 ‘국회에 기대는 경향’이라는 것을 이번 철도노동자 투쟁은 분명히 보여 준다”고 주장하는 것도 추상적으론 맞을 수는 있지만 철도 파업의 결과가 이것 때문이었다고 환원할 수는 없다. 노조 지도부는 강경한 정부와 아래로부터의 투지 사이에서 머뭇거리며 자기 제한적 투쟁으로 투쟁 수위를 한정했던 것이지, 오로지 국회 소위 때문에 파업을 더 진척시키지 않은 것이 아니다.

그래서 국회 소위는 철도 민영화 문제를 “국회라는 무대로 가두어” 버릴 정도로 노동자들을 무장해제시키고 있지도 않다. 철도 조합원조차 국회 소위에서 ‘나올 게 없다’고 느꼈기에 파업을 일방으로 종료한 김명환 위원장도 사과를 했어야 했다. 오히려 철도 노동자들은 정부와 철도 공사도 파업 보복 징계에 맞선 2라운드 투쟁을 시작하고 있다. 철도노조 지도부에 대한 탄압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거세다. 노동자 스스로의 투쟁이 결코 끝나지 않았고, 국회로 넘어가지 않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