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21일, 노동자연대다함께 주최로 철도 노동자들과 함께하는 “연대의 밤” 행사가 열띤 분위기 속에 진행됐다.

특히 철도 노동자들이 대거 참가했다. 철도노조 중앙 집행부 동지들, 이충렬 서울지방본부 직무대리와 집행부 동지들, 서울 청량리기관차승무지부, 청량리지구전기지부, 용문차량지부, 성북승무지부, 성북전기지부, 서울기관차승무지부, 서울차량지부, 수색차량지부, 고양고속차량지부, 구로차량지부, 서울고속기관차승무지부, 서울건축지부, 서울정보통신지부, 용산기관차승무지부, 수원지구전기지부, 병점열차승무지부에서 지부장과 조합원 들 70여 명이 참가했다.

또 철도 파업에 연대한 다른 부문의 노동자들과 청년·학생 들까지 포함해 모두 2백 명이 넘는 참가자들이 행사장을 가득 메웠다. 자리가 부족해 일부 참가자들은 서서 들어야 했을 정도였다.

철도 노동자들과 파업에 연대한 노동자·청년·학생 들에게 이날 토론은 ‘연말 최고의 선물’이었던 23일간의 철도 파업 속으로 다시 들어가 그때의 벅찬 감동을 다시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동시에 이미 시작된 2라운드 투쟁을 다짐하고 연대를 약속하는 시간이었다.

행사는 “23일간의 철도 파업과 2라운드 투쟁” 토론회로 시작했다.

첫 발표를 맡은 철도노조 하현아 서울차량지부장의 연설은 흥미롭고 배울 점이 많았다.

하 지부장은 먼저 철도 파업이 얼마나 정부를 궁지로 몰아넣었는지를 되짚었다. 정부와 사측의 대응은 오히려 국민적 지지 여론을 폭발시키는 등 역효과를 낳았고, 민영화가 아니라는 정부의 이데올로기전도 먹히지 않았다.

“파업 전까지 정부는 민영화라는 단어를 쓰지 않으며 ‘민영화 프레임’에 갇히지 않으려고 했지만 우리가 결국 끌어들였다.

“대단하게도 국민들, 교수들, SNS 등에서 우리보다도 더 자세하게 수서발 KTX가 왜 민영화인지 설명했다. 조합원들도 이런 열렬한 지지 속에 스스로 공부를 하고, 자기 논리를 갖고, 자기가 그것을 설명할 수 있게 됐는데, 이는 파업이 오래가고 정당성을 갖는 데 아주 중요했다.

“결정적으로, 민주노총을 침탈했던 것은 박근혜 정부의 패착이었다.”

노동자 운동의 주도성

하현아 지부장은 12월 27일 저녁 정부의 기습적인 면허 발급 후 찾아온 위기 때, 온갖 회유·협박 속에서도 다음날 아침 총회에 조합원들이 한 명도 빠짐없이 모여들던 사례 등 이번 파업 때 기층 조합원들이 보여 준 높은 투지와 헌신을 매우 강조했다.

하현아 지부장은 이번 파업에서 짚어볼 쟁점들에 대해서도 말했다.

“파업 동안 느낀 문제는 소통이 잘 안 된다는 것이었다. 현장 간부들이 소통하고 이 파업이 승리로 나아가기 위해서 어떤 부분을 더 채울 것인가 하는 것을 논의해야 하는데, [전면 파업을 준비하다 갑자기] 준비가 안 된 채 필공 파업에 들어가고, 또 파업 대오가 산개해 있다 보니 소통이 더욱 어려웠다.

“지도부가 28일 이후 연말, 연초 이후 투쟁 계획을 제시했어야 했는데 그렇지 못하고 계속 버티자고만 하니까 조합원들이 불안해 하고 일부 흔들린 것도 사실이다. 지도부가 복귀 과정에서 논의 과정 없이 일방적으로 복귀 선언한 것은 아쉽다.”

이런 아쉬움에도 하현아 지부장은 “23일간 최장기 파업을 하면서 스스로 놀란 파업”이었고 “민주노총에 활력을 불어넣어 주고, 장기투쟁 사업장 노동자들이 통쾌감과 가능성을 느끼게 해 준” 파업이었다고 평가했다.

“무엇보다 이번에는 노동자들이 거리와 현장에서 파업을 하며 직접 정치의 장을 열었다. 2008년도에는 시민들이 광우병 촛불을 들고 그 수혜로 우리가 철도 민영화도 막았고 [촛불이] 노동자 운동을 끌어가는 형국이었다면, 이번 파업의 의미는 반대로 노동자들의 계급적인 투쟁을 통해서 여러 단위에 희망을 불어넣어 주고, 촛불을 다시 만들게끔 할 수 있다는 것, ‘예전처럼 노동자 운동이 주도할 수 있구나’라는 희망을 본 것이다. 조직화된 노동자의 집단적 투쟁이 사회적·정치적 파장을 만들고 노동자들이 사회적·정치적 주도성을 발휘할 가능성을 확인한 것이 성과다.”

마지막으로 하 지부장은 “파업은 중단됐지만 기세는 살아 있다”며 “빨리 투쟁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월에는 파업 참여 전 조합원 징계가 예정돼 있다. 조합원들이 징계 때문에 쫄진 않지만 다만 계속 당하거나, 철도 민영화 문제가 해결되지 못하고 물류 자회사, 차량 자회사로 진행하는 것을 방관하면 위축될 수 있으니까 빠르게 투쟁 계획을 수립하고 재파업을 준비해야 한다. 특히 2월 25일 민주노총 국민총파업에 적어도 철도도 하루 파업이든 어떤 파업이든 제 역할을 해야 한다.”

특히 사측이 강제 전보를 통해 “철도노조를 분열·약화시키고, ‘노조 활동하면 이런 피해를 보는구나’라는 인식을 뼈저리게 심어주고 싶어 한다”며 이에 맞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여전히 수서발 KTX 문제도 놓으면 안 된다” 하고 주장했다.

인민의 호민관

이어서 노동자연대다함께 이정원 운영위원이 발표했다.

이정원 운영위원 역시 철도 파업이 박근혜 정부를 “심각한 위기”로 몰아붙였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것은 잘 조직된 노동자 부문의 강력한 저항이 보여 준 힘이었다.

이 운영위원은 철도 노동자들이 지난해 기관사 1인 승무 저지 투쟁, 열차 승무 순환 전보 저지 투쟁 등 민영화를 앞둔 사전 구조조정에 맞서 싸워 성과를 거둔 것이 노동자들의 사기를 높였던 것을 돌아보며 작은 투쟁들에서 자신감을 쌓아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 전교조의 통쾌한 규약시정명령 거부 운동이 철도 노동자들의 자신감을 높였던 점을 지적했다.

이 운영위원은 “가스, 국민연금,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들이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둔 점, 교학사 교과서 채택 반대 운동의 성과 등 철도 노동자들은 그야말로 인민의 호민관 역할을 했다”는 점도 강조했다.

한편, 그는 “박근혜 정부가 한치도 밀리지 않으려고 굉장히 강경하게 대응한 반면, 우리 편은 잠재력에 비해 힘을 충분히 사용하지 못 한” 아쉬움을 돌아보며, “민주노총이 실질적인 연대파업 조직으로 나갔다면 또 다른 기회와 가능성이 열렸을 것”이고, “철도 투사들의 네트워크가 일찍이 건설되었다면 이런 가능성[전면 파업]을 현실화시킬 수 있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정원 운영위원 역시 2라운드 투쟁과 연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특히 “전환배치 문제는 노조를 무력화시키려는 비열한 술책이자, 철도공사가 앞두고 있는 분할 민영화·대규모 인력 구조조정을 위한 포석의 성격”이라면서 이에 맞선 투쟁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청중토론에서는 여러 철도 노동자들의 발언이 이어졌다. 철도 노동자들은 이 파업의 성과와 의의에 대해서 깊이 공감했고, 동시에 전면 파업 등 파업 전술과 교훈, 앞으로의 투쟁 방향에 대해서도 진지한 주장들을 폈다.

박성수 성북승무지부장은 파업에 대한 엄청난 지지의 비결은 “지난 여름부터 매주 조합원들과 연대 단체들과 함께 서명 받고 선전전 벌여 온 것의 효과가 나타난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고속기관차승무지부 노동자는 자신의 지부에서 벌어진 전환 배치 시도 사례를 얘기하며 “강제전환 배치 반대 투쟁에도 연대해 달라”고 호소했다.

박세증 청량리기관차승무지부장은 “전면 파업으로의 전환 문제가 계속 고민이었고, 나도 이것의 필요성은 느낄 수 있었는데 실제로 왜 이뤄지지 않았을까?” 하는 토론꺼리를 제기하기도 했다. 노동자들의 진지하고 열띤 참여 속에서 1부 토론회는 예정된 시간을 훌쩍 넘겼다.

1부 토론회의 열기는 2부 ‘연대가 어우러지는 밤’ 행사에서도 계속됐다. 철도 노동자들의 생생하고 재미있는 경험담 그리고 진솔한 발언들이 이어졌다.

동지애

철도노조 지부장 동지들은 이번 파업으로 연대의 소중함을 알게 됐다고 입을 모았다.

허병권 서울기관차승무지부장은 “이번 파업 투쟁을 통해서 진정한 연대가 무엇인지를 알게 됐다” 하고 말했다.

이종선 구로차량지부장은 “민주노총이 침탈당했을 때, 경찰과 맞서 싸우며 민주노총을 사수했던 금속노조 동지들을 봤다. 민주노총 깃발이 휘날릴 때 가슴이 울컥한 게 10년도 넘은 일인데 이런 열정을 다시 불러일으켜 줘서 감사했다”며 “중앙대 청소노동자 투쟁을 지원하기 위해 조합원들에게 모금을 받고 있다”는 소식도 전했다.

한편 전교조 조합원인 김연오 교사는 “철도 파업을 보면서 전교조 조합원들은 정부에 맞서 더 싸울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철도와 전교조는 운명 공동체다” 하고 철도 노동자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무엇보다 철도 노동자들은 아직 투쟁이 끝나지 않았음을 2부에서도 거듭 강조했다.

이충렬 서울지방본부 직무대리는 “요즘 현장 순회하면, [조합원들이] 재파업, 2라운드 투쟁 언제 할 거냐고 제일 많이 물어본다. 강제 순환 문제가 제일 큰 [문제]다. 여기 나온 간부, 조합원 동지들이 ‘일당 백’ 해서 일단 조직을 시작하자. 제2라운드를 확실히 준비하자” 하고 당부했다.

이 밖에도 고양고속차량지부장, 수색차량지부장, 서울건축지부장 등이 발언했는데 파업 기간의 경험과 에피소드, 연대의 소중함에 대한 이들의 얘기에 모두 공감하며 함께 웃고 감동을 나눴다.

철도 노동자들은 ‘연대의 밤’을 계기로 여러 직종의 노동자들이 한데 모여 투쟁에 대한 의견을 나누는 것이 의미가 있었다는 소감을 남겼다.

“그동안 파업에 여러 번 참가했는데, 다른 직종 노동자들과 대화해 본 건 처음이고 이게 가능할 거란 생각도 못 해 봤다. 너무 신선했다.”

“내 경험만 단편적으로 알았는데, 여러 노동자들의 얘길 들어보니, 내가 모르는 많은 활동가들이 있고 진지한 고민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걸 알게 됐다. 또 전면 파업 문제와 같은 고민을 나만 했던 것이 아니라는 것도 알게 됐다.”

‘연대의 밤’ 행사는 뜨거운 열기 속에서 4시간 가량 진행됐는데 철도 노동자와 연대한 노동자·학생 들이 서로 고마움을 전하고 격려하며, 계속될 2라운드 투쟁에서도 함께 싸우자는 다짐과 끈끈한 동지애를 나누는 시간이었다. ‘연대의 밤’은 2라운드 투쟁과 연대가 계속되는 데 좋은 영양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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