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5년의 무노조 신화를 깬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들이 첫 파업에 나섰다. 지난 13일 부산· 경남지역의 하루 파업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전국적으로 29개 센터가 파업을 했다.

1월 28일에는 경인지역의 6개 센터 노동자들이 생애 첫 파업에 돌입했다. 아침에 파업 지침을 받은 동인천센터와 부천센터 노동자들은 부천센터 앞에 집결해 ‘단결 투쟁’이라고 적힌 빨간 머리띠를 서로 묶어주며 결의를 다졌다.

오전 집회를 마치고 센터 안으로 들어가려는 파업 노동자들과 이를 막는 사측 관리자들 사이에 실랑이가 벌어졌다. 사측 관리자들은 일찌감치 문을 닫아 걸고 시민들을 검문했다. 자신들이 보기에 의심스러우면 “AS를 받으러 온 건지 확인하라”는 식으로 직원을 붙였다. 노동자들이 “나도 삼성 AS 좀 받아 보자”며 들어가려 하자, 사측은 “똑같은 몸벽보를 착용하고 단체로 움직이는 것은 불법 집회”라며 관리자·직원 들을 동원해 가로막았다.

“어떤 법적 근거로 막는 것이냐”는 질문에 부천센터 지점장은 “우리 사업장”이라고 뻔뻔하게 대꾸했다. 심지어 관리자들은 ‘노동자들을 내쫓으라’고 신고했고, 달려 온 정보과 형사들과 경찰 20여 명은 노동자들을 둘러싸 협박하고 체증해 댔다.

그러나 노동자들은 위축되기는커녕 꿋꿋이 버티면서 항의했다. 아수라장 속에서도 노동자들은 3시간가량 당당하게 몸벽보를 한 채 센터 안에서 AS를 받았다.

“하루 전에 파업할 수 있다는 말을 듣고는 가슴이 떨려서 한숨도 못 잤다. 두렵기도 하고 설레기도 했다”며 긴장했던 노동자들은 “센터 앞에서 소리도 지르고 규모 있게 집회도 하면서 억눌린 것이 풀리는 기분”이라고 했다.

엄창섭 동인천센터 분회장은 “쟁의권이 생기면서 걱정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그 걱정이 쓸데 없었던 것 같습니다. 여기 있는 우리 조합원 동지들, 너무 당당하고 멋있습니다” 하고 말했다.

저녁에는 파업 노동자 40여 명과 지역의 노조, 연대 단체들이 인천 구월동 로데오 거리에 모였다. 집회에는 투쟁을 지지하는 조합원 가족도 함께했다.

“저는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의 아내입니다. 결혼 3년차인데, 전세난에 허덕이면서 저축은커녕 한 달 겨우 버티며 살기 바빴습니다. 일은 계속 늘어나고 월급은 계속 줄어드는 회사에 문제가 많다고 느꼈습니다. 그러다가 노조가 생기면서 달라졌습니다. 남편과 저녁도 같이 먹을 수 있게 되었는데, 아직 월급은 그대로지만 전에 없던 특별 수당도 나온다고 합니다. 노조에 가입하자 회사는 이런저런 소문을 내고 협박과 회유를 했지만, 저는 남편에게 소신을 가지고 싸우라고 응원했습니다. 조합원이 더 늘어났으면 좋겠습니다.”

분노

노동자들이 전국 곳곳에서 파업하자, 그동안 ‘진짜 사장’임을 부인하던 삼성전자서비스 측은 본사 직원들을 대체인력으로 투입하는 등 파업 효과를 약화시키려 하고 있다. 동인천센터에도 대체인력 10명이 투입됐다.

그러나 사측의 탄압은 노동자들의 분노만 키우고 있다. 지난 20일 사측이 김해센터 파업에 대체인력을 투입하자, 노동자들은 이에 항의해 부산·경남지역 9개 센터에서 추가로 동조 파업을 벌이기도 했다.

노동자들은 그동안 켜켜이 쌓인 불만을 터뜨리며 더욱 투지를 다지고 있다.

“근무시간이 제일 문제였어요. 노조가 생기면서 그나마 6시 30분쯤에 퇴근하지만, 이전에는 비수기에도 9시에 퇴근하기 일수였어요. 오죽하면 ‘3백65일 5분 대기조’라는 말이 있을 정도였겠어요. 명절까지 쉬지 않고 일했어요. 삼성은 우리를 완전히 공짜로 부려먹은 것이나 다름없어요. 초과근무수당도 없고, 차량유지비, 유류비 등도 다 우리 돈에서 빠졌거든요. 상여금도 없이 무조건 ‘분당’ 임금을 일률적으로 지급했는데, 이건 말도 안 되는 거예요. 똑같은 냉장고를 고쳐도 고장 부위에 따라 걸리는 시간이 다른데, 무조건 분당 기준을 정해서 그 돈만 주는 거예요. 일을 한 만큼 주지 않은 것에 가장 분노했죠.”

“실적에 따라 평가하는데, 만약에 평가가 좋지 않으면 아침 조회 시간에 자기 비판의 시간을 공개적으로 가지게 했어요. 정말 모멸적이었습니다. 사실 우리 잘못이 아닌데도, 무조건 특정 고객의 불만을 우리 탓으로 돌린 거였거든요. 단지 AS를 한다는 이유로 ‘미안합니다’를 달고 살아야 했어요.”

“노조가 만들어지면서, 18년 만에 점심시간이 생겼어요. 이전에는 20분 동안만 김밥 1줄 먹으라고 했어요. 성수기에는 주 80시간에서 1백 시간까지 일했는데 너무 힘들었습니다.”

“오늘 부천센터, 동인천센터 조합원들이 경기지역 다른 동지들과 함께 첫 파업을 했습니다. 우리가 가슴에 묻어놓은 최종범 열사의 유언은 ‘동지들께 도움이 되고 싶다’는 것이었습니다. 삼성 자본에 맞선 지금의 투쟁이 최종범 열사가 주고 싶었던 도움 아닐까 합니다. 연대해 주신 동지들, 시민들이 관심을 놓지 않아 주신다면 끝까지 싸워서 반드시 해내 보이겠습니다.”

“해남에서부터 삼성 노동자들의 실질적인 첫 파업의 서막이 올랐습니다. 삼성의 심장부에서 우리는 투쟁하고 있습니다. 올해 반드시 임단협을 쟁취하고, 전국 6천 여명의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들이 단결할 때까지 투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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