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0원의 활자가 남긴 한국 노동자의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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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인쇄된 글자를 활자
하지만 필자는 책에 인쇄된 글자를 '활자'라고 부르는 데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 인쇄된 글자 하나하나가 말 그대로 '살아 있는 글자'가 되라는 의미라는 게 필자의 생각이다. '살아 있다'니, 글자가 말이라도 한다는 것일까?
책에 쓰인 글자들이 하는 일들을 보자. 이 글자들은 한 사람이 지니고 있는 지식을 다른 이들에게 전달한다. 또 한 사람이 느낀 감동을 다른 많은 이들이 함께 느낄 수 있게 해준다. 그뿐인가. 책에 쓰인 글자는 사람들의 마음에 용기를 불어넣기도 하고, 시대를 뛰어넘어 역사를 증언하기도 한다. 글자가 이런 일들을 하는 것을 생각해보면, '살아 있다'는 표현이 과장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지난 1년 동안 필자의 책꽂이도 이런 '활자'들로 몸피가 늘어났다.
한해를 넘기면서 새로 불어난 책들을 하나하나 머릿속에 그려본다. 모두 내 손에 들려 읽힘으로써, 지식을 주고 감동을 주면서 '활자'로서의 소임을 다한 것들이다. 이번 호에는 이렇게 지난해 여러 인연으로 만났던 책들 중에서 아마도 가장 값이 싼
왜냐하면 800원짜리인 이 책은 '활자'라는 뜻을 여러모로 짚어보게 만들기 때문이다. 그 주인공은 바로 민주노동당 학생 그룹이 펴낸
'에이파이브
그러나
필자는 이 평가들에 대해서는 크게 논평하고 싶지 않다. 오히려 강조하고 싶은 것은 책의 판매 방식이다. 필자는 이 책을 지난해 11월초 서울 종로구 대학로에서 열린 '전태일 열사의 분신 30주년'을 기리는 민주노총 주최 노동자 집회에서 샀다. 그렇다고 거창한 판매대가 있었던 것도 아니다. 판매는 주로 학생들이 집회에 참가한 노동자 사이를 오가며 이루어졌다.
필자도 집회장 주변에서 이런저런 유인물을 모으다 한 여학생에게서 이 책을 샀다
민주노동당 학생위원장 이원재
하지만 이원재 위원장은 학생 당원 숫자의 절반에도 못미치는 700이라는 책판매 숫자에 나름대로 큰 의미를 부여한다. 그는 노동자대회에서 책 한권 한권을 팔 때마다 책의 내용에 대해 알리고, 때로는 토론도 벌였다고 밝힌다. 그럼으로 해서 800원짜리 작은 책 하나가 아셈 투쟁 때 함께 하지 못했던 사람들에게, 그 투쟁의 의의와 한계를 함께 고민하게 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했다는 것이다.
그 의도는, 적어도 필자의 경우에는, 정확히 들어맞았다. 사실 많은 시민단체와 노동단체들이 준비했던 아셈 반대 투쟁에 대해 세세하게 관심을 가지지 못했다. 개인적인 사정을 좀 얘기하자면, 필자는 당시 선거중이었다. 필자가 입후보했던 전국언론노조 한겨레신문 지부장 선거가 아셈 서울 회의 직후인 지난해 10월 23일 치러졌다. 선거를 준비하느라 다른 것들에 크게 신경을 쓸 겨를이 없었다.
올 한해 필자의 책장을 채울 책들은 어떤 것들일까. 어떤 것인들 소중하지 않은 책이 있을까마는, 필자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