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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의 의료 민영화는 우리의 삶을 어떻게 파괴하는가

 이 글은 ‘영리 자회사, 원격의료, 규제 완화 … 박근혜의 의료 민영화는 우리의 삶을 어떻게 파괴하는가’를 주제로 지난 2월 4일 노동자연대다함께가 주최한 토론회에서 보건의료단체연합 우석균 정책위원장(아래 사진)이 연설한 내용을 녹취·요약한 것이다.

보건의료단체연합 우석균 정책위원장. ⓒ이미진

우리 나라의 의료비 증가율은 전 세계에서 가장 높습니다. 해마다 거의 10퍼센트씩 늘고 있습니다. 〈그래프1〉은 OECD 통계인데 2009~11년의 의료비 지출 추세가 그 전과 굉장히 다른 양상을 보입니다. 경제 위기가 오니까 의료비 지출이 갑자기 확 떨어진 나라들이 있습니다.

<그래프1> 크게 보기

대표적인 나라가 그리스예요. 그리스에서는 정부가 보건 지출을 얼마나 줄였는지 당뇨병 환자들이 인슐린을 구하지 못하는 문제까지도 생길 정도였죠.

그런데 그 와중에 한국은 2009~11년에도 의료비 지출이 계속 증가했어요. 한국 사람들이 해마다 10퍼센트씩 더 아파졌느냐? 정부는 노인들이 해마다 많이 증가해서라는데, 노인들은 다른 나라들도 많이 증가했거든요.

우리 나라가 다른 나라보다 의료비 증가율이 훨씬 더 높았던 큰 이유는 병원 수 증가입니다. 한국은 인구당 병상 수가 2000년만 해도 OECD 평균 이하였어요. 그런데 지금 8.3이에요. OECD 평균이 4.9인데요.

의료비가 굉장히 치솟은 다른 이유는 불필요한 진료, 과잉 진료, 돈이 많이 드는 진료를 엄청 해댔기 때문입니다.

OECD 통계를 보면 우리 나라 갑상선암 발병률이 OECD 평균의 10배입니다. 이렇게 많은 이유는 한국의 병원들이 갑상선암을 너무나 많이 발견하기 때문이에요.

교과서에는 ‘갑상선은 증상이 없으면 초음파도 하지 말고 뭔가 발견돼도 1센티미터 미만이면 검사도 하지 말아라’ 하고 돼 있습니다. 그런데 한국 병원들은 돈이 되니까 초음파를 해요. 그리고 초음파를 해서 뭔가 나오면 다 찔러서 검사를 하죠.

의사가 ‘갑상선암이 있는데 1센티미터 미만이라 지켜봐도 괜찮아요’ 하고 말하면 여러분들 어떻겠어요? 결국 갑상선암을 수술하겠죠.

그런데 의사가 또 이렇게 말해요. ‘건강보험 적용되는 수술을 하시면 목에 흉터가 남습니다. 그런데 로봇으로 하시면 흉터가 안 남습니다.’ 그래서 우리 나라가 갑자기 로봇 수술의 메카가 된 겁니다. 아시아 전체에 로봇 기계가 31대 있었을 때 한국에는 28대 있었습니다.

이런 상황 때문에 ‘한국 병원들이 지금까지는 비영리법인 병원이었다’ 하고 말하면, ‘에이, 한국 병원들이 무슨 비영리야’ 하는 반응이 많은 거죠.

<그래프2>

〈그래프2〉는 환자 한 명이 1년 동안 의사를 방문하는 횟수예요. 또 맨 위나 아래에서 찾아야겠죠? 한국 환자들은 1년에 13번 방문해요. 영국 같은 나라들의 환자들은 1년에 5번 가네요.

영국 같은 나라에서는 연간 방문 횟수가 10~12를 넘는 곳을 문제 지역으로 보고, ‘아, 여기는 뭔가 병이 도는 것 아니냐, 정신적으로 이상이 있는 거 아니냐’ 하며 조사에 들어가요. 그런데 한국은 나라 자체가 그 범위를 넘어설 정도로 많죠.

우리 나라는 일본과 함께 행위별수가제, 즉 병원에 많이 방문하면 할수록 돈을 많이 내는 제도를 가진 유일한 나라입니다. 예를 들어 다른 나라들에서는 중이염 같은 질병에 항생제를 1~2주 쓰고 마는데, 우리나라는 어떻게 하나요? 매일 방문하도록 하는 경우도 있죠.

병원들은 적자다, 힘들다, 이런 얘기를 계속해요. KB투자금융이 만든 자료를 보면, 회계 방식을 제대로 적용하면 실제로는 돈이 많이 남았다는 거예요. 미국 영리병원들의 평균 수익률이 4.1퍼센트예요. 그런데 우리 나라의 평균은 9.1퍼센트예요. 한국 병원들은 제조업의 2.5배가량 되는 수익률을 올렸습니다.

이러다 보니 자본이 그렇게 영리병원을 하려고 한 거예요. 그런데 2011~13년에 조금씩 변하기 시작해요. 전체적으로 병원 이용이 줄기 시작했고, 건강보험이 드디어 지난 2년 동안 흑자를 11조 원이나 냈어요. 무슨 뜻이냐? 사람들이 아파도 병원에 가지 않는다는 거죠.

흑자

이러면 ‘국민 여러분 살림살이 어떠십니까?’ 하고 묻는 게 제정신 박힌 정권이겠죠. 그런데 이 정권은 어떻게 된 게 ‘어, 병원들 살림살이는 어떠세요?’ 하고 묻더니 ‘병원 살림살이가 너무 어려워졌다, 중소 병원을 살려야 한다, 국민들도 합심해 중소 병원을 살립시다’ 이러면서 투자 활성화 대책을 내놨어요.

그런데 병원이 어떻게 돈을 벌죠? 하나는 환자들에게 돈을 받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병원에서 일하는 노동자들 임금을 줄이는 거죠. 병원 지출에서 인건비가 50퍼센트예요. 인건비를 줄이는 게 병원으로서는 굉장히 큰 일이죠.

제가 지금까지 설명했듯이 우리 나라 병원들은 돈벌이에 굉장히 열중했습니다. 그럼에도 한국에는 돈을 못 벌게 하는 거의 유일한 제도가 하나 있는데, 바로 비영리법인 제도예요. 비영리법인이 뭐냐면 돈을 벌지 말라는 얘기가 아니라, 병원에서 번 돈을 병원 안에서만 쓰게 한 거예요.

노무현 정부부터 이명박 정부, 그리고 박근혜 정부까지 영리병원을 허용하겠다고 했어요. 그런데 여론 조사를 해도 70퍼센트 이상이 반대하고 2008년 촛불 때 의료 민영화 반대 구호가 터져 나오자 다른 방식으로 하겠다고 나오기 시작했죠. 그게 바로 자회사 영리 기업화 같은 겁니다.

박근혜 정부의 민영화 정책에는 3종 세트가 있어요. 첫째, 민영화를 하면서 절대로 민영화가 아니라고 한다. 둘째, 자회사를 설립해 민영화한다. 셋째, 법을 개정하지 않고 민영화한다. 철도랑 의료랑 이 세 가지 점이 똑같아요.

자회사가 할 수 있는 부대 사업의 범위를 어디까지 넓히느냐? 지금까지 병원이 할 수 있는 부대 사업은 장례식, 구내 식당, 안경 정도였는데, 이것을 의료 기기 구매, 병원 자체 임대, 숙박업, 호텔, 의약품 개발, 화장품, 건강 보조 식품, 건강 식품, 의료 용구 개발·임대·판매, 의료 기기 개발, 온천, 목욕탕, 헬스클럽 등으로 넓히려 해요.

그런데 한 번 생각해 보세요. 자회사는 과연 누구한테서 돈을 버는 걸까요? 어쨌든 병원에 오는 사람들한테서 돈을 버는 것 아니에요?

즉, 비영리병원과 영리병원이 마치 샴쌍둥이처럼 붙어서 환자를 상대로 장사를 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게 영리 자회사 허용이라는 겁니다. 겉으로는 비영리법인이지만, 자회사를 설립해 사실상 영리법인화하는 게 본질입니다.

정부는 병원의 94퍼센트가 이미 사립 병원인데 어떻게 민영화를 더 하냐고 항변해요. 그런데 그 94퍼센트를 규제하던 제도조차 포기하겠다는 거니까, 이게 정부 기능의 완전한 포기, 즉 민영화가 아니고 뭐냐는 거죠.

2009년에 정부 보고서가 나왔는데, 전체 병상의 7퍼센트가 영리병원으로 되면 1년에 전체 의료비가 7천억 원에서 2조 2천억 원 더 늘어난다고 계산했습니다.

의료비가 늘어나면 보험료를 대폭 올리든지 건강보험의 보장성이 떨어지겠죠. ‘엑스레이? 건강보험 안 되는데요’ 이렇게 나오기 시작하면 건강보험 있으나 마나 해진다는 거죠. 그러니 건강보험 붕괴라는 걱정이 전혀 이상한 얘기가 아니죠.

정부는 재벌 병원이 참가하지 못한다고 주장하는데, 삼성이 꼭 삼성병원의 자회사를 만들 필요는 없어요. 삼성전자가 자회사를 만들어서 병원의 외부 투자자로 들어가면 되죠. 미국에서는 바로 이런 식으로 영리 치과병원 네트워크가 생겼어요.

미국은 GDP의 18퍼센트를 의료비로 써요. 그러니까 전 국민이 버는 돈의 거의 5분의 1을 의료비로 쓰면서 5천4백만 명, 전 국민의 6분의 1이 건강보험이 아예 없는 나라가 됐죠.

민영화하면 일자리가 많아진다? 미국에서 나오는 보고서들을 보면 비영리병원이 영리병원으로 전환하면 2년 사이에 30퍼센트 이상의 인력이 해고돼요. 특히 고참 노동자들을 중심으로 해고하죠. 특히 간호 인력, 임상 기술직, 임상 기사, 병리사, 방사선사, 의사들도 상당히 구조조정을 당하겠죠.

그래서 결국 병원이 돈을 많이 벌게 됩니다. 그건 맞아요. 병원 살림살이 걱정하시면 병원 자회사 설립하는 게 맞아요. 그런데 문제는 그 피해가 고스란히 의료비 폭등으로 돌아오고, 다른 한편으로 병원 노동자 해고로 돌아온다는 것이죠.

그러면 어떻게 막아야 하느냐? 노동자들이 파업을 하는 것이 가장 큰 힘이 되겠죠. 국회로 가든 안 가든 맨 마지막에 막는 건 국민들이고 그 국민들의 구심점이 될 수 있는 것은 노동자들의 파업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범국민운동본부가 결성됐는데 저는 의료 민영화를 막는 데서 병원 노동자들의 연대와 단결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봐요. 또, 지역 단위의 대책위를 만들려고 하고 있는데, 이 지역대책위는 최소한 기초자치단체까지 다 가야 하고, 동 단위까지도 가야 한다고 봅니다. 아파트 동을 말하는 겁니다. 이렇게 동 단위로까지 가면 사회보험노동조합이 있어요. 사회보험노동조합이 중요한 점은 전국 모든 곳에 다 있다는 점입니다.

우리가 민영화를 반대하지 않으면, 앞으로 10년이나 15년 후에는 정말로 아파도 병원에 가지 못하는 일이 발생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의료 민영화를 막아낼 수 있다고 보고, 영리자회사 허용 같은 꼼수로 추진하는 의료 민영화가 박근혜 정권의 무덤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