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공립대 등록금의 80퍼센트를 차지해 온 기성회비가 불법임이 드러나고 있다. 비판 여론이 거세지고 있지만, 불에 기름 붓는 격으로 교육부와 학교 당국은 기성회비를 합법화하고 교직원 노동자에게 책임을 전가할 궁리만 하고 있다.

2012년 서울대·부산대 등 8개 국공립대 학생 4천여 명이 낸 기성회비 반환 소송이 1심과 항소심에서 승소한 데 이어, 지난해 말 한국방송통신대 등 전북지역 국립대 학생 94명도 같은 내용의 소송에서 승소했다.

법원이 “기성회비가 자발적 기부단체의 회비라는 당초의 성격에서 벗어나 수업료 등 인상에 대한 … 감독을 회피하는 법적 수단으로 활용”됐다고 인정한 것처럼, 국공립대 기성회는 등록금 징수의 명분일 뿐 실체가 없는 유령 조직이었다.

만약 이런 판결이 전국의 대학 기성회에 적용된다면 학생들이 돌려받을 수 있는 돈은 13조 원이 넘는다.

그러나 법원은 모순되게도, 학생들이 국가에 물은 책임은 모두 기각했다. 모든 책임은 유령 조직인 기성회에 있다는 것이다. 기성회비를 책정하고 징수한 주체가 사실상 국가라는 것을 알면서도 의도적으로 외면한 것이다.

이 틈을 타 교육부와 새누리당은 온갖 비겁한 꼼수를 동원하고 있다.

교육부는 기성회비 쟁점을 희석시키고 학생들의 불만을 달래려고 고액 등록금의 책임이 교직원 노동자들에게 있는 것처럼 몰아갔다. 이간질을 통해 고액 등록금의 책임을 회피하려는 수작인 것이다.

교육부는 기성회비에서 지급하던 교직원 수당과 기성회 직원 임금 전체를 삭감하라고 전국 국공립대학들을 압박했고, 지난해 말에는 교육부 지침에 반발하는 국립대 직원들을 엄중 처리하겠다고 거듭 밝히기도 했다. 이것은 전체 공공부문 노동자 공격의 연장선이기도 하다.

또한 교육부와 새누리당은 기성회비의 대안이라면서 ‘국공립대학 재정회계법’ 통과를 강력하게 밀어붙이고 있다. 재정회계법의 핵심은 기성회계를 교비회계로 통합시켜 기성회비 명목을 없애는 대신 등록금 금액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다. ‘눈 가리고 아웅’인 것이다.

게다가 적립금 축적과 수익 사업을 허용하고, 총장 직선제가 폐지된 상황에서 재정 운영에 대한 총장의 권한과 대학별 자율성을 강화한다는 내용도 있어서 이 법안은 국립대 법인화와 아주 밀접한 관련이 있다. 기성회 직원의 포괄적인 고용 승계를 보장하지 않고, 공무원이 아닌 무기계약직으로 전락시키는 내용도 있다. 이 법안은 그야말로 꼼수와 책임 전가의 완결판인 것이다.

서남수 교육부 장관은 재정회계법 통과가 “시급한 사안이므로 이번에는 국립대가 일심단결해 먼저 통과를 시키고 추후 부족한 부분에 대한 개정작업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학 당국도 기성회비 문제가 학생 운동에 불을 지피기 전에 재정회계법을 통과시켜야 한다고 난리를 치고 있다.

하지만 기성회비의 대안은 국고 지원을 대폭 늘리는 것밖에 없다. 정부는 재정회계법 통과 시도와 노동자 책임 전가를 즉각 중단하고, 국고 지원을 대폭 늘려 국공립대 고액 등록금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