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이 “높은 부담, 낮은 급여”의 복지삭감 계획과 어마어마한 액수의 국민연금 적립금을 주식과 부동산에 “자유롭게” 투자할 수 있도록 하는 국민연금법 개정안을 국회에서 통과시키려 하고 있다.

정부와 열린우리당은 “급속도로 [기금이] 고갈될 위험성이 있다”(김근태 - 취임 직후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며 국민연금법을 개악하려 한다.

하지만 기금고갈론은 한참 과장돼 있다. 오히려 천문학적 규모의 국민연금 기금 적립금을 놓고 정치인들과 대기업 소유주들은 벌써부터 군침을 흘리고 있다.

올해 말이 되면 국민연금 기금의 적립액은 139조 원에 이른다. 1997년 이래 지금까지 투입된 공적자금의 총규모가 167조 원인 것과 비교하면 그 규모가 얼마나 큰지 실감이 난다.

게다가 “고갈을 막기 위한” 정부의 개정안대로라면 2035년에는 경상가격으로 1천7백15조 원, 2054년에는 5천8백20조 원에 이를 전망이다. 이 액수는 GDP의 65퍼센트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국민연금기금의 주식투자는 여러 투자제한 조치에도 불구하고 1998년 4.3퍼센트에서 2003년 7.7퍼센트로 꾸준히 늘어 왔다. 2004년 국민연금기금 중 주식투자 누적액은 14조 원에 이를 전망이다. 정부는 이번 개정안에서 주식뿐 아니라 부동산, 벤처캐피탈, 사모펀드 등 대체투자도 늘리려 하고 있다. 이미 주가가 떨어질 때 증시를 살리기 위해 투입되는 공공기금 예탁금의 90퍼센트 이상이 국민연금 기금이다.

연기금이 투기꾼들이 좌우하는 주식시장의 등락에 크게 영향을 받게 되면 주식시장의 거품이 꺼질 때마다 우리는 꼬박꼬박 내 온 연금이 하루아침에 사라졌다는 소식을 듣게 될 것이다. 한편, 주식과 부동산에 대한 연기금의 무제한적 투자는 결국 투기꾼들의 배만 불릴 것이다.

해마다 주식시장에 투자된 기금에 대한 수백억 원의 손익을 둘러싸고 논란이 벌어지고 있고, 이미 채권시장에 투자된 국민연금 기금의 수익률도 지난해보다 30퍼센트 이상 하락했다.

이번 국민연금법 개정안에는 이런 정부 계획을 가로막을 수 있는 모든 법적 장치들을 제거하는 계획이 포함돼 있다. 현재 형식적으로나마 절반 이상이 사용자들로 구성된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를 개편해서 전체 9명의 위원 중 6명을 정부와 대기업 대표들로 배정할 예정이다.

또, 주식과 부동산 투자로 연기금에 손실이 생겨도 이들은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도록 하는 법 조항을 신설하려 하고 있다.

국민연금 보험료의 절반을 기업주들이 부담하도록 하는 현행 제도 때문에 대기업주들과 한나라당이 보험료 인상에 반대하고는 있지만 끝없는 경기 침체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적당한 선”에서 대타협이 이뤄져 연금법이 개정될 수도 있다.

그러나 지난해 이탈리아 노동자들이 그랬던 것처럼 전쟁과 파병에 반대하는 투쟁과 신자유주의 정책에 맞선 투쟁이 노동계급에 의해 결합된다면 신자유주의적 연금 개혁 시도를 좌절시킬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