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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시간 수업 강제 지침 철회를 위해 싸우는 유치원 교사들

2월 초 교육부가 만3~5세 유아들에게 하루에 5시간씩 3백 분 수업을 강제하는 지침을 발표했다. 초등학교로 환산하면 만3세 유아가 8교시 정규 수업을 듣는 셈이다. 초등학교 1학년(7~8세)보다도 배 가까이 많은 양이다.

박근혜 정부는 이 지침이 무상보육을 실현하고 사교육을 줄일 수 있는 대안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하루 8교시 수업은 유아 정서 발달에 해롭다. 사실 지난해부터 시행한 누리교육과정도 이미 학습적인 요소가 많고, 방과후 과정은 사교육을 유치원 안으로 끌어들이는 효과를 낳고 있다. 아이들이 유치원에서부터 학습 경쟁에 내몰리고 있는 것이다.

전교조로 거듭나는 유치원 교사들 1월 22일 전국 유치원 교사 대회 ⓒ사진 출처 〈교육희망〉

게다가 정부 지침은 무상보육의 비용과 책임을 사실상 유치원 교사들에게 떠넘기려는 것이다.

정부는 기본교육과정 5시간에 방과후 수업까지 합쳐 8시간을 기준으로 보육료를 지원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리 되면 유치원 교사들의 노동시간과 노동강도가 늘게 될 것이다. 이미 노무현 정부 시절 시행한 온종일반, 이명박 정부 시절 시행한 방과후 교실로 유치원 교사들의 노동시간이 늘어났다. 여기에 2012년부터 병설유치원을 초등학교 행정에서 분리하는 바람에 유치원 행정을 1명 또는 2~3명이 감당해야 하는 상황이다.

특히 방과후 전담 교사가 10퍼센트도 안 되는 경기도 유치원 교사들은 주당 40시간씩 수업하고 일과 후에는 행정 업무를 처리하고 있다. 그래서 유치원 교사들은 5시간 수업 강제 지침 철회에 더해 방과후 전담 교사 확충, 행정 인력 배치도 함께 요구하고 있다.

아이들의 미래는 모든 노동자들의 문제

유치원 교사들은 정부 정책에 효과적으로 저항하기 위해 전교조에 가입하고 있다. 지난 1월 14일 전국참교육실천대회에 참가한 유치원 교사들 중 2백87명이 전교조에 가입했다.

이어서 지난 1월 22일과 28일 세종시 정부청사 앞에서 전국 유치원 교사 대회를 열었다. 1천 명이 넘는 유치원 교사들이 참가했다. 비조합원 유치원 교사들도 많이 참가했다.

집회 참가자들에게서 활력이 느껴졌다. 이들은 연사들의 연설에 크게 호응하며 박수를 보내기도 했다.

이영주 전교조 수석부위원장은 이렇게 말했다.

“유아 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따뜻한 눈맞춤과 스킨십입니다. 수업 5시간 강제 지침은 시장의 논리, 공장의 논리를 유아에게 적용하는 폭력입니다. 또한 유치원 교사들의 전문성과 자율성을 무시하고 통제하려는 정권의 폭력입니다.”

김근형 유치위원장은 이렇게 말했다. “유아교육과정 고시도 무시하며 불법적으로 강행하는 5시간 지침을, 끝까지 싸워 철회시킬 것입니다. 우리 아이들의 미래는 모든 노동자들의 문제입니다. 지지와 연대를 호소합니다.”

정부의 5시간 수업 강제 지침은 세계 최장 노동시간을 기록하는 나라에서 아이 돌봄을 국가가 책임지지 않고 노동자들에게 떠넘기려는 것이다.

우리가 원하는 것은 양질의 육아 복지다. 이를 위해서는 유치원 교사를 확충하고 열악한 노동조건을 개선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업무 스트레스와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는 교사에게 눈맞춤 돌봄을 기대할 수 있는가? 유치원 교사들의 노동시간을 늘리는 것은 답이 아니다.

5시간 수업 강제 지침은 철회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