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가 철도 파업이 끝나자마자 공무원연금 개악에 본격적 시동을 걸었다. 2월 24일까지 열리는 2014년 대통령 업무보고 자리에서 안전행정부(안행부)는 공무원연금 “개혁 필요성”을 보고하겠다고 한다. 그리고 올해 하반기 국회에서 법을 개정해 내년부터 시행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미 안행부는 “비공개적으로 전문가 집단을 꾸려 자문을 듣고 있[다.]”

개악의 구체적 내용이 당장 정해지지는 않겠지만 정부가 강도 높은 ‘개혁’을 할 것이 거의 확실시 된다. 정부는 기초연금을 비롯한 온갖 복지 공약 먹튀 논란의 화살을 공무원 노동자들에게 돌리려 할 것이다. 상대적으로 나은 처지인 공무원과 공공부문을 공격해 복지 공약 먹튀를 물타기하며 임금과 노동조건에 대한 공격을 전체 노동자로 확대하려는 것이다.

공무원연금 개악과 함께 공공부문 노동자의 임금과 노동조건을 공격하려는 ‘공공기관 정상화 대책 실행 계획’을 내놓은 것도 이 때문이다. 1월 6일 대통령 신년 기자회견에서 “공공부문 개혁부터 시작해 나갈 것”이라고 한 것은 공무원연금 개악을 염두에 둔 것이기도 하다. 

철도와 의료를 민영화하는 ‘비정상’을 행하는 박근혜 정부가 “비정상의 정상화”를 외치며 공무원연금을 ‘비정상적 특혜’라고 비난하고, 언론은 공무원연금 지급을 위해 해마다 수조 원이 들어간다며 호들갑을 떤다. 그리고 이 돈이 다른 노동자들의 세금이라며 노동자들을 이간질한다.

이간질

하지만 임금의 일부인 공무원연금을 정부가 책임지는 것은 완전히 “정상”이다. 이것이 문제라면 사용자가 일을 시키고 노동자 임금을 떼어먹는 것도 아무 문제 될 게 없다. 진정으로 “비정상”인 것은 턱없이 낮은 정부 부담률이다. 공무원이 한 푼도 내지 않는 독일 같은 경우가 있는가 하면, 프랑스는 62.1퍼센트를, 미국조차 35.1퍼센트를 정부가 부담한다. 한국은 고작 9.6퍼센트다.

정부는 국민연금과의 ‘형평성’을 들먹이며 개악을 정당화하기도 한다. 물론 공무원연금이 비교적 나은 제도인 것은 맞지만 ‘특혜’는 아니다. 지난해 〈한겨레21〉은 연금 수급자가 “받는 연금에서 자신이 이미 낸 보험료를 뺀 순연금액을 비교하면 공무원연금 가입자 ㄴ씨(1억 4천8백49만 원)가 국민연금 가입자 ㄱ씨(8천7백47만 원)보다 1.7배 많[다]”고 했다. 연금 수급 기간을 20년으로 가정하면 더 받는 돈은 월 25만 원 정도다. 만약 박근혜 정부가 ‘모든 노인에게 월 20만 원을 주겠다’고 한 공약을 지켰다면 공무원이 더 받는 돈은 고작 월 5만 원에 불과하다!

따라서 진정한 문제는 조금 나은 공무원연금이 아니라 기초연금 공약의 폐기고 용돈 수준에 불과한 국민연금이다.

한편 공무원들이 빨리 죽지 않는 게 문제라는 주장도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금연구센터 윤석명 센터장은 공무원연금을 도입한 1960년 평균 수명은 58세였는데 지금은 80세여서 큰 문제라고 주장한다. 수급 기간이 20년 이상 늘어나 적자가 커졌다는 것이다. 심지어 공무원의 “생활수준이나 사회적 여건이 나[아] 일반 국민들보다 좀 더 오래 사시는 것 같[다]”면서 비열한 이간질 술책을 부린다. “연금을 받는 기간이 20년에서 25년 이상[으로] 늘어”나 적자가 심각해진다는 것이다.

이는 무엇보다 사실이 아니다. 2000년 연금 개악 이전에는 20년 이상 재직하고 퇴직하면 곧바로 연금을 받을 수 있었다. 20살에 공무원을 시작했을 경우 40살에 퇴직하면 연금 수급권이 생겼다. 평균 수명이 지금보다 낮았지만 수급 기간이 지금보다 짧다고 하기는 어렵다. 또 공무원이 더 오래 산다는 것도 틀렸다. 2008년 공무원연금관리공단이 내놓은 ‘사망으로 인한 퇴직연금 수급권을 잃은 퇴직 공무원의 평균 사망 연령’에 따르면 교육공무원은 67.7세, 국가일반직공무원은 65.3세다. 당시 정년이 57세였던 소방공무원의 경우 퇴직 후 평균 2년 안에 사망했다!

‘고령화’가 문제라는 주장은 국민연금 개악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노동자들이 퇴직 후 금방 죽지 않아서 국가와 젊은 노동자들이 이들을 먹여 살려야 하는 짐을 지게 됐다는 것이다. 이는 참으로 우스운 주장이다. 공적 연금이 적어질수록 그만큼 사적 부양비가 늘고 공적 연금이 많아지면 부양비가 줄어든다. 결국 사회 전체로는 일정한 비용을 지출해야 하는 것이다. 문제는 어느 세대가 재정 부담을 질 것인지가 아니라 동시대에 어느 계급, 계층이 부담을 질 것인지가 핵심이다.

돈 내는 현직 공무원을 늘리는 것도 재정 문제를 해결하는 한 가지 방법이다. 실업이 큰 문제이기도 하고 다른 나라보다 턱없이 적은 정규직 공무원 숫자도 문제인데, 도리어 공무원연금 적용도 안 되는 질 낮은 ‘시간선택제 공무원’을 도입하고 ‘공무원 정원 감축’을 추진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다.

결국 노동자 부담을 늘리는 방식이 될 공무원연금 개악을 지지하는 것보다 부자·기업 감세를 철회하고 이 돈으로 더 나은 기초·국민연금을 요구하는 것이 전체 노동자에게 더 이롭다.

연가투쟁

박근혜 정부가 연금 개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언론의 공세가 계속되면서 노동자들의 불안과 걱정도 높아지고 있다. 교육공무원의 경우 나빠진 교육 환경과 연금 개악 때문에 명예퇴직 신청이 지난해보다 15퍼센트 늘어 “명퇴 재수”라는 말도 생겼다고 한다. 현장 순회 중에 만난 퇴직을 몇 년 안 남긴 한 조합원은 “연금을 개악한다는데 내가 빨리 나가는 것이 낫지 않겠냐”고 물었다. 

최근 “공무원연금 관련 조합원 의식조사” 중간 보고서에는 연금 개악 저지를 바라는 현장 조합원들의 높은 염원이 잘 드러난다. 대체로 현장 조합원들은 위기감을 크게 느끼고 있고, 올해 하반기에 법 개정이 추진될 것으로 본다. 또, 언론의 연금 개악 논리에 당장 대응하기를 바란다. 특히, 대규모 집회 이상의 투쟁, 즉 총파업이나 연가파업이 필요하다고 대답한 조합원의 비율이 예상보다 높다. 실제 파업을 하면 참가하겠다고 답한 조합원도 절반 이상이다.

중요한 것은 이런 현장 조합원의 정서를 실제 투쟁으로 조직하는 것이다.

지금 공무원노조 내 투사들은 연금 개악에 반대하는 주장을 펴 현장 조합원들의 자신감을 높이는 활동을 해야 한다. ‘철밥통’ 논리 같은 비열한 갈라치기 공세에 맞서 단결의 중요성을 강조해야 한다. 철도 노동자들이 23일간 단호하게 파업을 벌여 박근혜에 반대하는 대중적 정서의 구심을 형성하고 노동계급의 힘을 보여 준 교훈을 되새겨야 한다. 전교조 조합원들이 정부의 규약시정명령을 거부해 전교조는 물론 전체 운동의 사기를 높였던 사례에서 배워야 한다.

그러려면 공무원노조 내 투사들부터 정치적으로 무장해야 한다. 정부와 언론은 노동조합이 자기 부문의 이익에만 관심 두게 하려고 온갖 이간질 수작을 부린다. 투사들은 여기에 맞서 올바른 정치적 주장을 통해 전체 노동계급의 이익을 옹호해야 한다. 그래서 강성 우파 박근혜 정부에 맞서 ‘과연 연금 개악을 막을 수 있을까’ 하고 질문을 던지는 조합원들의 자신감을 높일 수 있어야 한다.

무엇보다 연금 개악 저지를 주요 요구로 내걸고 2·25 파업에 연가투쟁으로 참여하기로 한 결정을 실질적으로 성사시키는 데 앞장서야 한다. 이번 연가투쟁은 장차 진행될 박근혜 정부의 공무원연금 개악에 맞서는 중요한 디딤돌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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