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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노인에게 기초연금 20만 원 지급하라:
오리발에서 공세로 돌아선 박근혜

박근혜와 새누리당은 기초연금법안의 통과를 2월 국회에서 추진하려 한다. 지난 9월 첫 발표 이후 여론을 수렴해 법안을 손봤다지만 본질은 그대로다. 일부 노인들만, 그것도 국민연금을 받으면 그만큼 적게 받도록 이참에 못 박겠다는 것이다.

심지어 현행 기초노령연금과 달리 인상 기준을 국민연금 가입자 평균 소득에서 물가 위주로 바꿨다. 이 때문에 기초연금의 실제 가치는 점점 떨어질 전망이다.

여권은 공약 지키라고 하면 “왕창 퍼주자고 한다”(새누리당 정책위의장 김기현)며 아예 공세로 돌아섰다. 지난해 “공약 내용이 ‘무조건 모든 분들에게 20만 원씩 드린다’는 얘기가 아니었다”며 오리발 내밀던 것보다 더 뻔뻔해지기로 한 것이다.

때를 같이해 정부 산하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국민 다수가 정부안을 지지한다는 조작성 여론조사 결과를 내놨다. 설문지를 보면, 국민연금 받으면 기초연금 덜 받게 된다는 사실은 언급도 없고, 정부의 국민연금과 기초연금이 얼마나 좋은지 아느냐고 ‘질문’하고 있다. 설문지가 아니라 사실상 광고지였던 것이다.

여권은 모든 노인에게 연금을 지급할 필요가 없다고 말한다. 그러나 노인들은 수입이 거의 없기 때문에 상위 30퍼센트라고 해 봤자 소득인정액이 월 83만 원에 불과하다. 전혀 ‘부자 노인’이 아니다.

또한 “미래 세대에 과도한 부담”도 운운한다. 세대간 이간질 논리다. 정부가 팽개친 노인들의 생계를 당장 떠안는 것은 많은 경우 바로 그 “미래 세대”다. 또한 “국민연금 가입 기간이 길다는 이유로 기초연금까지 차등 지급한다면 젊은 세대가 제일 큰 피해를 보는 것”(청년유니온)이다.

재정 부족도 거짓말이다. 기업들이 금고 속에 쌓아둔 현금이 수백조 원이고, 이명박이 기업주들에게 감면해 준 법인세만 도로 걷어도 해마다 수십조 원을 마련할 수 있다. 김대중·노무현 정부가 감면해 준 법인세까지 걷으면 더 많다. 우파는 “이건희까지 20만 원 줄 돈이 어디 있느냐” 하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건희에게 세금부터 제대로 걷고 볼 일이다.

‘국민연금 받으면 기초연금 덜 받아도 된다’는 논리 역시 황당하다. 현행 기초노령연금은 2007년 정부가 국민연금 보험료는 올리면서도 수령액은 무려 33퍼센트나 줄인 것에 대한 분노를 달래려고 도입한 것이다. 원래 돈봉투 하나로 줄 것을 봉투만 2개로 나누면서 금액을 줄이더니, 이제는 아예 봉투 둘 중 하나만 받으라는 식이다.

자본가들의 입장에서 노인들에게는 착취할 노동력이 더는 남아 있지 않다. 그래서 여러 복지 중에서도 노동력 재생산 효과가 적은 노인 복지는 특히 아까운 것이다. 선거 때는 “경제강국 세계 10위 달성의 주인공”이라고 치켜세우지만 선거가 끝나면 나 몰라라 하는 이유다.

또 다른 이유는 공적 연금(기초연금, 국민연금 등)은 소득 재분배의 성격이 있기 때문이다. 자신이 낸 보험료를 나중에 돌려받는 식의 민간 연금으로 공적 연금을 대신할 수 없는 까닭이다. 그래서 자본가들은 공적 연금을 무력화하고 싶어한다. 신자유주의 대표 주자인 세계은행은 “의무가입 연금은 최소화해야 하는데 그래야만 자발적 저축[민간 연금]이 증가할 수 있다”고 떠든다.

실제로 유럽에서 연금 지급 시기를 늦추자, 정부만 돈을 아낀 것이 아니라 민간 보험이 흥했다. 사실상 민영화 효과를 부분적으로 낸 것이다. 지금 박근혜가 국민연금을 많이 낼수록 손해 보도록 하는 법을 만드는 것도 비슷한 저의가 있는 듯하다. 박근혜 정부의 계획이 발표되자 지난해에만 3만 명이 국민연금에서 탈퇴했다.

국민연금 탈퇴

국민연금 기금이 ‘고갈’될 수 있다고 거짓 불안을 유포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국민연금 기금은, 연금 도입 초기에 지불금이 몰리는 것에 대비하기 위한 것으로 제도가 정착하면 원래부터 ‘고갈’되도록 설계한 것이다. 그런데도 마치 나중에 기금이 ‘고갈’되면 연금을 지급받지 못할 것처럼 말한다.

이처럼 박근혜가 공약을 뒤집고 누더기 기초연금법을 통과시키려 하는 것에는 인간보다 이윤을 앞세우는 자본주의 논리가 숨어 있다. 새누리당뿐 아니라, 자본가 계급의 이익에 도전하지 않는 민주당을 믿을 수 없는 까닭이다.

실제로 민주당 김용익은 지난해까지도 ‘하위 70퍼센트가 아니라 80퍼센트까지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게다가 민주당은 이달 20일까지 법안을 마련하기로 새누리당과 합의해서 사실상 정부안이 통과될 길을 열어 줬다.

따라서 기초연금을 위해서는, 특히 연금에 민감한 공무원·교사 노동조합들이 싸워야 한다. 이는 단지 노인들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2007년 정부가 국민연금을 개악한 뒤 “형평성을 맞추기 위해서” 공무원연금법 개악에 착수한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이가 없으면 잇몸이 시리다고 했다. 기초연금을 위한 싸움은 모든 이의 연금을 위한 싸움의 전초전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