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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제 교사 제도에 관한 거짓말에 속지 말라

박근혜 정부가 ‘시간선택제’ 교사제도를 본격적으로 추진하려 한다. 1월 27일 열린 교육정책포럼에서 ‘정규직 시간선택제 교사 제도 도입 및 운영 방안’을 발표한 이선우 교수에 따르면, 당장 올해 2학기 6백 명을 시작으로 2017년까지 시간제 교사 3천6백 명이 배치된다. 전일제 교사의 시간제 교사 전환뿐 아니라 시간제 교사 신규 임용까지 강행할 태세다.

지난해 말, 전교조·교총 등 교원단체들이 크게 반발하자 도입 시기 유보 등 속도를 조절하는 시늉을 냈지만, 경제 위기의 책임을 노동자들에게 전가하려는 본심을 완전히 거둬들인 것은 아니었던 것이다.

저질 일자리를 전전하라는 박근혜 정부 ‘시간선택제 박람회’ 앞에서 여성노동자들이 정부의 시간제 일자리 확대 규탄 팻말을 들고 있다 ⓒ이미진

물론 정부는 아직까지 공식적인 발표를 미루고 있다. 그러나 이선우 교수의 정책 연구가 교육부 용역으로 진행된 점을 볼 때 정부가 도입하려는 시간선택제 교사 제도의 밑그림은 대부분 드러났다고 볼 수 있다.

이 교수의 발표를 보면, 시간제 교사는 “전일제 교사와 동등한 자격 및 지위”를 보장받는다. 그러나 시간제 교사는 하루 8시간 기준으로 주2~3일만 고용되고, 승진·보수·연금·연가 등은 고용된 시간만큼만 받을 수 있다.

거짓말

정부도 시간제 교사들의 임금 수준이 열악할 것임을 아는지라 겸직(학원강사·과외교습자·다단계 판매원 제외) 허용을 대안으로 제시했지만, ‘투잡’ 인생을 강요하는 ‘저질’ 일자리의 본질은 그대로다. 독일에서는 시간제 교사가 피자 배달을 하며 생계를 유지한다!

정년 보장 약속도 믿기 어렵다. 영어회화전문강사 제도가 도입될 때도 계약서에는 정년 보장이 명시돼 있었지만, 지난해 8월 영어회화전문강사 6백여 명이 대량으로 해고됐고 올해 2월에도 2천여 명이 해고될 위험에 처해 있다. 대선 공약을 헌신짝처럼 내팽개친 박근혜 아닌가.

임용 후 전일제 교사로 전환된다는 약속도 실현될지 불확실하다. 전일제 교원 수요가 없는 경우는 전환될 수가 없고, 일부 소수 교과목 교사들에게는 시작부터 평생 시간제 교사로 일하는 조건으로 임용에 응하라고 하겠단다.

또, 전일제 교사가 육아·간병·학업 등의 이유로 시간제로 전환하면 꼬박 3년을 시간제로 일해야 하는데, 전일제 교사 수요가 없으면 영영 되돌아올 수 없다.

“기간제 교사의 신분 불안 해소”를 위해 ‘정년이 보장되는’ 시간제 교사 제도를 도입한다는 것은 고양이 쥐 생각하는 것이다. 비정규직 교사의 비애를 또 다른 비정규직 교사 제도로 달래겠다는 억지의 “끝판왕”이다.

교사들에게 고작 이런 조건을 제시하면서 “다양한 교육과정”, “학생 맞춤형 교육과정” 운운하고 ‘질 높은 학생 교육 활동과 상담, 생활지도’를 하라니 뻔뻔스럽기까지 하다.

한편, 시간제 교사 제도 도입으로 임신·출산으로 인한 여교사의 “경력 단절 최소화”하겠다는 것은, 개별 여성들에게 육아의 주된 책임을 떠넘기고 공공 보육시설 확충 등 국가의 책임을 회피하겠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여성을 시간제 일자리나 때우는 부차적인 노동력으로 취급하는 술책이기도 하다.

시간제 일자리의 긍정적 사례로 제시되는 네덜란드·독일·영국 등에서도 앞서 언급한 저임금과 경력 전망의 불리함, 고용 불안, 교육의 질 저하, 여성에게 이중의 굴레 씌우기 등과 같은 문제점들이 드러난 바 있다.

본질

정부 측의 온갖 미사여구와 달리 시간제 교사 제도의 본질은 세 가지다.

첫째는 ‘저질’ 일자리 창출을 통한 고용률 장난치기다. 오죽했으면 새누리당 최고위원 심재철이 “’고용률 70%’ 공약을 달성하기 위한 형식적 꿰어 맞추기”라며 “정책 철회”를 요구했겠는가.

둘째, 고용 비용 절감과 고용 유연성 확보다. 저임금 시간제 교사제도가 도입되면, 전일제 교사들의 근무 조건에도 영향을 미쳐 전일제 교사들의 임금과 노동조건도 동반 하락할 수 있다. 그리고 공공부문의 고용 유연화가 성공하면 민간 부문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높아질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셋째, 시간제가 공무원·교사 등 공공부문에 집중되는 것에서 보듯 시간제 교사 제도는 공공부문에 대한 공격의 일부이기도 하다.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공공부문 일자리가 정규직과 각종 비정규직으로 분화되고 그에 따라 노동자들이 분열하면, 공공부문 구조조정에 맞서는 노동자들의 힘이 약화될 수 있다.

따라서 더 나은 교육과 더 나은 일자리를 위해서 박근혜의 시간제 교사 제도 도입에 문을 열어 주지 말고 단호하게 반대해야 한다. 정부 공격에 효과적으로 맞서려면 전체 교사 노동자들의 집단적인 행동이 필요하다. 2월 25일 민주노총 총파업에 참가하는 것이 그 하나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