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를 둘러싼 군사적 긴장이 계속되고 있다. 우크라이나를 놓고 벌어지는 제국주의 열강 간 갈등을 알렉스 캘리니코스가 살펴본다. 알렉스 캘리니코스는 런던대학교 킹스칼리지 유럽학 교수이자 영국 사회주의노동자당(SWP) 중앙위원장이다.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군사적으로 장악하자 우크라이나에 전운이 감돌고 있다. 이 위기에는 서로 다른 세 종류의 갈등이 중첩돼 있다.

첫째는 십 년 넘게 이어져 온 우크라이나 올리가르히[소련 붕괴 후 시장 자본주의로 전환할 때 부와 함께 막대한 정치 권력을 누린 집단] 무리 간의 대결이다. 이들은 지독하게 부패하고 깡패 같은 자들로, 1991년 독립 이래 우크라이나를 지배해 왔다.

둘째는 쫓겨난 대통령 빅토르 야누코비치에 맞서는 진정한 대중운동이다. 이 운동은 우크라이나 정치 엘리트 전반에 만연한 부패에 대한 사람들의 분노를 표현했다.

하지만 불행히도 이 운동은 유럽연합에 대해 환상을 품고 있다. 게다가 우크라이나에서 좌파가 역사적으로 취약한 틈을 이용해, 수도 키에프의 “예우로마이단”[유럽 광장이라는 뜻] 점거 운동에서 극우 세력이 중요한 구실을 했다. 그럼에도, 야누코비치의 퇴진을 “파시스트의 쿠데타”라고 주장하는 것은 러시아의 주장을 앵무새처럼 따라 하는 것이다. 야누코비치가 몰락한 진정한 이유는 이전까지 그를 지지한 올리가르히 일부가 지지를 철회했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셋째 갈등이자 현재 국면에서 가장 중요한 갈등은 러시아와 서방이 우크라이나를 둘러싸고 제국주의적 경쟁을 벌인다는 것이다. 이 갈등에서는 미국·유럽연합보다 러시아가 더 우크라이나에 적극적이다.

우크라이나가 유럽연합과 나토로 완전히 통합되면 서방에게 포위될지 모른다는, 러시아한테 가장 끔찍한 악몽이 훨씬 더 현실에 가까워진다. 러시아 대통령 블라디미르 푸틴은 이를 막으려고 2008년에는 조지아[이전 명칭 그루지야]와 전쟁을 벌이기도 했다.

푸틴이 크림반도를 장악한 것은 야누코비치의 퇴진으로 우크라이나가 서방 쪽으로 기우는 것에 대한 대응이다. 크림반도는 러시아한테 전략적으로 굉장히 중요한 곳이다. 18세기부터 러시아 흑해 함대가 크림반도에 주둔했다.

푸틴은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어를 사용하는 인구(크림반도 주민 대다수와 우크라이나 동남부 주민의 다수)를 보호하기 위한 조처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수도 키에프에서 의회가 러시아어를 공용어에서 제외시킨 것을 빼면, 우크라이나 내 러시아어 사용 인구에 대한 실질적 위협이 있다는 증거는 없다.

열강

푸틴은 제국주의 열강 간 지배력 다툼을 벌이고 있다. 그의 노림수는 상대편에게 약점이 있다는 것이다. 이 점에서는 아마도 푸틴이 옳은 듯하다. 유럽연합은 자신의 “규범적 권력”*을 뽐내며 유럽 동부와 남부의 주변부 나라들에 영향력을 행사한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사태 같은 위기는 유럽연합이 미국의 군사력에 의존한다는 사실을 선명하게 드러낸다.

그런데 미국은 태평양에 관심이 쏠려 있다. 지난해 가을 버락 오바마가 시리아의 아사드 정권을 상대로 미사일 공습을 하겠다고 위협하다 뒷걸음친 것을 보면, 미국은 유라시아에서 새로운 지상전을 벌일 의향이 없다.

오바마 정부는 중국이 제기하는 중대한 도전에 대응하려고 군사력을 동아시아로 옮기고 있다. 미국 국방장관 척 헤이글은 얼마 전 미군 규모를 56만 6천 명에서 44만~45만 명으로 줄이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우크라이나가 서방 동맹 체제로 편입하기를 미국이 바란다는 점에는 의심할 여지가 없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사태의 배후에 러시아와의 전쟁도 꺼리지 않는 미국 네오콘[신보수주의자들]이 있다는 일부 좌파의 주장은 완전히 헛소리다.

미국 국무장관 존 케리는 경제 제재를 가하겠다고 푸틴을 위협한다. 그러나 푸틴은 2008년 조지아 전쟁 때도 비슷한 위협이 있었지만 실제로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것을 기억할 것이다. 그때와 마찬가지로 지금도 러시아의 가장 강력한 카드는 유럽연합이 천연가스 수입의 40퍼센트를 러시아에 의존한다는 점이다.

그러나 푸틴에게 가장 큰 위험은 푸틴 자신이 벌이는 일이다. 크림반도에 대한 실효 지배를 넘어 우크라이나를 분할하려는 무리수를 둘지도 모른다. 우크라이나 동부 점령은 러시아판 이라크가 될 수 있다. 우크라이나 서부에는 오랜 민족주의 전통이 있는데, 양차 세계대전 동안 우크라이나 민중이 독립을 위해 처절하게 투쟁한 역사가 그 자양분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점령은 이를 다시금 일깨울 수 있다.

서방의 사회주의자들은 당연히 미국이나 나토가 우크라이나에 군사적으로 개입하려는 것을 반대해야 한다. 그러나 이번 사태를 보건대, 제국주의는 단지 미국의 지배로만 환원될 수 없다. 제국주의는 선진 자본주의 열강이 경제적·지정학적 경쟁을 벌이는 체제다.

우리는 이 열강 중 하나를 따르는 것이 아니라 제국주의 체제 전체에 맞서 싸워야 한다. 즉,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개입하는 것도 반대해야 한다. “[대안은] 워싱턴도 모스크바도 아니고, 바로 국제 사회주의”라는 구호가 지금만큼 적합한 때는 없었을 것이다.

출처: 영국의 혁명적 좌파 신문 <소셜리스트 워커> 2393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