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협회가 정부의 의료 민영화 정책에 반대를 표명하며 지난 3월 10일 하루 ‘파업’을 한 데 이어, 정부의 입장 변화가 없으면 오는 24~29일 6일 동안 파업을 하겠다고 선언했다.

전통적으로 새누리당 지지자가 많았던 의사협회까지 정부 정책에 반대하고 나선 것은 보건의료 분야의 대자본 편향성을 반영하는 것이다. 원격 의료와 의료 민영화 정책이 특히 그렇다.

복지 면에서 문제가 많다. 만성질환 환자들이나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이 매달 병원을 찾아가 약을 처방받는 일은 간단히 무시해 버릴 만한 불편함이 아니다. 합리적인 사회라면 이런 필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왕진이나 야간진료 등을 도입할 것이다. 정부 투자를 늘려 공공의료를 확대하면 이렇게 할 수 있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는 이런 해결책에는 관심이 없다. 대선 공약이었던 ‘4대 중증질환 전액 보장’조차 폐기한 마당에 이런 정책은 고려 대상조차 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니 화상 전화로 이를 대신하라는 것이다.

원격 의료는 심지어 산업통상자원부가 맡긴 용역 보고서에서도 효과가 거의 없는 것으로 지적돼 있다. 또한 안전성과 효과가 입증되지 않아 의료 사고를 낳을 위험이 있고, 각종 장비 구입비와 관리료 등 의료비를 높이기만 할 것이다. 원격의료로 주로 혜택을 보는 것은 삼성, SK, GS 등 대기업들이다.

영리 자회사 설립과 부대사업 범위 전면 확대, 병원 간 인수합병 허용, 신약·신의료기술 심사 완화 등을 추진하는 4차 투자활성화 대책은 전면적인 의료 민영화 정책에 다름 아니다. 박근혜 정부는 뻔뻔하게도 이미 대부분의 병원이 민간 병원이니 민영화는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자회사의 부대사업을 통한 영리 추구는 영리 병원 설립과 똑같은 효과를 낼 것이다.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격으로 사실상 자회사가 병원 운영을 좌지우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에버랜드가 삼성 전체를 쥐락펴락하는 고리 구실을 하는 것을 보라. 이는 의료비 폭등과 노동자 구조조정, 노동조건 악화로 이어질 것이다.

병원 간 인수합병 허용은 병원 간 수익성 경쟁을 격화시켜 이 과정을 촉진할 것이다. 또, 국민의 세금과 건강보험 재정이 투입된 병원을 사고팔도록 허용해 자본의 배만 불릴 것이다.

신약과 신의료기술 심사 완화는 사실상 환자들을 임상실험 대상으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건강보험 적용이 안 되는 비급여진료가 늘면 환자들이 내야 하는 의료비도 크게 늘 것이다.

원격 의료와 투자활성화 대책만이 문제가 아니다. 진주의료원 폐쇄로 수많은 환자들이 고통을 겪었고 강릉의료원, 원주의료원 민영화 계획이 나오는데도 이 정부는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대한민국 정부도 의료 민영화에 반대합니다” 하는 보건복지부의 광고가 진실이려면 당장 지방의료원 매각 계획부터 막고 진주의료원을 재개원해야 한다.

전공의

의사들의 이번 파업에는 특히 전공의들이 동참한 것이 큰 효과를 냈다. 10일에는 불참한 서울대병원·서울아산병원 등 대형 종합병원 전공의(레지던트)들도 24일부터는 파업에 동참하겠다고 밝혔다.

이처럼 파업이 대형 종합병원으로 확산될 조짐이 보이자 박근혜 정부는 한발 물러서 대화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원격 의료를 허용하는 의료법 개정안도 국무회의에 상정하지 않았다.

소속 병원의 이윤과 자신을 동일시하도록 요구받으며 혹독한 노동강도와 규율을 강요받는 전공의들의 처우개선 요구는 정당하다.

다른 병원 노동자들과 마찬가지로, 이들의 노동조건은 의료의 질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며칠 밤을 새우고 더러운 가운을 입은 의사에게 친절은커녕 기본적인 위생도 기대하기 어렵다. 미래의 ‘특권’을 미끼로 강요되는 상명하달식 교육 체계는 청년 의사들이 다른 병원 노동자들과 교류하고 연대하는 것을 가로막는다.

비록 4~5년을 병원에 머물다 떠나는 한시적인 조건일지라도 전공의들의 노동조건은 다른 병원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에도 영향을 준다. 예컨대 전공의들에게 법대로 하루 8시간 노동을 보장하려면 의료 인력이 지금보다 훨씬 더 충원돼야 한다.

이는 보건의료 노동자들이 지난 10년 내내 제기해 온 핵심 요구다. 우리는 머지않아 이들이 다른 노동자들과 함께 병원 경영진과 정부에 맞서 노동조건 개선과 의료의 공공성을 위해 싸우기를 바란다.

예전과 달리 의사들의 ‘집단 행동’에 많은 노동·시민사회 단체들이 지지를 나타내고 있다. “국민에게 피해를 주는” 박근혜 정부의 의료 민영화에 맞서 싸우고 있기 때문이다.

박근혜 정부의 의료 민영화 정책은 의사들이 더욱 병원의 이윤을 좇도록 부추길 것이다. 이에 맞선 의사들의 파업은 그 압력을 줄이기 위한 것이다.

다만, 의사협회의 대정부 요구 중 일부는 노동계급에 피해를 줄 수 있는 것들이다. 예컨대 수가 인상 요구는 공공의료 비중이 매우 낮고 정부의 규제가 취약한 상황에서 의료비를 인상시키고 그 부담을 노동계급에 떠넘기는 결과를 낳을 것이다.

의사협회가 그동안 건강보험 당연지정제 폐지 등 의료 민영화를 요구해 왔다는 점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의사 파업을 혼란스런 것으로 여기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처럼 의료 민영화에 반대하는 요구와 정부 규제에 반대하고 의료 민영화를 지지하는 요구가 공존하는 것은 의사들이 단일한 계급이 아니라는 점에서 비롯한다. 의사들 중 일부는 노동계급에 속하지만 일부는 중간계급에 속하고 소수는 자본가 계급에 속한다.

정부는 이런 이해관계 차이를 이용해 의사들의 일부를 달래고 분열시키려 할 것이다. 이 점 때문에 의사 파업의 향방을 예측하기는 쉽지 않다.

그럼에도 분명한 점은 노동계급만이 의료 민영화에 일관되게 반대해 싸울 이해관계가 있다는 점이다. 노동계급은 의료 민영화로 득을 볼 수 없고 공공성을 강화하는 것만이 유일한 이익이기 때문이다.

이 점에서, 보건의료노조가 의료 민영화에 맞선 6월 파업을 선언한 것은 중요한 의미가 있다. 의료 민영화에 반대하는 광범한 대중의 이익을 대변해 투쟁에 나섬으로써 더 광범한 지지를 결집시키는 투쟁의 구심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보건의료노조와 ‘의료민영화 저지 범국본’은 의사파업에서 확인된 광범한 의료 민영화 반대 여론에 부응해 결정적 힘을 보여 줄 준비를 해야 한다.

장호종(〈레프트21〉을 대변해서)


 이 기사는 3월 12일에 온라인으로 실린 '박근혜 정부가 의사 파업에 책임 있다'의 개정증보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