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12일 강제전보 시행지침이 철도공사 지역본부로 내려왔다. 노조는 3월 말 강제전보를 예상하고 있다.

정부는 철도노조를 무력화시킨 후 분할 민영화에 속도를 낼 목적으로 대규모 강제전보를 밀어붙이려 한다. 박근혜는 취임 1년 연설에서도 철도 민영화 의지를 거듭 밝혔다. 철도공사는 올해 예정된 물류 분할 등 분할 민영화 추진을 위해 ‘방만 경영 정상화’와 부채 감축을 명분으로 인력감축 등 구조조정을 전 직종으로 확대하는 계획도 추진 중이다.

특히 박근혜는 신흥국 위기와 중국의 경기 둔화 등으로 인해 악화되는 경제 환경에 대처해 긴축과 구조조정, 민영화를 밀어붙이고 있다. 

따라서 강제전보를 막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사측이 강제전보를 연 2회 정기적으로 실시하겠다는 계획은 인사권을 이용해 노동자들에 대한 확실한 통제권을 장악하려는 것이다. 지금까지 사측은 노조와의 합의 없이 일방적인 강제 전보를 시행하지 못했다.

사측은 강제전보라는 칼날을 휘둘러 노동자들 사이의 경쟁을 강화시켜 분열을 촉진하려 하고 이를 통해, 현장 노동자들이 사측에 맞설 힘을 약화시키려 한다. 이것이 관철되면 결국 노조 조직력 약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노동자들에 대한 대규모 정리해고까지 감행할 계획을 세우고 있는 정부에게는 여전히 조직력이 건재한 철도노조야말로 민영화 추진을 위해 반드시 제압해야 하는 가장 큰 걸림돌이다.

이미 현장에서는 강제전보에 대한 우려가 몹시 컸다. 3월 12일 철도노조 서울지방본부 확대쟁대위와 수련회에서는 여러 지부장과 현장 간부 들이 입을 모아 강제 전보에 대해 지부별 대처로 방치해선 안된다며 대응 계획을 시급히 내놓아야 한다고 강력하게 촉구했다. 이 자리에 교육자로 온 이호동 발전노조 전 위원장도 발전노조의 경험을 들어 강제전보에는 ‘초기 대응’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강제 전보

이미 사측이 조만간 강제전보를 시행할 것은 예상됐다. 이 때문에 구로차량지부는 2월 25일부터 천막 농성을 시작했다. 강제전보 명단이 나온 뒤에 투쟁을 시작하면 너무 늦다는 현장 조합원들의 올바른 지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전국의 차량 지부들도 3월 17일부터 강제전보에 맞서 천막 농성을 벌이기로 했다.

이제 강제 전보 강행이 코앞으로 다가온 이때 강제전보 반대 투쟁을 본격화해야 한다. 사측은 이미 명단을 확정한 채 발표만 남긴 상황이다. 사측이 행동을 개시하기를 기다리는 것은 더는 우리 편에 전혀 이롭지 않다. 많은 노동자들이 경험을 통해 강제전보가 시작된 뒤 싸우면 늦다는 것을 알고 있다.

특히 사측이 전직을 원하던 노동자들을 ‘희망전보’라는 이름으로 강제전보와 함께 추진하며 개별 지부들이 대처하기 어렵게 만드는 수법을 쓰고 있는데 강제전보가 시작되려는 지금은 노조가 희망 전보를 원하는 노동자들을 강력하게 설득해 막아야 한다. 그래야 노동자들이 강제전보에 맞서 단결해 싸울 수 있다.

한편 철도공사가 강제전보 시행을 본격화한 시점은 사측과 철도 노동자들 사이에 치열한 힘겨루기가 한 달 가까이 벌어지고 있는 때다.

지난 연말 파업 이후 복귀한 노동자들의 사기가 처음에 만만치 않자, 철도공사는 기회를 엿보다 2월 초 중앙선 1인승무 시범운행으로 공격을 시작했고, 곧이어 수도권 화물열차 출발검수 통합 등 구조조정을 추진하기 시작했다. 해당 지부 노동자들의 완강한 저항 때문에 사측은 한동안 대규모 강제 전보를 신속하게 밀어붙이지 못했다.

그러나 2월 25일 하루 경고 파업 이후 이 투쟁들이 더 확대되지 않자 사측의 공세가 더 강화되기 시작한 것이다. 사측은 인력감축, 일방적인 업무 배치 변경 등의 공격도 다른 지부들로 확대하기 시작했다.

철도공사는 강제전보뿐 아니라 구조조정을 통해서도 현장 노동자들을 제압하려 한다. 1인승무와 화물열차 출발검수 통합과 같은 구조조정은 다른 지부들에서는 이미 시행이 되고 있어 노조 전체의 저항을 받지 않고도 추진할 수 있다는 점을 노렸을 것이다. 게다가 사측은 철도노조 내 가장 대표적인 강성 지부들의 저항을 무력화시켜 이후 벌어질 전투에서 기선제압의 효과도 거두길 원한다.

따라서 강제전보 저지와 함께 사측이 노동자 일부분을 갈라치기 하려는 구조조정에도 함께 맞서 단결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이 현장 투쟁들을 엄호하고 다른 지부들로 확대해 사측을 강하게 압박해야 사측의 공세에 밀리지 않을 수 있다. 철도노조 중앙이 해당 지부들만의 투쟁이 아닌 노조 전체의 투쟁으로 적극 조직해야 하는 이유다.

본격화

청량리와 제천 기관사들의 격렬한 저항으로 1인승무 시범운행을 저지했음에도 안타깝게 본시행까지 저지하지는 못했다.

서울차량 노동자들은 지부 조합원 전원이 직위 해제를 각오하고 거의 한 달째 매일 사측 관리자들과 맞서고 있다. 쉽지 않은 상황이지만 그럼에도 일부 노동자들은 아직 굳건히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이런 사이 노조 중앙이 지금 투쟁하는 현장 노동자들의 열망에 충분히 부응하지 못하는 것은 아쉽다. 특히 3월 6일 확대쟁대위 때 이 투쟁들을 엄호하고 확대할 계획이 제시되지 않은 점은 매우 아쉽다.

그런데 지금 현장 투쟁을 벌이기 보다는 화물 분할 민영화 반대와 같은 미래의 본격적 전투에 노조 전체가 힘을 실어 투쟁해야 한다고 보는 견해도 있다. 각 지부들 간에 존재하는 불균등도 고려해야 하므로 전체가 함께 싸울 수 있는 사안에 힘을 집중해야 한다고 보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 벌어지는 사측의 구조조정에 효과적으로 대처하지 않으면 현장 노동자들의 자신감을 유지하기 어렵다. 무엇보다 이런 투쟁들에서 밀리지 않아야 향후 본격화될 분할 민영화 저지 투쟁에 힘있게 나설 수 있다.

현장 노동자들의 자신감과 투지는 ‘주머니 칼’이 아니어서 언제든 지도부가 그 힘을 사용하려 할 때 꺼내 쓸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지금 현장 조합원들이 사측과의 기싸움과 공격에서 밀리지 않으려고 치열하게 전투를 벌이는 이때, 힘을 모아 투쟁에 나서야 한다.

지금 정치적 상황은 그다지 불리하지 않다. 국정원의 간첩 사건 증거 조작으로 여권에서조차 국정원장 사퇴 압박이 커지며 정치적 파장이 커지고 있다. 이런 정치적 상황을 이용해 투쟁을 전진시킬 기회로 삼아야 한다.

네트워크

한편 선진적 지부장들과 현장 투사들은 타이밍을 놓치지 않고 투쟁을 효과적으로 건설하기 위해 추진해야 할 과제도 있다. 현장 조합원들의 투쟁에 중심을 둔 투사들의 네트워크 건설을 위한 노력을 시작해야 한다.

이것은 노조 내 여러 의견그룹들의 연합이나 동맹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현재 벌어지는 전환배치나 구조조정에 맞서 선진적인 투사들과 투쟁적인 현장 조합원들을 포괄하는 더 폭넓은 네트워크를 구축해야 한다. 여러 지부와 직종에 속한 노동자들이 포함된 네트워크는 각 지부들에서 벌어지는 투쟁들에 연대를 건설하고 투쟁을 확대해 가는 데 중요한 구실을 할 수 있다. 이런 네트워크가 있었다면 지난해 파업 기간에 투쟁을 전진시키는 데도, 기관사 파업을 실질화하는 데도 결정적 도움이 됐을 것이다.

아울러 현장 투사들의 네트워크는 작업장 내 혁명적 세력(조직)이 존재할 때 강력한 힘을 발휘할 수 있었다는 역사적 경험도 함께 봐야 한다. 지금처럼 경제 위기가 심각해 지배자들의 공격이 일반화되고 한 부문이나 작업장의 투쟁도 서로 양보의 여지가 없을 만큼 치열해 질 때는 부문주의가 심각한 약점이 될 수 있다. 따라서 노동계급 전체의 관점에서 일관되게 현장 조합원들의 투쟁을 고무하며 연대와 투쟁을 조직해 나가는 것이 사활적으로 중요하다. 철도 투사들이 현장 투사들의 네트워크와 동시에 이를 수행할 혁명 조직 건설에도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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