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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경제는 경착륙할 것인가?

최근 중국 경제에서 드러난 몇 가지 조짐들이 중국 경제의 경착륙을 알리는 징후이지 않을까 우려해 전 세계 지배자들이 전전긍긍하고 있다.

최근에 중국 경제에서 벌어진 일들을 나열하면 다음과 같다.

★ 태양전지 제조업체(상하이 차오리솔라)의 회사채가 디폴트(채무 불이행) 됐다.

★ 2014년 2월의 수출이 전년도 2월에 견줘 18.1퍼센트나 하락해 무역적자가 2백30억 달러 발생했다.

★ 제조업 구매자관리지수(PMI)가 50.2로 8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 철도, 도로, 항만 등 인프라를 포함한 고정자산투자가 이미 2013년 9월부터 둔화세로 접어들기 시작했다.

★ 산업생산이 지난해 11월부터, 소매 판매가 12월부터 하락하기 시작했다.

★ 중국의 경제성장이 둔화하기 시작하자 세계 원자재 시장에서 구리와 철광석 가격이 폭락하고 있다.

지금까지 많은 중국 전문가들이 중국 경제의 경착륙 가능성의 근거로 부동산 거품 붕괴, 그림자 금융, 지방정부 파산 위기 등을 꼽아 왔다. 방귀가 잦으면 똥이 나온다는 속담처럼 혹시 최근의 사태들이 중국 경제의 경착륙이 임박했음을 나타내는 신호는 아닐까?

부동산 거품

오늘날 중국 경제가 처한 위기의 직접적 원인은 2007년부터 시작된 세계경제 위기라 할 수 있다. 중국의 양대 수출시장인 미국과 유로존 경제가 불황에 처하면서, 수출 주도의 성장을 구가했던 중국 경제도 비틀거리기 시작했다. 2008년 경제성장의 급락을 막아 준 것은 4조 위안에 달하는 대규모 경기부양책과 국유 상업은행을 통한 ‘묻지마 대출’이었다. 이런 경기부양책 덕분에 중국 경제는 지금까지 세계경제를 떠받치는 버팀목이 됐지만, 과잉생산과 자산거품을 만들어 냈다.

2007년 세계경제 위기 이후 중국의 부동산 시장은 투자자들에게 한 번도 실망을 안겨 주지 않고 안정적인 수익을 보장해 주는 황금 거위였다. 이것은 중국 정부의 대규모 경기부양과 미국의 양적완화로 값싼 자금이 중국에 흘러넘쳤지만 수익성 있는 투자처는 없었기 때문이었다. 부동산 거품을 키우는 데는 거래세로 세수를 벌충하는 지방정부도 한몫을 했다.

그런데 중국의 한 언론매체는 중국의 부동산 거품의 붕괴는 시작됐거나 시작되기 일보직전이라고 지적했다. 베이징 같은 1선 도시들에서도 부동산 거래가 감소하고, 3·4선 도시들은 건물 입주율이 낮아 유령도시로 변모하고, 싱예은행처럼 부동산에 대한 은행의 자금공급이 축소되고, 중화권 최대 부자인 리자청이 부동산 시장에서 철수하는 등의 사실들이 증거로 제시됐다. 1929년 대공황 전에도 플로리다 부동산 거품이 있었고, 1990년대의 장기불황 전에도 일본의 부동산 거품이 있었고, 이번 세계경제 위기 전에도 미국과 유로존에서 부동산 거품이 있었다. 중국판 부동산 불패신화는 계속될 수 없을 것이다. 다만, 거품이 붕괴하기 전까지는 정상적인 것처럼 보일 뿐이다.

중국의 부동산 거품 이면에는 과잉투자와 수익성 하락으로 고전하고 있는 생산 영역이 존재한다. 철강산업은 연간 10억 톤을 생산할 설비를 갖고 있지만 철강 수요는 7억~8억 톤에 불과해, 과잉설비가 30퍼센트나 된다. 태양전지 산업은 중국 정부의 전략적 지원으로 급성장했지만 수요 부족으로 가동률이 50퍼센트에도 이르지 못한다. 그 외에도 자동차, 시멘트, 선박 등의 분야도 과잉설비와 수익성 하락의 문제에 봉착해 있다.

설비투자 과잉과 수익성 하락은 기업의 부채를 크게 증대시키는 것으로 이어졌다. 스탠다드 앤 푸어스는 중국 기업의 부채 규모를 12조 1천억 달러로 추정하면서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고 지적했다. 또, JP모건은 중국 기업의 부채 증가 속도가 경제성장 속도보다 빠르며, 2008년 국내총생산(GDP)의 92퍼센트에서 2012년 1백24퍼센트로 5년 동안 30퍼센트가 증가했다고 지적했다.

기업의 부채 증가와 과잉설비로 인한 수익성 하락 그리고 신용팽창에 대한 정부의 규제가 결합되면서 최근 중국의 실질금리는 상승하고 있고, 이것은 더 많은 기업들을 디폴트 위기로 내몰 것이다. 최근 일부 신탁회사에서 판매한 투자상품 증권들이 투자대상 기업의 파산으로 휴지조각으로 바뀌고 있다. 중국 국무원이 추정하고 있는 그림자 금융의 규모는 46조 위안인데, 그중 23퍼센트 정도를 신탁회사가 운용하면서 부동산 개발과 석탄, 철강, 태양광 등에 투자하고 있다. 그런데 실물 부문에서의 과잉투자가 투자기업 몰락과, 신탁회사가 판매한 투자상품의 디폴트로 이어지고 있다.

(위) 중국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추이, (아래) 중국 GDP 대비 부채비율 ⓒ노동자 연대

자금 경색

중국 금융시장의 이상 징후는 2013년 6월과 12월에 은행 간 단기금리가 폭등하면서 조짐이 보였다. 그때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긴급 자금 3천억 위안을 제공함으로써 자금 경색을 일시 누그려뜨렸다. 당시 골드만삭스는 이런 자금 경색 현상이 계절적 요인과 시중은행 예탁금의 일시적 감소 때문이라고 설명했지만, 도이체 방크는 “중국이 1998년 러시아 디폴트 당시와 유사한 재정위기 신호를 보내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런 자금 경색은 경제가 경착륙하기 전에 나타나는 전형적인 현상이다. 대규모 투자를 한 기업들이 생존을 위해 자금이 필요하고 이 때문에 금리는 상승한다. 또한 금리 상승은 더 많은 기업들을 디폴트 위기로 내몬다. 기업의 수익성 악화와 그로 인한 디폴트 위기는 기업에 대출을 해 준 그림자 금융과 은행들의 위기로 전염된다.

중국에서는 1990년대 말과 2000년대 초반에 이와 똑같은 양상이 나타난 바 있다. 그 당시 국유 상업은행들은 국유기업에 대한 대출이 부실로 드러나면서 좀비은행으로 바뀌었고, 금융자산관리공사를 통한 대규모 자금 지원으로 정상화됐다.

물론 최근에 두 번의 단기금리 급등이 나타났다고 해서 중국 경제가 곧장 위기로 이어진다고 단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여러 가지 가능성들이 존재하고, 또 정부와 중앙은행이 시장에 개입할 수 있는 다양한 정책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최근 중국 은행감독관리위원회는 2013년 은행의 불량 대출률이 1퍼센트에 지나지 않았고 은행업의 이익 증가율이 다른 업종보다 높다고 진단했다.

그러나 이는 금융부문의 실제 흐름과는 동떨어진 진단일 수 있다. 실제로 중국 은행업의 이익 증가율은 3년째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고, 그 주된 이유는 악성 부채 때문이다. 또한 부동산 대출과 기업 대출이 지금으로서는 회수 가능한 대출처럼 보이지만 한순간에 악성 부채로 돌변할 수 있다.

단기금리의 급등처럼 불안감을 보이는 금융시장에 대해 중국 정부가 택할 수 있는 마땅한 대응책이 사실상 없다는 점이 더 큰 문제일 수 있다. 이미 많은 자금이 풀린 상황에서 시장에 자금을 더 공급한다면 자산 거품을 더 키울 수 있다. 경기 둔화를 막기 위해 금리를 인하하는 것도 투자의 확대가 아니라 값싼 자금의 증대와 자산 거품으로 이어질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금리를 인상하고 그림자 금융을 억제하는 정책은 더 많은 기업들을 디폴트로 내몰면서 경제성장을 억제할 것이다.

부채 리스크

중국 경제 위기의 뇌관 중 하나로 자주 지목되곤 하는 것이 바로 지방정부의 부채 문제다. 2013년 중국 심계서(한국의 감사원에 해당)가 발표한 지방정부의 부채는 15조 위안에서 18조 위안으로 중국 GDP의 30~35퍼센트 수준이다. 여기에 중앙정부의 부채까지 포함하면 GDP의 60퍼센트 수준에 이른다. 미국이나 일본 또는 유로존 국가들의 부채 수준과 비교해 보면, 중국의 국가부채 규모는 작은 수준이라 할 수 있지만 그 증가 속도는 매우 빠르다. 또한 기업 대출 부실로 인한 국유 상업은행들의 잠재적 부실까지 고려하면 중국 정부의 부채 규모는 결코 안정적이라 할 수 없다.

얼마 전 메릴린치가 발표한 보고서 ‘중국의 신용위험’은 향후 12~18개월 내에 중국에서 금융 위기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하고 있다. 메릴린치 중국법인 투자전략가인 데이비드 추이는 “금융 위기의 가장 확실한 선행지표는 GDP 대비 부채 비율”인데, “중국의 GDP 대비 부채 비율은 지난 5년간 1백20퍼센트에서 2백 퍼센트로 급등했다”고 밝혔다. 중국 사회과학원 금융중점실험실 류위후이 연구원도 중국 비금융부문의 부채가 GDP의 2.2배로 감당하기 힘든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중국의 정부부문 부채는 GDP의 60퍼센트가 넘고, 기업 부채는 GDP의 1백20퍼센트를 넘었고, 정부와 비금융 기업 그리고 가계의 전체 부채는 GDP의 2백 퍼센트가 넘는다. 최근 몇 년 동안 중국 정부가 경기부양책을 위해 많은 자금을 경제에 쏟아부었고, 그 덕분에 실물 부문에 비해 신용이 크게 증대했다.

부동산 거품이 계속 확대될 수 없다는 점 말고도 비금융 부문의 기업 수익성이 하락하고 있다는 사실이 중국 경제를 더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중국 공기업의 이윤 창출 능력은 5~6퍼센트로 전 세계 평균의 절반에 불과하지만 기업의 부채는 두 배나 되기 때문에 서방 기업과 비교한 중국 기업의 실제 부채 부담은 3~4배나 된다.

중국은 3조 8천억 달러의 외환보유액을 자랑하고 세계 제1의 무역 대국이니만큼 금융 위기나 경착륙에 빠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자주 제기된다. 또, 중국 경제에서 이런 문제들이 드러났으니 이로 인해 경착륙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기묘한 논리도 존재한다.

중국 정부가 경제의 경착륙을 막기 위해 내놓을 수 있는 정책적 수단들을 미국과 유로존 국가들에 비해 더 많이 갖고 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중국 경제가 당장에 경착륙하지는 않겠지만 그 가능성은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점점 커져가고 있다. 중국 경제의 경착륙 가능성이 높아져 가는데도 새로 출범한 시진핑·리커창 체제가 취할 수 있는 대책들은 별반 실효성이 없어지고 있다. 왜냐하면 중국 경제의 문제는 정책 실패가 아니라 체제의 실패에서 비롯한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