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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규직 교사의 시간제 우선전환 꼼수부터 막아야 한다

박근혜 정부의 ‘저질’ 시간제 일자리 정책이 학교를 공격하고 있다. 지난 3월 7일, 교육부는 시간선택제 교사제도를 밀어붙이려고 ‘교육공무원 임용령’ 등 관계 법령 개정안을 입법예고 했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공포된 날 곧바로 시행된다. 오는 6월 기존 정규직 교사의 시간제 전환 신청을 받아 당장 9월부터 학교에 시간제 교사를 배치하겠다는 계획을 강행하려는 수순인 것이다.

‘교원의 임용, 보수’ 등에 관한 사항은 법률로 정하도록 돼 있지만 정부는 헌법, 법률 등 상위법 준수와 같은 겉치레를 걷어치운 지 오래다. 이미 전교조에 ‘법외노조’ 칼을 들이밀 때도 위헌을 무릅쓰고 시행령을 통해 공격했다.

교육부의 법령 개정 이유는 “육아·간병·학업”으로 인한 경력 단절을 막고 “학교별 특성에 맞는 교육과정[을] 운영”하며, 수업시수가 적은 과목 개설로 “학생들이 원하는 수업”을 제공하겠다는 것으로, 뻔뻔스럽고 역겹기가 짝이 없을 정도다.

교육부의 후안무치한 변명과 달리, 주 2~3일 고용되는 시간제 교사는 안정적 육아·간병·학업을 병행하기가 쉽지 않다. 이런 사유로 휴직을 하는 교사들에게 필요한 것은 일과 육아·간병·학업 등 두 가지 일에 허덕이도록 강요하는 시간제 일자리가 아닌 정부의 책임 있는 지원이다.

시간제 일자리는 특히, 교직의 다수를 이루는 여성 교원들을 부차적인 노동력으로 취급하고, 공공 보육시설 확충 등 국가의 책임을 회피한 채 여성들에게 주된 책임을 떠넘기는 교활한 술책이다. “여성 교원의 경력 단절 없는 교육복지 실현”이라는 정부의 거짓말이 먹히지 않아, 여성 교원의 90퍼센트가 시간제 교사제도 도입에 반대한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나올 정도다.

이런 시간제 교사제도가 도입되면 “학교별 특성에 맞는 교육과정”을 보장하기는커녕 교육과정이 시간제 교사제도의 불안정한 특성에 맞춰지는 ‘비정상적’ 교육이 일어날 것도 뻔하다. 시간제 교사제도를 도입한 일본에서는 시간제 교원제도가 유발하는 업무 비연속성으로 인해 담임교사 부족, 수업시수 파행, 행정업무 지체, 학교행사 진행 차질과 같은 문제로 교육과정이 왜곡되고 있다.

시간제 교사제도로 감당하기 어려운 업무가 전일제 교원에게 집중되면, 기존 교사들의 업무 부담이 증가해, 학교 교육의 질이 하락할 위험이 높아지는 것도 심각한 문제다.

정부는 “수업과 생활지도에 충실할 수 있는 교육[에] 전념[할 수 있는] 여건 조성”을 이야기하지만 일주일에 고작 15~25시간만 고용되는 시간제 교사들은 열악한 임금으로 고통받고 생계유지를 위해 ‘투잡’ 인생을 살아야 한다. 교육부 용역으로 진행된 시간제 교원 관련 연구에서도 열악한 임금 수준을 만회할 대안으로 겸직 허용을 제시해 사실상 ‘투잡’ 인생을 인정한 바 있다. 피자 배달하랴, 수업 준비하랴 힘든 독일 시간제 교사의 ‘투잡’ 고역이 남의 일이 아닌 것이다.

이처럼 열악한 조건을 강요하면서 “다양한 교육과정”, “학생 맞춤형 교육과정” 운운하고 ‘질 높은 학생 교육 활동과 상담, 생활지도’를 하라니 뻔뻔함의 도가 지나치다. 학생들이 이런 교육을 원한다는 정부의 말을 누가 믿겠는가.

당장 9월 현직 교사의 시간선택제 전환 후 남은 빈자리를 ‘정규 교사’로 채울지도 미지수다. 법령 개정안에는 “임용권자는 시간선택제 전환교사로 전환하고 남은 빈자리에 교사를 임용할 수 있다”라고 명시되어 있는데 이것은 강제 규정이 아니다. 멀쩡한 정규직 일자리를 반토막 내어 비정규직 일자리를 늘리게 될 공산이 크다.

2013년 11월 26일 시간선택제 박람회장 앞에서 시간제 일자리 정책에 항의하는 전교조 교사들 ⓒ이미진

저질 일자리

다른 한편, 전일제 교사가 시간제로 전환되었다가 “교육과정 또는 정원관리 운영 등으로 인해 재전환 허용이 어려운 경우”가 발생하면 시간선택제 전환교사로 계속 남아 있어야 한다.

신규임용자의 일부는 원천적으로 전일제 전환이 차단되기도 하고, 공무원 연금을 적용받을 수 있는지 여부도 아직 불확실하다.

필자가 본지 120호에도 기고했듯이, 정부 측의 온갖 미사여구와 달리 시간제 교사 제도의 본질은 세 가지다. 첫째 ‘저질’ 일자리 창출을 통한 고용률 장난치기, 둘째 고용 비용 절감과 고용 유연성 확보, 셋째 공공부문 긴축을 위한 공격이다. 이에 덧붙여, 시간제 교사제도는 노동계급의 자녀들을 더욱 열악한 교육환경으로 내모는 계급 차별적인 것이기도 하다.

경제 위기가 심화돼 물러설 곳이 없는 정부는 현직교사의 시간선택제 전환을 유도하고, 신규 교사는 올해 12월 채용 시험을 통해 내년에 배치한다는 꼼수를 부리고 있다. 따라서 당장 9월에 도입되는 정규직 교사의 시간제 전환부터 막아야 한다. 전교조는 “교육부가 현장의 의견을 무시한 채 강행한다면 대대적인 저항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이 경고가 현실이 되려면, 교사들의 광범한 불만을 모아 대규모 단체행동을 조직해야 한다.

강성우파이긴 하지만 박근혜 정부가 시간제 교사제도를 자신감 있게 밀어붙이는 상황은 아니다. 2013년 11월까지만 해도 당장 올 초부터 시간제 교사 6백 명을 신규 채용할 계획이었지만 시기를 은근슬쩍 내년으로 미뤘다. 민주노총, 전교조 등 노동계가 크게 반발하고 ‘저질’ 일자리와 ‘저질’ 교육환경을 강요하는 것에 대한 여론의 반대를 의식한 것이다.

철도 및 의료 민영화, 공공부문 구조조정, 통상임금 개악, 비정규직 등 여러 부문에서 투쟁 전선이 형성돼 거듭 노동자들의 반발과 저항에 부딪히는 상황에서 시간제 교사제도에 대한 반발까지 대응해야 하는 등 녹록치 않은 상황이기도 하다.

공공부문에 대한 공격이 민간부문으로 확산될 것이라는 위기감 때문에 시간제 일자리에 대한 민간부문의 반발도 만만치 않고 여론도 우리에게 호의적이다.

교사들이 투쟁의 문을 열어젖힌다면 공공부문 노동자들을 비롯한 전체 노동자들의 연대가 확산되고 사회적 분위기가 달아오르면서 시간제 교사 제도를 막아낼 힘을 형성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