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공사는 4월 초 대량 강제전출을 강행할 예정이다. 상반기에만 무려 1천여 명이 대상이고, 이를 연 2회 정기적으로 시행할 계획이다.

노동자들은 강제전출이 “가정과 생활을 파괴하는 비인간적 짓”이라며 크게 분개한다. 철도 노동자들의 상당수는 교번제 근무, 교대제 근무 등으로 출퇴근 시간도 불규칙적인데다 휴일근무도 잦다.

그런데 강제전출로 연고도 없는 낯선 지역으로 발령을 받으면, 가족과 떨어져 지내야 하거나 출퇴근 시간이 갑절 넘게 늘어나 생활이 망가질 것을 우려하는 것이다. 갑작스럽게 생활 조건과 근무 환경 등의 변화에 적응하는 것은 누구에게나 보통 스트레스가 아니다.

가장 극단적인 사례는 KT다. KT의 상시적인 강제전출 프로그램은 해마다 노동자 수십 명씩 돌연사, 각종 질환, 자살 등의 죽음으로 내몰았다.

노동자들에게 이렇게 큰일인데도 “아무런 설명도 없이, 납득할 만한 이유도 없이 달랑 문자 하나로 전출대상을 통보받으면 배신감과 억울함”에 치를 떠는 것이 당연하다.

강제전출 명단에서 자신의 이름을 확인한 한 노동자는 “심장마비가 올 것 같았다”고 말했다. 노동자들은 “내가 왜 퇴출 대상인가. 한평생 철도에 몸과 마음을 바쳐 온 나와 직장동료에게 왜 ‘무능’ 딱지를 붙였는지 밝혀라!”, “쌍용차 노동자들이 정리해고 문자를 받았을 때 심정을 알겠다” 하고 말한다.

길닦기

안전은 뒷전, 민영화와 보복엔 혈안인 철도공사 3월 24일 ‘강제전출ㆍ노조탄압 규탄 철도노조 결의대회’. ⓒ이미진

철도공사는 인력의 효율적 운영과 방만함 개선을 위해 강제전출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철도 현장은 방만하기는커녕 극도의 인력 부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강제전출은 숙련 노동자를 새로운 환경으로 보내, 기존에 쌓은 숙련도를 소용 없게 만들고 철도 안전을 파괴하는 매우 위험한 일이기도 하다.

20년차 기관사 한 명은 “내가 운행하는 노선은 눈 감고도 할 수 있다. 그러나 나를 다른 지역, 노선으로 보내면 1년차 부기관사만큼도 잘 해낼 수 없다” 하고 말한다.

많은 노동자들이 지적하듯이, 강제전출은 또한 현장 통제를 강화하려는 것이다. 오랫동안 한 지부에서 동료들과 맺은 관계를 파괴해 단결력을 약화시키고, ‘관리자들 눈 밖에 나면 날려 버린다’는 위협으로 인원 배치의 칼자루를 사측이 쥐겠다는 것이다.

사측이 계획대로 6개월에 한 번씩 대규모 강제전출을 한다면 현장 노동자들이 노동조건 악화에 맞서 강력히 저항하기가 어려워질 수 있다.

대규모 강제전출은 또한 지난해 파업에 대한 치졸한 보복이자, 앞으로 계속될 분할 민영화를 위한 길닦기다.

심화하는 경제 위기 때문에 박근혜와 지배자들은 공공부문을 집요하게 공격할 것이다.

특히, 올해 추진할 예정인 물류 분리는 3천 명이 넘는 노동자들을 떼어내 자회사로 보내는 것이 관건이다. 노동자들이 격렬히 반발할 일이므로 지배자들은 노조의 조직력을 최대한 약화시킨 후 추진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생각할 것이다.

따라서 분할 민영화 저지를 위한 본격적인 투쟁에 앞서 강제전출을 막아내는 것은 이후 투쟁을 대비하는 데도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