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시스트 정당들은 수년 동안 숨겨 왔던 유대인 배척이라는 오물을 다시 꺼내 들고 있다. 왜 그들이 지금 그럴 자신감을 얻는지, 그 이데올로기는 어떻게 작용하는지, 그리고 좌파와 인종차별 반대 운동은 점차 커지는 이 위협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를 롭 퍼거슨이 살펴본다.


1월 26일 우파 2만 명이 프랑수아 올랑드가 이끄는 사회당 정부에 반대하며 파리 시내를 행진했다. 자신들의 시위를 ‘분노의 날’이라 부르며 국방비 삭감, 범죄 증가, 높은 세금, “가족 파괴”[동성 결혼 합법화] 등을 놓고 정부를 비난했다.

그러나 이런 정식 이슈 외에도 이날 행진에서 눈에 띈 것은 소름 끼칠 정도로 노골적인 유대인 배척을 표출한 대열이었다. 이 ‘분노의 날’ 시위는 ‘국제 홀로코스트 희생자 추모의 날’(이 날은 프랑스에서 ‘쇼아’라고 부르는데, 히브리어로 재앙이라는 뜻이다)을 하루 앞두고 벌어졌다. 

행진 대열 중 2백 명에 달하는 파시스트 무리는 “쇼아! 쇼아! 하하하!” 하고 외쳤다. 또, 어떤 자들은 프랑스에서 홀로코스트 부인자로 악명 높은 로베르 파우리송을 예찬했다. “파우리송이 옳다! 가스실은 전혀 없었다!” 유대인 배척 ‘개그맨’ 디유도네가 퍼뜨린 하향 파시스트 경례*를 하는 자들도 곳곳에서 볼 수 있었다.

이는 당일 행진 지도부와 무관한 일부 개인들의 일탈 행위가 아니었다. 이민자 적대와 무슬림 혐오로 가득한 이날의 우파 행진 속에서 골수 파시스트들이 주도권을 쥐려고 한 행동이었다.

극우 세력 안에서 유대인 배척이 성장하고 있다. 유대인 배척은 동유럽에서 가장 두드러지지만 더 광범하게 퍼지고 있다.

헝가리에서는 나치인 요빅당[‘더 나은 헝가리를 위한 운동’]이 2010년 총선에서 16퍼센트를 득표해 이제는 제3당이 됐다. 요빅당의 원내부대표는 유대인들이 “국가 안보를 위협”한다며 모든 유대인을 국가에 등록시켜야 한다고 주장했고, 그 당 소속 유럽의회 의원 후보는 “유대인들과 무장 투쟁”을 벌이자고 주장했다. 요빅당은 2월에는 예전에 유대교 회당이 있던 곳에서 선거 유세를 했다. 헝가리 유대인 12만 명은 이를 보며 역사가 반복될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떨었다. 1944년 히틀러의 “최후 해결책”[유대인 말살 정책]이 절정에 달한 기간에, 불과 8주 만에 헝가리 유대인 43만 7천 명이 살해당했다. 헝가리 경찰과 관료들은 자기 구역의 유대인들을 아우슈비츠로 이송했다.

요빅당이 선거 유세를 한 바로 그 장소 한 켠에는 “에스테르곰 유대인 시민 5백 명이 … 1944년 6월 5~6일 나치 죽음 수용소로 이송됐다”는 문구가 적힌 추모비가 있었다.

이웃 나라 우크라이나에서는 파시스트인 스보보다(자유당)가 일부 지역에서 40퍼센트를 득표했고 [대통령 야누코비치를 쫓아낸] 마이단 시위에서 주도적 구실을 했다. 스보보다 지도자 올렉 탸그니복은 모든 유대인 단체를 금지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인터내셔널 비즈니스 타임스〉는 다음과 같이 보도했다. “탸그니복은 또한 ‘유대인 조직’이 우크라이나 언론과 정부를 장악했으며 범죄 행각을 통해 돈을 벌었고, 우크라이나 기독교인들을 상대로 인종청소를 준비중이라고 주장했다.”

죽음의 수용소

그리스 황금새벽당의 지도자 니콜라오스 미할롤리아코스는 가스실과 죽음의 수용소가 존재했다는 사실을 부인한다. 제2차세계대전 중 그리스 유대인 인구의 81퍼센트였던 7만 명이 가스실에서 죽었는데도 미할롤리아코스는 이를 부인하는 것이다. 

“비니차의 마지막 유대인” 제2차세계대전 중 우크라이나 비니차에서 독일 병사가 유대인을 총살하고 있다.

유럽 전역에서 파시스트와 우익들이 갈수록 유대인 배척을 드러내고 있으므로, 우리는 유대인 배척의 부상 및 인종차별 반대 운동과 좌파의 올바른 대응 전략을 세워야 한다.

유대인 배척 확산이 무슬림 혐오와 로마인·이주민에 대한 인종차별이 확산된 것과 무관하지 않다는 점을 이해하는 것이 핵심적으로 중요하다. 유럽의 정부들과 제도권 정당들이 조장한 무슬림 혐오와 인종차별이 기승을 부린 덕분에 극우는 자신의 지지 기반을 다질 수 있었다.

프랑스에서 최근 유대인 배척이 대두한 것은 무슬림 혐오와 아랍인 인종차별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대가다. 비극이게도, 프랑스 좌파는 대부분 정부가 학교와 공공장소에서 [여성들의] 베일 착용을 금지하는 것에 맞서지 않았다.

이스라엘을 적극적으로 옹호하는 사람들이 취하는 입장은 봐 주기 안쓰러울 정도로 형편없다. 프랑스는 유럽에서 가장 큰 유대인 공동체가 있다(50만 명 이상). 그런데 프랑스의 유대인 협회 대표인 리차드 프라스퀴에는 좌파의 “이스라엘 혐오”를 가장 큰 문제로 본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자칭 시온주의* 반대자들이야말로 오늘날 유대인 때리기의 새로운 전형이다.” 그러면서 “국민전선[프랑스의 대표적인 파시스트 정당]이 더는 유대인 배척을 주되게 내세우지 않는다” 하고 안심했다.

헝가리에서는 정부가 공개적으로 로마인 인종차별을 부추겼다. 집권당인 청년민주동맹당(Fidesz)의 창립자이자 총리 빅토르 오르반의 친구인 잘트 베이어는 다음과 같이 썼다. 

“집시는 대부분 국민들 사이에서 살기에 적합하지 않다. 그들은 짐승이다. 단언컨대, 이 짐승들은 존재해선 안 된다. 어떤 수단을 동원해서든 지금 당장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2010년 총선 선거운동 기간에 요빅당은 로마인들이 “범죄”를 저지르고 복지를 축낸다고 비난했고, 유대인들이 금융 위기 덕분에 돈을 번다며 로마인들의 “동맹”이라고 비난했다.

1980년대 이래 파시스트 정당들은 전략을 바꿨고 그 때문에 많은 좌파들이 무방비 상태에 빠졌다. 프랑스의 대표적 파시스트인 장-마리 르펜과 그의 딸 마린 르펜은 표를 얻고자 “존경받을 만한” 인물로 이미지를 바꾸었다. 이를 위해 홀로코스트를 부정하는 주장을 이전보다 누그러뜨리고 나치식 경례도 줄였다. 파시스트들의 주된 무기가 무슬림 혐오로 바뀌면서 마린 르펜, 영국국민당(BNP) 닉 그리핀과 영국수호동맹(EDL) 등 유럽의 일부 파시스트들은 “이스라엘의 친구”를 자처하기까지 했다.

이런 기회주의는 파시스트들이 무슬림을 주되게 마녀사냥하면서 기반을 다지려 하는 더 큰 전략의 일부였다. 그리핀은 홀로코스트를 부정하고 공개적으로 유대인 배척을 내세웠다간 BNP의 선거 승리는 날아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그는 그 전까지 자신이 무수히 홀로코스트를 부정하며 했던 말을 단 하나도 철회하지 않았다. 심지어 우크라이나의 스보보다도 서방 언론 앞에서 이미지를 관리할 필요가 있을 때는 자신들이 유대인 배척이 아니라고 말한다.

유럽 파시스트들이 단지 이데올로기적 향수 때문에 유대인 배척을 꺼내 드는 것은 아니다. 경제·정치 위기가 가장 극심한 나라들에서 유대인 배척이 가장 기승을 부리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그리스·헝가리·우크라이나에서는 경제가 재앙적으로 몰락했다. 실업률이 치솟았다.

헝가리에서는 2008년 금융 위기 전에 주택담보대출의 3분의 2가 스위스 화폐(스위스 프랑)로 이뤄졌다[대출금을 갚을 때 스위스 프랑으로 갚아야 한다는 뜻이다]. 그런데 [금융 위기로] 하룻밤 새 헝가리 화폐(포린) 가치가 폭락했고 대규모 주택 압류가 뒤따랐다. 2013년 5월 요빅당은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열린 세계유대인총회(WJC) 밖에서 “유대인들이 헝가리를 통째로 사들이려 한다”며 시위를 벌였다. 이는 금융 위기뿐 아니라 홀로코스트로 가족과 집을 잃은 헝가리 유대인들에게 정부가 주는 (쥐꼬리만한) 보상금도 겨냥한 것이었다.

미국 유대인위원회 지도자 데이비드 해리스가 그리스를 방문했을 때 황금새벽당은 다음과 같은 입장을 냈다. “이 자가 연대감을 느끼는 사람들은 오직 그의 동포들뿐이다. 바로 깡패처럼 그리스인들을 욕보이고 있는 국제 대부업자 집단 말이다. … 유대인이 흘리는 악어의 눈물 따윈 우리에게 필요 없다.”

우크라이나는 2008년 위기로 세계 철강 가격이 떨어지자 큰 타격을 입었고, 해외 차관 때문에 빚이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경제는 15퍼센트 수축했고, 화폐 가치는 40퍼센트나 떨어졌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스보보다 지도자는 “유대인 조직” 운운하며 지지를 끌어모을 수 있었다.

파시스트들은 자신들의 무기고에서 유대인 배척이라는 무기를 없애는 것을 항상 주저할 것이다. 파시스트들에게는 금융 기관과 대기업에 대한 분노를 표출할 수는 있지만 그 분노가 자본주의 체제 자체로 향하는 것은 차단할 수 있는 이데올로기가 필요하다. 유대인 배척과 “유대인 금융자본”이라는 생각은 로마인이나 무슬림이 대신할 수 없는 것이다.

 국가 정체성

 유럽 파시스트들은 역사적 딜레마에도 봉착해 있다. 프랑스 비시 정부처럼 제2차세계대전 이전 유럽의 반동적인 정권들은 지독하게 유대인 배척적이었고, 나치와 협력해 유대인을 가스실로 내모는 것을 거들었다.

파시스트들은 바로 이 정부들을 미화하려고 하는데, 그래야 역사적으로 형성된 국가 정체성을 자신들이 대표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기 때문이다. 유럽 파시스트들은 이런저런 방식으로 탈바꿈하려고도 했었지만, 자신들에게 반대하는 사람들을 물리적으로 대적하기 시작하면서 제2차세계대전 이전 형태로 복귀하려고 한다. 자신들은 전혀 유대인 배척이 아니라고 말하던 것에서 이제는 홀로코스트를 부인하는 데로 나아가는 것이다.

동유럽의 역사는 특히 가혹했다. 차르와 유럽 귀족들은 유대인 배척을 무기로 삼았다. 러시아 혁명 이후에는 스탈린이 러시아 우월주의를 되살리고 소련 제국을 이루려고 유대인 배척을 되살려 냈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 지배를 겪은 경험이 있다. 당시 기근으로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죽은 일도 있었다. 스보보다는 이런 경험을 이용해, 파시스트를 “유대인 볼셰비키”와 싸운 진정한 애국자라고 치켜세우며 조직할 수 있었다.

파시즘이 성장하는 것은 불가피한 일이 아니다. 사실, 유럽의 파시스트들이 골수 나치 사상을 드러내는 것은 자승자박이기도 하다. 압도 다수의 유럽인들은 여전히 홀로코스트를 결코 반복돼서는 안 될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유럽의 경험은 이스라엘을 방어한다면서 무슬림 혐오를 방치하거나 무슬림에 대한 적대적 편견을 조장하는 것이 얼마나 어리석은 일인지 보여 준다. 또한 소수 무슬림들이 가끔 보이는 유대인 배척을 나치의 유대인 배척과 동일시하는 것이 왜 잘못인지도 보여 준다. 물론 우리는 어떤 형태의 유대인 배척도 용납할 수 없지만, 소수 무슬림의 유대인 배척과 나치의 유대인 배척을 구별하지 못하는 것은 파시스트 진영이 아니라 우리 편을 분열시키는 재앙을 낳는다.

유럽 좌파와 인종차별 반대 운동은 [파시즘과 대적하는 데서] 국가와 법적 제재를 활용하자는 생각이 틀린 것이고, 그런 생각이 파시즘과 국가의 본질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소치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프랑스와 헝가리는 홀로코스트를 부인하는 행위를 법으로 금지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나치 정당들이 성장하지 못한 것은 아니다.

파시즘에 맞서 싸울 잠재력이 유럽 도처에 있다. 영국의 BNP와 EDL이 시도한 운동이나 행진은 단결된 반대 운동에 가로막혀 번번이 좌절됐다. 그리스의 황금새벽당은 대중적 분노와 시위 때문에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 프랑스와 독일의 학생 수천 명은 이민자 가족 추방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였다. 동유럽에는 파시즘의 재등장에 몸서리치는 수많은 사람들이 있고, 이들과 함께 파시즘을 막을 수 있다.

위기와 긴축 정책이 절망과 고통을 키우자 유대인 배척이 다시금 수면 위로 나오고 있다. 유대인 배척은 한때 나치 술집 구석에 처박혀 있었지만, 이제는 파시스트들의 선거적 연단들을 통해 공개적으로 튀어나오고 있다.

첫째 과제는 파시스트들이 결코 용인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그러나 또 다른 과제가 있다. 이처럼 추악하고 무시무시한 것을 양산하는 체제에 대한 혁명적 대안을 위해 투쟁하는 것이 갈수록 시급해지고 있다.

 

출처: 영국의 혁명적 좌파 월간지 《소셜리스트 리뷰》 2014년 3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