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발표한 ‘임금체계 개편 매뉴얼’은 제조업, 금융 노동자들과 함께 병원 간호사들의 임금체계를 다루고 있다. 한미정 보건의료노조 부위원장을 만나 병원 노동자들의 노동조건과 정부 임금체계 개편안의 문제점에 대해 들었다.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임금체계 개편 매뉴얼의 핵심 내용과 문제점은 무엇입니까?

이번 매뉴얼은 임금의 성격 자체를 사용자 편향적으로 규정했다고 봅니다.

임금을 기업 경영을 위한 비용 문제로만 규정하니까, 직무급이나 직능급 같은 성과급 위주로 임금체계를 개편해야 한다고 얘기하는 것 같아요.

그런데 노동자들 처지에서 이건 말도 안 되는 거죠. 상여금에서 고정성 요건을 배제하고 결국 연장근로 등 시간 외 근로가 늘어날 수 있게 한 거고, 사용자가 임의로 임금 지급 기준을 설정할 수 있도록 방향을 제시한 겁니다.

정부는 노동자들을 포함해 사회적 대화도 무시한 채 일방으로 이런 매뉴얼을 발표했고, 이는 대법원의 통상임금 판결 이후 임금체계 개편을 시도하는 사용자를 전적으로 지원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결국 통상임금을 낮추고 저임금 체계를 유지하는 방향성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느낍니다.

특별히 병원 간호사들의 임금체계 개편이 언급돼 있던데요.

병원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중소병원은 기본급 비율이 비교적 높은 편이에요. 임금 자체가 워낙 낮아서 그나마 기본급 비율을 높여 어느 정도 맞춘 거죠.

그런데 대형병원은 대부분 상여금으로 해 놨어요. 사립대병원은 대부분 상여금이 1천1백~1천2백 퍼센트예요. 그것도 대부분 수당으로 돼 있어요.

지금 체결돼 있는 단협을 보면, 수당이 대부분 통상임금으로 돼 있고 일할 계산도 하도록 돼 있더라고요. 대법원 판결에 따르면 빼도 박도 못하고 그걸 다 통상임금화해야 할 판이죠. 이게 모두 통상임금에 포함되면, 당직수당은 30퍼센트 이상은 뛰고, 임금은 전체적으로 10~12퍼센트 정도 인상되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보고 있어요. 밤 근무를 많이 하는 경우에는 10퍼센트대 후반의 임금 인상 효과가 있어요.

그래서 사립대병원 사용자들은 아예 임금체계를 개편하려 하는 것 같아요. 임단협에서도 그런 안을 가지고 나오지 않을까 예상하고 있습니다. 그 방향을 노동부가 제시한 거죠.

게다가 매뉴얼 49쪽을 보면 평간호사라고 쓰고는 괄호에 노조원이라고 명시한 게 있거든요. 이건 노동조합을 겨냥해서 한 규정이에요. 매뉴얼이 사례로 든 게 “자동차 제조사 생산직”, “은행 사무직”, “병원 간호사” 이렇게 세 가지인데, 결국 금속노조, 금융노조, 보건의료노조라는 대표적 산별노조를 염두에 두고 쓴 게 아닌지 의심하고 있어요.

현재 병원 간호사들의 임금과 노동조건은 어떻습니까?

매뉴얼은 간호사가 40세까지는 경력에 따라 업무 능력도 올라가니까 연공급제로 하되, 그 뒤로는 직무급제로 해야 한다고 하잖아요.

그런데 그렇게 하면 남아 있을 간호사가 아무도 없을 것 같아요. 매뉴얼에도 나와 있지만 실제로 간호사들의 평균 근속연수가 낮아요. 업무 강도가 너무 세기도 하고 대부분 가임기 여성이다 보니 임신과 출산 때문에 야간근로를 할 수 없게 되는 경우가 많거든요.

그래서 간호사들의 근속연수가 평균 5년 정도밖에 안 되는데 그나마 오래 근무하면 임금이 올라가게 돼 있다는 것 때문에 희망을 갖고 일을 해 왔어요. 근무 경력이 실제로 숙련도와 연결되는 측면이 있어서 합리적으로 여겨 온 거죠.

그런데 이번 매뉴얼은 그걸 완전히 무시해요. 매뉴얼 내용을 현장 간호사들한테 얘기해 주니까 바로 “그럼 오래 다니지 말고 다 그만 두라는 얘기네” 그러더라고요.

그렇다고 간호사들이 승진이 잘 되는 것도 아니에요. 평간호사로 시작해서 주임(책임) 간호사, 수간호사, 간호과장, 간호부장으로 올라가는 구조인데, 자리가 한정돼 있어서 대부분 아예 포기하죠.

지금은 마흔 살이 넘어도 수간호사 되기 쉽지 않아요. 중소병원도 마찬가지예요. 간호사 25~30명 당 수간호사가 1명 정도 되는데 대부분 중간에 많이 빠져나가거든요. 중간 그레이드가 거의 없다고 보셔야 하는 거예요.

그리고 수간호사로 승진하지 않는 한 다 3교대 근무를 해요. 주임 정도 되면 원래 밤 근무를 빼 주기도 하는데, 임산부는 야간근로를 시킬 수 없고 육아휴직 같은 것들이 많을 수밖에 없으니까 밤 근무를 할 사람이 없어서 주임 간호사까지 밤 근무를 시켜요. 심지어 나이가 50이 넘어도 승진 못 하면 밤 근무를 시켜요. 힘들면 그만두라는 식이에요.

그래서 간호사들의 이직률이 평균 15~20퍼센트나 돼요. 또 한 명이 그만두면 연쇄적으로 그만둬요. 힘들기도 하고 분위기도 타는 거죠.

사용자들은 처음에는 간호사들의 숙련도가 필요하다고 하더니 이제는 40세 이상이 되면 은근히 나가 줬으면 하고 바라는 측면이 있어요.

간호사 수에 따라 병원 등급을 매기는 제도가 있는데 이를 간호등급제라고 해요. 그리고 이 등급이 높을수록 수가가 비싸져요. 간호사 수가 의료의 질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는 거죠.

임금뿐 아니라 인력 부족 문제가 심각해 보이는데요.

미국이나 북유럽 나라들 같은 경우 간호사 1인당 환자 수가 4~5명 정도예요. 우리 나라는 1등급 병원이 15~20명, 등급이 낮으면 30명 정도 돼요.

간호사 1인당 환자 수를 줄여야 하죠.

그래서 재작년에 보건의료인력특별법도 발의하고 실태를 조사하고 방향을 논의하는 사회적 대화기구도 만들자고 했어요.

미국 캘리포니아 주는 몇 년에 걸쳐 주지사인 아널드 슈워제네거에 맞서 싸워 결국 간호사 1인당 3~4명 수준으로 인력을 늘리는 것을 따냈거든요. 우리도 그렇게 해야 해요.

한편 우리는 인력을 확충해 ‘보호자 없는 병원’을 만들자고도 제시하고 있어요. 물론 지금도 인력이 부족하고 간병 업무까지 하려면 인력을 훨씬 더 많이 늘려야 해요.

보건복지부는 시범 사업을 해 보고는 앞으로 5년 동안 간호대 정원을 7천 명 정도 늘리겠다고 하지만 지금처럼 간호사들의 임금 등 노동조건을 후퇴시킨다면 문제는 근본에서 해결되지 않을 겁니다.

인터뷰·정리 장호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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