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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일 피살 의혹 - 뻔한 진실을 외면하는 감사원

김선일 피살 의혹
뻔한 진실을 외면하는 감사원

감사원과 국회가 김선일 씨 피랍과 살해를 둘러싼 여러 의혹의 진상을 조사하고 있다. 그러나 이 조사는 핵심을 비켜가고 있다.
가나무역 사장 김천호는 납치범들의 “요구 조건은 없었다”고 여러 차례 답변했지만, 감사원은 은근히 김선일 피살 원인을 파병이 아니라 다른 데로 돌리려고 납치범들의 요구가 ‘돈이었는지 종교 활동 금지였는지’ 유도 질문을 던지고 있다.
그러나 가나무역의 고문변호사 이만은 “[한국 정부가] 김씨의 생명은 생각하지 않고 추가파병을 하겠다고 공표”했기 때문에 김선일 씨가 살해됐다고 감사원에 증언했다. 그럼에도 감사원은 정부의 잘못된 정책에 대해서는 일언반구 하지 않고, “정보 수집 및 공유, 관리 시스템에 대한 감사”만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정녕 조사해야 할 의혹들은 따로 있다. 인제대 한기욱 교수는 《창작과 비평》 웹진에서 핵심적인 의혹을 다음과 같이 정리했다.
첫째, 6월 “21일 알-자지라 방송이 ‘살고 싶다’고 절규하는 김선일 씨의 모습을 처음 방영했을 때까지 정부가 정말 김씨의 피랍 사실을 모르고 있었는가?” 하는 점이다. 한기욱 교수는 “김선일 씨 피랍 이후 가나무역 사장이 이라크 주재 한국대사관에 4차례나 방문했지만 김선일 씨 사건에 대해서는 일체 발설하지 않았다는 점”이 “수상쩍은 부분”이라고 제기했다.
둘째, “AP 통신사가 6월 초 피랍 초기에 찍힌 ‘부시야말로 정확히 테러리스트’라는 김씨의 주장을 담은 테이프를 입수하고도 그 사실을 한국 외교통상부나 이라크 주재 한국대사관에 언급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한기욱 교수는 “아부 그라이브 고문 사건의 테이프를 입수한 CBS측이 팔루자 대공세를 앞둔 미군측(미 합참의장)의 요청으로 2주 동안 문제의 테이프 공개를 보류했다는 사실”을 비슷한 정황 증거로 내세우고 있다.
이 두 가지 의혹은 하나의 방향으로 수렴되는 것이다. 바로 “한국의 이라크 추가파병 방침의 재확인 이전에 이 사건이 불거져나오지 않도록 [미국 정부와 한국 정부가] 서로 공조한 듯한 점”이다.
그런데도 이 사건의 의혹을 파헤치겠다며 수사를 맡은 감사원은 이러한 핵심을 건드리지 않고 있다. 파병 반대 운동은 감사원의 ‘진상 규명’을 기다리지 말고 김선일 씨 살해의 배후인 미국과 노무현 모두에 맞서 투쟁을 지속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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