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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둥성 위위안 동맹 파업:
경기 둔화 속에서 점점 고양되는 중국 노동자 투쟁

4월 14일부터 중국 광둥성 둥관시에 있는 위위안 신발 공장 7곳에서 최대 5만여 명의 노동자들이 파업에 돌입했다. 4월 23일 현재 파업은 여전히 지속되고 있는데, 참가자 규모와 기간 면에서 모두 근래 중국에서 벌어진 가장 큰 파업이다.

세계 최대의 신발 공장인 위위안 공장은 대만계 대기업이 운영하는 곳으로, 노동자 6만여 명이 나이키·아디다스·리복 등 60개 유명 브랜드의 신발을 생산한다. 지난해 한 해에만 약 3억 켤레의 신발을 만든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점들 때문에, 위위안 파업은 곧장 중국 안팎에서 큰 관심을 받게 됐다. 특히, 중국의 경기가 둔화하는 가운데 중국에서 노동자 투쟁이 성장하고 있음을 보여 주기 때문이다.

단호한 투쟁으로 중국 안팎에서 큰 관심을 받게 된 위위안 노동자들. ⓒ사진 출처 웨이보

위위안 공장 노동자들이 투쟁에 나선 가장 큰 이유는 사회보험료 문제였다. 사회보험은 중국 현지 법이 규정한 대로 퇴직 연금, 의료보험, 주택기금, 재해 보상 등을 위한 것이고, 노동자와 사용자가 분담하게 돼 있다. 원래 사측은 노동자 임금의 21퍼센트에 상당하는 돈을 매달 사회보험의 사용자 부담금으로 내야 한다. 그런데 사측은 노동자의 월 평균 임금을 약 1천8백 위안으로 계산해 부담금을 냈는데, 실제 노동자 평균 임금은 월 3천여 위안이었다. 즉, 그동안 사측은 매달 노동자 1인당 약 2백50위안을 덜 낸 것이었다(〈사우스 차이나 모닝 포스트〉).

분노

위위안 신발 공장 노동자들은 최근에야 이를 알게 됐다. 그 공장에서 18년 동안 일하다 그만둔 한 노동자가 자신이 퇴직 연금을 받을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이 사실을 다른 노동자들에게 알린 것이다. 이 노동자는 사측이 부담금을 제대로 내지 않아서 연금을 받지 못하게 된 것이었고, 알고 보니 다른 노동자들도 마찬가지였다.

노동자들은 이 사실에 크게 분노해, 4월 초부터 투쟁에 들어갔다. 4월 5일 노동자 수백 명이 도시의 다리를 봉쇄해 그동안 자신들을 속인 회사, 회사와 함께 자신들을 기만해 온 지방 정부를 성토했다. 노동자들이 단호하게 투쟁에 나서자 사측과의 협상이 시작됐다.

그러나 곧 협상은 결렬됐다. 그 직후 4월 14일 최대 5만여 명의 노동자들이 파업에 돌입했고, 노동자 수천 명이 둥관시 시내를 행진했다. 노동자들은 사회보험 보장, 임금 30퍼센트 인상, 공정한 노동계약 등을 요구했다.

노동자들이 시내를 가로질러 시청사를 향하자 공안(경찰)이 이를 막고 시위대를 해산하려 했다. 이 과정에서 다수의 노동자들이 체포됐고, 부상자도 속출해 적어도 노동자 4명이 병원에 입원했다(〈차이나 레이버 불리틴〉, 4월 14일).

공안은 시위진압 경찰과 경찰견을 포함한 경찰력 수천 명을 동원해, 공장 안팎의 출입을 통제하며 공장 밖으로 진출하려는 노동자들을 가로막았다. 노동자들에게 법률 조언을 하려고 공장으로 가려던 노동운동 지원 단체 활동가 2명도 공안에 체포됐다.

중국의 공인 노조인 중화총공회의 지역 조직은 노동자와 사측 사이에서 중재에 나서는 동시에, 노동자들에게 파업을 중단하고 작업에 복귀하라고 요구했다.

이런 압력들에 굴하지 않고 노동자들은 파업을 지속했다. 그리고 이웃 지역에 있는 같은 회사 공장으로 파업이 번지기도 했다. 강력한 탄압에도 불구하고 파업이 꺾이지 않자, 결국 사측은 노동자들의 요구를 일부 수용해 사회보험 사용자 부담금을 점차 늘리겠다는 양보안을 내놨다.

노동자들은 이에 만족하지 않고 파업을 지속하겠다는 입장이다. 사측이 자신들의 요구를 다 들어줄 때까지 계속 일손을 놓겠다는 것이다. 노동자들은 확실한 성과 없이 파업을 종료할 경우, 회사와 정부한테서 대대적인 보복을 당할 수 있다는 점도 알고 있다.

제조업

위위안 공장 파업 외에도, 최근 들어 중국에서는 제조업 부문을 중심으로 노동자 투쟁이 활발해지고 있다. 노동자 지원 단체 〈차이나 레이버 불리틴〉(이하 CLB)은 올해 1사분기에 파업·시위 같은 노동자들의 집단적 저항이 모두 2백2건이 벌어졌는데, 이는 지난해 동기 대비 31퍼센트나 늘어난 것이라고 보고했다. 위위안 공장에서 파업이 벌어지는 와중에, 월마트·IBM·삼성SDI 같은 다른 다국적기업들도 중국에서 현지 노동자들의 저항에 부딪히고 있었다. “앞으로 더 많은 노사 분쟁과 파업이 일어날 것이어서, 중국에서 올해는 고용주들에게 매우 힘든 한 해가 될 것이다.”(국제 로펌 시몬스 앤드 시몬스)

이것은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중국 경제의 성장률이 예전보다 떨어지고 있는 것과 관련이 있다. 2011년 중국의 GDP 성장률은 9.2퍼센트였는데, 2013년에는 이것이 7.7퍼센트로 떨어졌다. 주요 수출 지역인 유럽·미국 등지의 경기가 회복되지 않아, 중국의 수출 증가율도 둔화하고 있다. 이런 경기 둔화로 특히 제조업이 타격을 많이 입었다.

이 때문에 제조업체들은 줄어드는 이윤을 벌충하기 위해 노동자들에게 부담을 전가하고 있다. 예컨대 많은 기업들이 잔업수당을 떼먹거나 보너스를 삭감하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기본급을 인상해 줘야 할 때는 연말 보너스나 주택 보조금 따위를 없애는 꼼수를 쓰는 기업도 있다.

의류·신발·장난감 등 저가 상품을 생산하는 업체들 가운데 수익성 악화와 생산단가 증가를 견디지 못하는 일부 업체들은 광둥성 같은 연안 공업지역에서 내륙으로 공장을 이전한다. 이 밖에도 많은 제조업체들이 공장 문을 닫거나 다른 회사와 합병한다. 그러나 이때 노동자들에게 아무런 보상을 해 주지 않고 거리로 내모는 일이 많다.

이런 상황은 노동자 투쟁에 영향을 준다. 경기 둔화에 따른 고통을 노동자들에게 전가하려는 시도에 노동자들이 강하게 반발하기 때문이다. CLB가 올해 2월에 낸 보고서를 보면, 지난 3년 동안 중국에서 벌어진 노동자 투쟁의 40퍼센트가 제조업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공장 노동자 투쟁의 57퍼센트가 광둥성에서 벌어졌을 만큼 이 지역에서 노동자 투쟁이 가장 활발하다. 공장 노동자 투쟁의 원인이 된 불만 중에는 “(공장 폐쇄·합병·이전 등에 따른) 보상 요구”가 33퍼센트, “임금 체불”이 21퍼센트, “임금 인상”이 20퍼센트에 이르렀다.

일부 업체들이 공장을 내륙으로 이전했지만, 그렇다고 그 업체들이 노동자 투쟁의 압력에서 벗어날 수 있는 건 아니다. 연안 공업 지역에서 일자리를 구해야 했던 농민공들이 이전한 공장 덕분에 고향에서 가까운 곳에서 일자리를 얻을 수 있게 돼, 노동자 투쟁이 공장 이전을 따라 내륙으로 퍼지는 꼴이 됐다.

그리고 이번 위위안에서 7곳의 공장 노동자 수만 명이 동시에 파업에 들어간 것에서 드러나듯이, 중국 노동자들은 투쟁의 경험에서 배워 가면서 투쟁의 자신감과 능력을 발전시키고 있다.

탄압

노동자 파업과 시위가 중국에서 일상이 돼 버리자, 정부와 기업도 이 모든 투쟁을 탄압하지는 못하고 있다. 일부 지방 정부는 노동자 투쟁이 일어나면 되도록 빨리 끝날 수 있게 중재에 나선다.

그러나 공장·도로·다리의 점거나 관리자 감금 등 노동자들의 전투성이 날로 높아지고 투쟁 규모도 커지자, 정부가 노동자 투쟁을 탄압하는 일이 점차 많아지고 있다. 투쟁 현장에 경찰력을 투입하는 것은 물론, 투쟁 노동자들을 사회 질서를 혼란케 했다는 혐의 등을 씌워 기소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최근에 광저우의 한 대학병원 노동자들이 사측에 성실한 협상을 요구하며 병원 정문 위에 올라가 농성을 했는데, 당국은 이들을 연행해 바로 사회 혼란 조장 혐의로 기소해 버렸다.

국가 탄압 같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노동자들은 강력한 전투성을 보여 주며 자신의 삶을 지키기 위해 싸우고 있다. 제조업 분야 외에도 택시·버스 노동자 파업이 전국에서 벌어져 왔으며, 성과급 도입 반대나 임금 인상 등을 요구하며 싸운 교사 파업도 인상적인 저항 사례다.

지난해 5~10월 중국공상은행의 대량 해고자 5천여 명이 베이징 본사 앞에서 복직과 보상을 요구하는 항의 시위를 잇달아 벌인 사례가 보여 주듯이, 일부 산업의 구조조정에 맞선 투쟁도 언제든 크게 불거질 수 있다.

지금처럼 기업들이 노동자들의 임금과 노동조건을 공격하는 것은 노동자 투쟁을 격화시킬 뿐 아니라, 다양한 노동자 집단이 공통의 이해관계를 깨닫는 계기가 될 수 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반복된 투쟁을 통해 중국 노동자들은 다른 중요한 교훈을 배우게 될 것이다. 노동자들의 계급적 단결이 필요하다는 교훈 말이다. 노동자들이 이 교훈을 잘 살려 강력한 노동자 연대를 건설한다면 중국은 21세기에 전 세계를 뒤흔드는 노동자 저항의 중심이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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