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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베트계 이주민 민수 씨의 귀화 불허에 맞선 투쟁과 연대

네팔 국적의 티베트인 라마 다와 파상(한국명 민수) 씨가 법무부의 귀화 신청 불허에 맞선 투쟁을 시작했다. 그는 16년 전인 1998년에 이주노동자로 한국에 들어와 지금은 한국인 배우자와 결혼해 3명의 자녀를 둔 가장이 됐지만, 한국 정부는 여전히 그를 이방인 취급하고 있다.

법무부는 그가 한국 국적을 얻을 자격이 없다고 결정했다. 그가 지난 2월 대법원에서 5백만 원의 벌금형을 받아 국적법상 귀화 요건의 하나인 ‘품행 단정’을 충족시키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벌금은 그가 운영하는 티베트 음식점이 재개발 사업으로 강제 철거되는 것에 맞서 생존권 대책을 요구하며 투쟁하는 과정에서, 업무방해 등으로 부당하게 기소돼 받은 것이다. 가장으로서, 그리고 당시 만삭이었던 아내의 남편으로서 가족의 생계가 걸린 가게를 지키고 세입자 대책을 내팽개친 재개발에 저항한 것은 완전히 정당한 행위였다. 민수 씨는 “가족의 생계가 어떻게 되든 뒷짐만 지고 있는 것이 가장으로서 ‘품행 단정’한 행동인가” 하고 반문했다.

생이별

사실 외국인인 그가 법무부에 맞서기로 결정한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동안 한국에서 살아오면서 동료와 친구들이 단속되고 추방되는 일을 하루 이틀 봐온 게 아니다.

정의로운 투쟁에 나선 민수 씨. ⓒ임수현

그러나 그가 투쟁을 결심한 것은 이제 그도 정든 이 땅에서 강제 추방될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벌금형이 집행되면 출입국관리법상 ‘강제 퇴거 대상’이 되고, 강제 추방 당하면 향후 5년 동안 한국에 올 수 없고, 그 후로 15년 동안 귀화도 할 수 없다. “60세가 될 때까지의 기간인데 정말 걱정”이라고 민수 씨는 말한다. 가족과 생이별하거나 가족이 모두 한국을 떠나야 하는 상황으로 법무부가 내몰고 있는 것이다.

또한 이 투쟁은 다른 많은 이주민들의 권리를 위한 투쟁이기도 하다. 민수 씨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이런 부당한 일은 나만 겪는 일이 아니다. 많은 이주민들이 비슷한 일로 상처받고 고통받고 있다. 이번 귀화 불허는 단지 내 개인의 일이 아니다.”

민수 씨의 용기 있는 행동이 시작되자 지지와 연대도 모이기 시작했다. 그는 그동안 한국에 살면서 이주노동자 권리, 티베트의 자유를 위해 활동했는데 여기에 함께한 활동가들이 팔을 걷어 붙이고 나섰다. 마하이주민지원단체협의회, 서울외국인노동자센터, 아시아인권문화연대, 외국인이주·노동운동협의회, 조계종 노동위원회, 천주교인권위, 이주공동행동, 노동자연대 등이 모여 민수 씨에 대한 연대 방안을 논의하고 캠페인을 준비하고 있다. 인권변호사들도 그의 귀화 불허 취소 소송을 맡겠다고 나섰다. 소설가 박범신 씨도 민수 씨를 돕겠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한다. 민수 씨는 그의 소설 《나마스테》 속 남자 주인공 ‘카밀’의 실제 모델이다.

이주민에 대한 차별에 반대하는 모든 사람들은 정의로운 투쟁에 나선 민수 씨에게 지지와 연대를 보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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