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 연대

전체 기사
노동자연대 단체
노동자연대TV

통신 노동자들의 이야기:
“노조 만드니, ‘우리’라는 개념이 넓어졌어요”

“노동자의 힘이 얼마나 무서운지 보여 주겠다”며 LG유플러스·SK브로드밴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당당히 투쟁하고 있다. 지난 4월 노조를 결성한 이들은 아직 팔뚝질이 어색하지만, 그 누구보다 우렁찬 목소리로 자신들의 권리를 외치고 있다.

지난 5월 15일 LG유플러스 본사 앞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목소리가 4시간 넘게 쩌렁쩌렁 울려퍼졌다. 얼마나 하고 싶은 말이 많았을까. 노동조합이 생기고 나니, 이제는 하고 싶었던 얘기를 할 수 있어서, 고함칠 수 있어서 속이 다 후련하다고 말하는 그들이다.

이제 더는 “가만히 있지 않겠다”며 투쟁에 나선 통신 노동자들. ⓒ이미진

“지표 차감, 영업 차감, 인센티브 차감… 온갖 불법 차감이 당연한 줄 알았다. 다쳐도 내 돈으로 치료해야 했고, 점심에 1천 원짜리 김밥이라도 먹을 수 있으면 감사했다. 그러다가 힘들어서 한두 명씩 센터장에게 문제제기를 해 봤지만, 다른 센터로 쫓겨나기 일쑤였다. 개인의 힘은 약해서 싸울 수가 없었다.”

열악한 노동조건, 비인간적인 대우에 참다못해 폭발한 노동자들이 “인간답게 살고 싶다”며 노동조합을 만든 것이다.

노조를 결성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노동자들은 벌써 크고 작은 변화들을 느끼고 있다.

한 노동자는 이제야 ‘희망’이 생겼다고 말했다. “난생 처음 노동절 집회에 참가했는데, 그렇게 많은 인원이 한 자리에 모여 같은 요구를 하는 것을 보면서 왠지 가슴이 두근두근했다. 뭔가 지금의 현실을 바꿀 수 있을 것 같은 ‘희망’이 생겼다.”

또 다른 노동자는 ‘우리’의 개념이 점점 넓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예전엔 다른 센터의 노동자가 다쳐도 내 일이 아니었다. ‘우리’는 없었다. 그런데 서로 사이가 안 좋던 개통기사와 AS기사가 ‘우리’가 되더니, 이제는 통신 비정규직 노동자들 전체가 ‘우리’가 됐다.”

변화

얼마 전 SK브로드밴드의 한 노동자가 저임금과 열악한 노동조건 속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예전과 달리 LG유플러스 노동자는 ‘동지’가 된 다른 경쟁사 노동자의 안타까운 소식에 함께 분노했다. 다른 센터의 아무개가 일하다가 다쳐도 그건 내 일이 아니었지만, 이제는 다르다. 이 모든 게 이제 ‘남의 이야기’가 아닌 ‘우리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케이블방송과 통신도 이제 ‘우리’가 됐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신생 노조’였던 씨앤앰과 티브로드 케이블방송 노동조합은 이제 ‘선배 노조’가 돼 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 통신 노동조합에 적극 연대하고, 도움을 주고 있다. 아직 노동조합이 결성되지 않은 SK브로드밴드의 한 센터 앞에서 홍보전을 하고 있는 이들은 씨앤앰 노동자들이다.

어떤 노동자는 이제야 사회가 제대로 보인다고 말했다. “예전엔 투쟁하는 사람들을 안 좋게 봤었다. 그런데 그들에게 문제가 있었던 게 아니라, 이 사회가 이상하게 돌아간다는 걸 알았다. 세월호 참사도 사회 전반에 만연해 있는 비정규직 문제 때문에 터진 것 같다”며 자신들의 투쟁뿐 아니라 이주노동자 문제 등 사회 여러 부문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LG유플러스 직원으로서 권리는 없고, 의무만 강요받았던 그들이었다. 주는 대로 시키는 대로 일하고 가만히 있으라고 강요받았던 그들이었다. 이제는 그들이 “더는 가만히 있지 않겠다”며 “인간답게 살아보겠다” 하고 투쟁에 나서고 있다. 이들이 ‘선배 노조’가 되는 날을 기대하며, 통신 노동자들의 투쟁을 열렬히 지지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