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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생각한다:
세월호 참사와 노동자 투쟁

세월호 참사는 기업들이 이윤 경쟁을 해야만 하는 자본주의 체제의 문제점을 충격적으로 폭로한 사건이었고, 이에 대한 대중적 분노도 광범하다. 박근혜 정부는 속죄양을 만들고 꼬리 자르기를 하는 한편, 세월호 참사를 정치적으로 ‘악용’ 말라는 식으로 대응하며 이 문제의 파장을 최소화하려 애쓰고 있다.

이에 대한 민주노총 중앙 지도부의 대응은 다소 아쉽다. 매우 중요했던 운동 초기에 민주노총 노동자들의 개별화된 시민적 참가를 강요했고, 세월호 참사 대응 국민대책회의 안에서 민주노총측 책임자는 ‘자본이 문제’라는 추상적인 논리를 앞세워, 세월호 참사 항의 운동이 박근혜 퇴진 요구 채택하기를 회피했다.

그러나 지난해 말 철도 파업으로 전체 사회운동 안에서 노동운동이 주도성을 회복하고, 민주노총 본부 침탈 이후 민주노총이 공식적으로 박근혜 퇴진 요구를 채택하고 있던 상황에서 세월호 참사가 발생했다는 점을 생각하면, 이런 대응이 불필요하게 수세적이었음을 분명히 알 수 있다.

의심의 여지 없이 세월호 참사는 박근혜 정부에 대한 반감과 분노를 증폭시켰다. 특히 처음부터 항의 운동에 노동자들의 참가가 두드러졌다.

세월호 참사는 계급 문제다 5월 10일 안산 세월호 추모 집회에 참가한 금속노동자들. ⓒ이윤선

그럼에도 민주노총 중앙 지도부는 박근혜 정부 최대 위기라는 이 국면에서 개혁주의 세력인 주요 NGO들을 추수해 왔다. 적어도 하루파업이라도 명령하며 박근혜 정부 반대 투쟁을 이끌어야 했는데도 말이다. 민주노총 중앙 지도부가 “노동이 투쟁을 지휘하고 이끌어낸 것이 맞다”고 평가한(민주노총 – 2.25 국민 파업 교안) 지난 연말 상황처럼 말이다.

민주노총 내 좌파 지도자들은 민주노총 중집에서 중앙 지도부의 수세적 대응을 옳게 문제 삼았다.

하지만 산하 노조의 기층 조합원들을 설득해 사용자들을 겨냥한 단체행동에 나서는 것을 독려하거나 명령하지는 않았다. 그래서 좌파적 문제 제기는 처음에 민주노총 지도자들의 농성 계획으로, 그다음에 청와대를 향한 행진 제스처로 나타나는 데 그쳤다.

그러나 민주노총과 산하 노조들은 소수의 비효과적 행동이 아니라 조합 조직들을 사용자들의 이윤 공격에 동원하는 진정으로 효과적인 투쟁을 이끌어야 한다.

좌파 노동단체들은 대부분 올바르게도 세월호 문제에 매우 큰 적극성을 보였다. 만약 이런 정치적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부문의 경제적 요구에만 관심이 머문다면 그것은 협소한 운동일 것이다. 세월호 참사는 계급 바깥에서 벌어진 우발적 사고가 아니라 바로 계급의 문제였기 때문이다.

주도성

그러나 세월호 참사에 노동운동이 어떻게 대처해야 가장 효과적인가 하는 문제에 대한 대응에서는 조금씩 차이가 있었다. 항의 운동 내 좌파들은 운동 속에서 박근혜 퇴진 요구가 대세를 장악하고 퇴진 투쟁을 강화해야 노동자들이 전면에 나설 수 있다는 생각에서, 청와대로 행진하는 ‘직접행동’을 강조한다.

박근혜 퇴진 요구는 당연하다. 앞서 지적했듯이, 이미 지난해 말과 올해 초에 민주노총은 박근혜 퇴진 요구를 공식 결정했다. 그러나 민주노총은 주요 시민단체들과의 동맹을 중시해, 이 결정으로부터 후퇴해 왔다. 그러므로 민주노총 내 좌파가 박근혜 퇴진 요구를 특별히 강조하는 것은 이해가 간다.

그럼에도 퇴진 요구를 실질적으로 뒷받침해 줄 동력 문제를 진지하게 고려해야 한다. 즉, 정권의 위기를 실질적으로 심화시킬 수 있는 노동자들의 고유한 계급적 수단과 힘을 동원하는 것이 진정으로 중요하다. 노동운동이 사기 저하돼 있을 때는 먼저 거리 시위의 활력이 작업장으로 흘러 들어오기를 기대해야겠지만, 지금은 그런 상황이 아니다.

지난해 연말과 올해 초반 투쟁의 여파 속에서 바로 노동자들이 세월호 참사 초기부터 항의 대열을 주도해 왔다. 이 노동자들이 세월호 참가 항의 분위기 속에서 산업 현장에서도 싸우도록, 분노를 사용자의 이윤 쪽으로도 돌리도록 해야 한다.

요컨대 조직 노동자들은 거리 시위에 참가해 항의해야 할 뿐 아니라 노동계급 고유의(즉, 착취에 저항하는) 투쟁 방법을 사용해야 한다.

민주노총은 “6월 말 총궐기 투쟁”을 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노총은 지난 12월 기층 분위기가 뜨거웠을 때 기회를 살리지 못하고 2월 25일로 파업 일정을 늦춰 잡았던 문제점을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 또, 단지 하루 집회를 하는 것에 머물러서도 안 된다. 노동계급의 경제적 잠재력을 실제로 사용해야 한다.

그러려면 KBS 노조 파업이나 삼성전자서비스 노조 파업처럼 이윤을 공격하는 계급투쟁적 방법을 동원해야 한다. 즉, 민주노총 산하 노동조합들은 세월호 문제와 무관하지 않은 민영화, 규제완화, 산업안전, 외주화, 비정규직, 화물 과적 같은 문제들을 놓고 사용자에 맞서 투쟁해야 한다.

보건의료노조는 6월 24~28일 투쟁을 예고하고 있다. 7월 상경을 예고하고 있는 건설노조도 6월 총궐기에 맞춰 일정을 조율할 수 있다면 훨씬 큰 힘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금속노조도 세월호 참사와 통상임금 법개악, 비정규직 문제 등을 결합해 6월에 함께 싸운다면 막강한 힘을 보여 줄 수 있을 것이다.

민주노총 내 좌파 활동가들은 이런 일을 조직하고 준비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