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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선거, 대안 부재로 여권은 참패를 모면했을 뿐
교육감 선거, 진보 후보라는 대안 존재로 보수 참패

지방선거, 대안 부재로 여권은 참패를 모면했을 뿐
교육감 선거, 진보 후보라는 대안 존재로 보수 참패

6월 4일 지방선거에서 여권은 패배했다. 선거 두 달 전 만해도 새누리당의 지지율은 나머지 야당들에 비해 월등히 높았다. 그러나 정작 선거에서 새누리당이 얻은 정당 득표 수는 1천1백만 표가량으로, 야당들의 득표 수보다 적었다.

또, 정치·경제의 중심인 서울에서 새누리당 소속 재벌 후보 정몽준이 큰 표차(약 65만 표, 13퍼센트)로 패했다. 집권당의 아성인 대구와 부산에서도 표를 크게 잠식당했다.

여권이 (근소하게) 패배한 데는 몇 가지 요인들이 있다.

먼저, 지난해 하반기부터 노동자들의 자신감과 투쟁이 되살아나기 시작했다.

지난해 하반기에 전교조는 박근혜 정부의 법외노조 공격에 맞서 규약시정명령을 거부했다. 이 결정은 당시 많은 노동자들에게 통쾌함을 선사했고 자신감을 줬다. 전교조의 저항 의지는 철도 파업으로 이어졌다. 철도 파업은 박근혜 정부에 심각한 정치적 타격을 줬다. 그리고 올해 2월 하순 민주노총은 하루 파업을 했다.

그래서 적어도 박근혜 정부 등장 초기에 존재하던 무기력하고 패배주의적인 분위기에서는 벗어날 수 있게 됐다.

여기에 세월호 참사로 박근혜 정부에 대한 항의 정서가 광범하게 존재했다. 세월호 참사 항의 운동이 거대한 규모로 일어난 것은 아니지만, 운동의 규모보다 훨씬 더 커다란 항의 정서가 존재했다.

이런 이유들로 여권에 대한 불신이 지난해보다 커졌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이번 선거에서 박근혜 정부에 항의하는 투표를 했다.

다만, 계급투쟁이 되살아나고 있긴 하지만 아직은 사회 전반의 이데올로기를 왼쪽으로 이동시킬 만한 수준으로 충분하게 발전하지 못했고, 선거적 대안도 부재한 바람에 여권이 간신히 참패를 모면할 수 있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새누리당보다 많은 광역단체장을 차지해 반사이익을 얻긴 했지만, 우경화로 사람들에게 큰 기대를 주지 못했다.

경기도에서는 한미FTA를 추진한 후보(김진표)와 한미FTA를 체결한 후보(남경필)가 대결해 큰 변별력이 없었다. 인천시장 후보 송영길은 송도 영리병원 설립에 대해 모호한 태도를 취하다 선거 직전에 표를 의식해 반대 의사를 밝히는 등 신자유주의와 결별하지 않았다. 그나마 NGO 출신인 박원순 서울시장은 개혁적 이미지 덕분에 재선에 성공할 수 있었다.

진보 정당들도 대중에게 별다른 기대를 주지 못했다. 진보 정당들은 분열하고 정치적 매력이 떨어져 초라한 성적을 얻었다. 진보 정당들은 2010년에 비해 절대 득표 수도 감소했고 당선자 수도 3분의 1로 줄었다. 이런 결과는 진보 정치 재건의 필요성을 보여 준다.

반면, 진보 교육감 후보들이라는 대안이 존재한 교육감 선거에서는 진보가 돌풍을 일으켰다. 무려 17곳 중 13곳에서 진보 후보가 당선했다. 압승이다.

부산·인천·경기도에서 단체장 선거 결과와 교육감 선거 결과가 엇갈린 것도 시사적이다. 이 곳에서 진보 교육감 후보들은 새정치민주연합과 달리 대체로 분명하게 진보적인 경력과 정책을 통해 진보 표를 결집시킬 수 있었다.

진보 교육감 후보들의 압승 요인

충격에 휩싸인 우파들은 신경질적 반응을 보이고 있다. 새누리당은 “교육 현장이 이념화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했다. 자신들이 좌우 논쟁을 벌이겠다는 예고다. 보수 성향의 한국교총은 교육감 직선제 폐지 헌법소원을 내겠다고 밝혔다. 선거 결과가 자기 마음에 안 든다고 2천만 명이 넘게 참가한 직선 투표 제도를 없애야 한다고 떠들고 있는 것이다.

이렇듯 교육감 선거 결과가 끼친 파장은 크다. 진보 교육감이 대거 당선한 것에는 몇 가지 요인이 있는 듯하다.

첫째, 단일화한 진보 후보들은 대부분 진보성이 두드러져 진보적 유권자들의 표가 결집할 수 있었다.

서울에서 당선한 조희연 후보는 군사정권 시절에 반독재 민주화 운동을 했고, 지금까지 진보적인 운동에 적극 관여해 온 행동하는 지식인이다. 이번 선거에서도 자사고 폐지와 혁신 학교 확대를 내걸어 경쟁 교육과 특권 교육에 대한 반대를 분명히 했다. 비정규직 노동자 직접고용 확대와 친환경 무상 급식 확대도 주요 공약 중 하나였다.

인천 교육감에 당선한 이청연 후보는 전교조 해직 교사 출신이다. 이청연 후보는 선거 운동 기간에 교사들의 ‘박근혜 퇴진 선언’을 두고 “마땅히 할 일을 한 것”이라고 옳게 방어한 바 있다. 그도 2010년 선거 때보다 득표율(25퍼센트 → 31.8퍼센트)과 득표 수(9만 3천 표 증가) 모두 크게 올라 당선했다.

경기에서도 이재정 후보가 “반전교조”를 앞세운 조전혁(2010년 전교조 명단을 무단 공개하며 공격한 전력이 있는 우익 후보)을 큰 표차로 이겼다. 이재정 후보는 김상곤 전 교육감보다 득표수와 득표율은 감소했지만, 교사 선언 탄압과 전교조에 대한 법외노조 공격을 반대하는 입장을 밝혔다.

또, 당선인 중 8명(인천, 광주, 세종, 강원, 충북, 충남, 경남, 제주)이 전교조 출신이다. 나머지 5명의 당선인도 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민교협) 출신이다. 흔히 새누리당 ‘텃밭’이라고까지 불리는 부산에서 당선한 김석준 후보도 민교협 출신이다. 또, 영남노동운동연구소장을 지내는 등 영남 지역의 노동운동과 밀접한 연관을 맺은 적이 있고, 민주노동당 창당에도 적극 뛰어들어 민주노동당의 부산시장과 국회의원 후보로도 출마한 바 있다.

둘째, 전임 진보 교육감들의 진보적인 교육 행정에 대한 대중적 지지도 이번 승리에 크게 기여한 듯하다.

강원, 전남, 전북, 광주에서는 기존 진보 교육감들이 재선에 성공했다. 경기도에서도 연거푸 진보 교육감이 당선했다. 기존 진보 교육감 4명은 2010년 선거보다 득표수와 득표율 모두 올라, 큰 격차로 보수 후보들을 따돌렸다.

2010년 0.2퍼센트 차이로 당선한 김승환 전북 교육감은 이번 선거에서 55퍼센트의 지지를 얻어 압승했다. 장휘국 광주 교육감(20만 표, 39.7퍼센트 → 30만 표, 47.6퍼센트), 민병희 강원도 교육감(28만 표, 39.9퍼센트 → 35만 표, 46.4퍼센트)도 큰 격차로 재선에 성공했다.

셋째, 앞서 언급한 이유들 등 때문에 진보 교육감 후보들의 당선 가능성이 꽤 높았다는 점도 진보 표 결집에 이롭게 작용했을 듯하다. 선거에서는 사표 심리도 작용하기 때문이다.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진보 정당 후보들이 분열 등으로 정치적 매력이 떨어지고 당선 가능성도 거의 없었던 것과 대조적이다.

전망과 과제

박근혜 정부가 선거에서 패배했다고 쉽게 물러나지는 않을 것이다. 선거 다음날, 전 서울 경찰청장 김용판이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박근혜는 ‘국가 개조’ 어젠다는 변함없을 거라고 밝혔다. 경제 위기의 여파가 언제 한국 경제에 타격을 줄지 알 수 없는 상황인데다가 재정적자 압박도 크기 때문이다. 긴축을 하려면 노동계급을 공격해 기를 꺾어야만 한다.

그래서 더더욱 박근혜 정부 등장 이후 조직 노동자 운동이 저항의 초점 구실을 해 왔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세월호 참사 국면에서도 노동자들은 초기부터 촛불 시위에 대거 참가했고, KBS와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들이 파업을 벌였다. 새누리당과 우파의 지방선거(교육감 선거 포함) 패배는 이런 투쟁 효과들로 형성된 사회적 세력 관계를 간접적으로 얼마간 표현한 것이다.

그러므로 지금 노동운동은 여권 패배의 기회를 이용해 투쟁의 고삐를 죄어야 한다. 조직 노동자들은 거리 시위에 참가해 세월호 참사에 항의해야 할 뿐 아니라 노동계급 고유의(즉, 착취에 저항하는) 투쟁 방법을 사용해야 한다. 노동자들이 세월호 참사 항의 분위기 속에서 산업 현장에서도 싸우도록, 분노를 사용자의 이윤 쪽으로도 돌리도록 해야 한다.

세월호 참사는 민영화 반대, 공공부문 긴축 반대, 작업장 안전 확보, 비정규직 정규직화 등 노동자들의 요구와 투쟁들이 사회의 보편적 이익을 대변한다는 것을 보여 줬다.

KBS 노동자들은 선거 결과를 기다리지 않고 세월호 참사 항의와 자신들의 즉각적 요구를 결합시켜 파업을 해 1라운드에서 승리했다. 이런 승리를 본보기 삼아 노동자들은 투쟁해야 한다. 따라서 민주노총이 밝힌 “6월 말 총궐기 투쟁”은 하루 집회를 하는 것에 머물러서는 안 되고, 노동계급의 경제적 잠재력을 실제로 사용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