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 부패와 민족주의의 제전

강동훈

8월 13일에 그리스 아테네에서 올림픽이 개최된다. 근대 올림픽이 시작된 지 108년 만에 고대 올림픽의 발상지인 그리스에서 다시 한번 올림픽이 열리게 되자 고대 올림픽 정신으로 돌아가야 한다고들 말한다.
하지만 “우정과 세계 평화를 목적으로 모이는” “순수한 스포츠의 제전”이라는 구호와 달리, 지난 108년 간의 올림픽 역사는 온갖 부패 추문과 돈벌이와 정치에서 자유로웠던 적이 없다.
근대 올림픽의 창시자로 알려진 쿠베르탱은 처음부터 민족주의적 목적으로 올림픽의 부활을 꿈꿨다. 프랑스와 프러시아의 전쟁에서 프랑스가 패배한 후, 쿠베르탱은 프랑스가 패배한 이유가 군인들의 체력이 약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건강한 체력에서 나오는 건강한 정신”만이 프랑스를 일으켜 세울 수 있다고 믿었던 것이다.
원래 제1회 올림픽은 1900년에 파리에서 개최할 예정이었다. 그런데 초대 올림픽위원장을 맡은 그리스인 디미트리오스 비켈라스와 그리스 왕가의 적극적인 개입으로 첫 올림픽경기를 아테네에서 개최하게 됐다.
터키의 지배에서 벗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았던 그리스는 국민들에게 민족의식을 고취하기 위한 목적으로 올림픽을 개최했던 것이다. 그들은 이 분위기를 살려서 올림픽대회를 아테네에서 계속 개최하고자 했으나, 쿠베르탱에 밀려 그 뜻을 이루지 못했다.
결국 세계 각국에서 자본주의가 발전하면서 각국의 지배계급은 민족주의를 고취할 필요가 있었고, 이에 맞추어 올림픽은 확대될 수 있었다.
이런 민족주의에 철저히 이용된 대표적 올림픽이 1936년의 베를린올림픽이다. 히틀러는 이 대회를 “아리안 인종”의 우월성을 과시하고 파시스트 정권의 정당성을 강조하는 대규모 선전장으로 이용했다. 당시 올림픽위원회는 히틀러가 파시즘을 선전하는 데 올림픽을 이용할 것을 알면서도 이를 묵인했다.
올림픽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것은 먼 과거의 일이거나 권위주의 국가에서만 벌어지는 것도 아니다. 최근에 개최된 올림픽인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동계올림픽은 미국의 민족주의를 분명히 보여 줬다.
우리에게 ‘오노의 금메달 강탈 사건’으로 더 잘 알려진 쇼트트랙의 편파 판정들뿐이 아니었다. 미국은 올림픽 개막식 때 ‘찢어진 성조기’를 들고 나와 ‘9·11 테러’ 희생자 위령제를 지냈고, 미국인의 애국심을 고취시키는 행사로 일관했다.

부패 스캔들

솔트레이크시티 동계올림픽은 “올림픽 사상 초유의 부패 스캔들”로 유명하다. 후보 도시와 올림픽 위원들 사이에 뇌물이 오갔다는 것이다.
그러나 올림픽위원회(IOC)의 뇌물 사건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보통 올림픽 개최 후보 도시들은 IOC 위원들에게 1등석 항공편과 최고급 호텔의 스위트룸, 리무진 등을 기본으로 제공한다. 베를린의 한 올림픽관계자가 2002년 동계올림픽 유치 실패의 원인을 “베를린시는 (선심 공세에) 너무 인색했다.” 라고 밝힌 것은 올림픽 개최에 ‘충분한 투자’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솔트레이크시티 동계올림픽의 대규모 부패가 드러난 것은 IOC 위원인 마크 호들러의 폭로가 있었기 때문이다. IOC 위원들은 현금과 자동차 등 선물은 물론 성적 향응과 부동산, 심지어 친척들을 위한 무료 의료 행위, 대학 학자금 그리고 직장까지 챙겼다.
이것은 올림픽이 거대한 상품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특히 전 IOC 위원장 사마란치가  올림픽을 수익성 좋은 상품으로 만들었다. 부유한 섬유업자의 집안에서 태어난 이 자는 스페인의 프랑코 파시스트 정권의 열렬한 지지자였다.
사마란치는 프로 선수들이 올림픽에 참가할 수 있게 하고, 거대 기업들을 후원자로 끌어들이고 TV 중계권을 거액에 판매하며 “올림픽의 교황”으로 20년이 넘게 군림했다.
사마란치는 솔트레이크시티 부패 스캔들에서 13명의 IOC 위원들을 징계하는 것으로 마무리했다. 또한 전 미국 국무장관 헨리 키신저를  영입해 IOC 개혁안을 발표하기도 했다.
부패의 대명사인 사마란치는 뒤로 물러나 여전히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종신 명예위원이 되면서, 자크 로게가 새 IOC 위원장이 됐다. 이 자는 “클린 맨”으로 불리며, 한때 사마란치의 오른팔로 알려졌던 김운용을 밀어내고 새 위원장이 됐다.
로게는 올림픽을 혁신하겠다고 했지만 그 역시 충실한 “사마란치의 제자”였을 뿐이다.
로게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IOC 평가단장 하이베리는 자신이 일하는 기업이 밴쿠버와 사업 계약을 맺을 수 있도록 힘을 쓴 ‘밴쿠버 스캔들’을 일으켰다. 그러나 로게는 이 부패 추문에 면죄부를 줬고, 2010년 동계 올림픽 개최지는 결국 밴쿠버가 됐다.
최근에는 영국의 BBC가 몰래카메라를 가지고 “IOC 위원 1백24명 중 54명의 표를 구매할 수 있다”는 중개인들과 접촉하는 데 성공했다. BBC 기자들은 2012년 올림픽을 런던으로 유치하기를 바라는 사업가처럼 행동했다. 이 사건은 IOC에서 매표행위가 계속되고 있으며, IOC 전체가 부패에 찌들어 있다는 것을 보여 준다.

테러 위협 속에 치러지는 아테네올림픽

올림픽이 세계 각국의 정치적 각축장이라면, 테러 단체들이 개입하는 것도 이상할 것이 없다. 1972년 뮌헨올림픽은 이스라엘 선수들에 대한 테러로 유명하다.
이번 올림픽은 부시의 이라크 침략 전쟁 덕분에 그 어느 때보다 커다란 테러 위협 속에 치러지게 됐다. 일부 미국 선수들은 참가를 포기했고, 한국은 자진해서 보안 최고 등급을 요구했다. 그리스 정부는 보안 비용에 시드니올림픽의 5배인 15억 달러를 투입해야 했고, 테러 위협 때문에 전체 관광객 수가 오히려 감소해 아테네올림픽은 큰 적자를 보게 됐다.
역사상 전례 없이 나토(NATO)군이 보안을 맡기로 했고, 8월 7일부터는 패트리어트 요격 미사일이 배치되는가 하면, 나토 군함과 공중조기경보기(AWACS)도 가동됐다.
이 때문에 ‘안티올림픽 좌파 그룹’ 등 아테네올림픽에 반대하는 그리스 시민단체와 노동단체는 7월 23일 아테네에서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올림픽 때문에 노동조건이 악화하고 있고 테러위협을 빌미로 한 나토의 군사 활동이 개개인의 사생활과 인권을 침해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독재자들이 이용한 서울올림픽

1988년의 서울올림픽 역시 전두환·노태우 등 군부 지도자들이 광주 학살을 감추고 지배를 정당화하기 위해 개최됐다. 노태우는 고양되고 있던 노동자·민중 운동을 꺾기 위해 올림픽에서 민족주의를 부추기는 데 혈안이 됐고, 승부 조작도 마다하지 않았다. 특히 권투 경기는 대회 내내 심판 매수 의혹에 시달렸다.
시합이 조작됐다는 것이 너무도 명백해 시합을 지켜본 우리 나라 사람들 5만 명이 방송국에 전화를 걸어 항의를 했을 정도로 권투 경기는 사기극이었다.

전범 키신저가 올림픽의 개혁자?

키신저는 베트남 전쟁을 비롯해 인도차이나 민중에 대한 대량 학살을 계획했고, 민주적으로 선출된 칠레와 키프로스의 국가 수반 살해 계획에 참여했으며,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인종 분리 정책을 지지했던 더러운 전력을 가진 자다.
또한 키신저는 미국 독립혁명 200주년을 맞아 기필코 1976년 올림픽을 미국에서 유치할 수 있도록 ‘총력전’에 나서기도 했었다.(이 시도는 미국의 캄보디아 확전으로 나빠진 국제 여론 때문에 결국 실패했다.) 최근 IOC 명예위원이 된 키신저는 역겹게도 올림픽에서 상업성을 줄여야 한다며 IOC 개혁을 주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