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 지방선거는 박근혜 정부에 대한 항의가 표현된 선거였다. 박근혜는 세월호 참사와 지방선거 결과로 여전히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그럼에도 공공부문 공격은 계속 추진되고 있다. 선거 참패는 면했다는 점도 있겠지만, 특히 경제 상황의 압박 때문에 박근혜 정부는 여유가 많지 않다. 

박근혜 정부의 공격적인 긴축 추진에 맞서 투쟁을 조직하는 데 힘써야 한다. ⓒ공공운수노조연맹

박근혜 정부는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와 중국 경제 성장률 둔화, 유럽 재정 위기라는 경제 상황을 배경으로 출범했다.

게다가 이명박 정부가 2009년 경제 위기를 맞아 공공기관을 대거 동원해 경기 부양책을 쓰면서 공공 지출이 급증했다. 이 때문에 현 정부는 공공기관 부채가 잠재적 위험요소가 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강하다.

박근혜 정부가 늘어난 공공기관 부채를 어떻게든 줄이라고 압박하며 긴축을 밀어붙이는 이유다.

설상가상으로 최근 국내 소비 부진과 환율 하락 때문에 한국은행은 올해 경제성장률을 낮춰 잡을 전망이다.

그래서 지방선거 바로 다음 날 기획재정부는 “공공부문의 부채 관리를 통해 재정건전성 위협요인에 대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근혜도 “공공개혁을 비롯한 ‘경제혁신 3개년 계획’ 추진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공공기관 ‘정상화’와 더불어, 의료민영화 가이드라인·시행규칙 발표, 공무원연금 20퍼센트 삭감안도 정부의 긴축 정책 속에서 벌어지는 공공부문 공격이다.

긴축이 꽤 추진된 유럽에서 복지·공공서비스 축소, 노동자 임금 삭감, 해고 등이 벌어졌다. 2009년 경제 위기 당시 부자와 은행들을 살리려고 돈을 쏟아붓더니, 그 대가는 노동자들이 치르라는 것이었다.

박근혜 정부의 긴축도 마찬가지다. 4대강 사업과 부자 감세 등으로 생긴 공공 부채를 이제 와서 노동자들에게 떠넘기는 것이다. 올해 예산 책정 과정에서 여성 장애인 지원 예산의 63퍼센트가 삭감됐고, 기초연금 공약도 사기극으로 끝났다.

공공기관 ‘정상화’ 대책도 노동계급 전체의 삶을 악화시키는 정책이다. “정상화라 쓰고 민영화라 읽는다”는 말처럼, 공공기관 ‘정상화’의 주요 내용이 바로 민영화다. 정부는 부채 삭감의 70퍼센트 이상을 ‘사업 조정’과 ‘자산매각’을 통해서 하겠다고 밝혔는데, 사기업에 사업을 이전하고 공공자산을 사기업에 팔겠다는 것이다.

공기업은 방만한가?

정부는 공기업이 방만하고 비효율적이니 ‘정상화’해야 한다고 말한다. ‘해피아’나 ‘원전 마피아’ 같은 사례를 보면 사람들이 공공기관을 불신할 만하다. 한국에서는 특히 공공기관이 권위주의 국가의 부속물 구실을 해 온 역사가 있다.

지금도 공공기관 임원은 정부의 낙하산으로 가득 차 있다. 이들이 공공기관을 정부 정책을 수행하는 수단으로 삼고, 나중에 문제가 생기면 책임은 지지 않는 일들도 허다하다. 4대강 사업, 해외 자원 개발 사업, 인천공항철도 민영화 등등.

그런데 정부가 말하는 공공기관 ‘정상화’는 결코 이런 문제들을 해결할 대안이 될 수 없다. 낙하산 인사가 여전한 것은 물론이고, 공공기관에 대한 민주적 통제는커녕 민영화를 도입해 공공부문을 시장의 광기에 떠맡기겠다는 것일 뿐이다.

사실 공기업이 그 자체로 비효율적인 것은 아니다. 민영화 효과를 평가한 국내외 연구를 보면, 민영화로 생산성과 효율이 높아진 경우는 거의 없다. 2011년 12월 한국조세연구원이 발표한 ‘공기업 민영화 성과 평가 및 향후 과제’를 보면, “실증분석 결과 공적지분율이 높을수록 노동생산성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 즉, 공적소유권 기관의 경우 노동 투입 대비 효율성이 좋다.”

민영화로 수익성을 올린 경우조차 엄청난 요금 인상 때문이었다(통신사와 석유 기업이 대표적).

그리고 1990년대 중반 영국에서 발표된 연구 결과를 보면, 민영화 과정에서 정리해고와 임금 삭감으로 일시적으로 수익성을 높인 경우는 있었으나, 그 효과는 대개 4년을 넘기지 못했다.

게다가 수익성으로만 환원할 수 없는 공공성의 문제가 있다. 공기업은 필수 공공재를 안전하고 값싸게 제공하는 구실을 해야 한다. 또한, 공공기관들은 전국적 네트워크망이나 인프라 등을 만들고 유지하는 구실을 한다. 이것은 전 산업의 발전과 노동력의 이동 등을 위해 필수적이지만 사기업이 투자하기는 어려워, 당장 수익이 나지 않더라도 국가가 유지해야만 한다. 여기서 생기는 부채는 마땅히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

따라서 공공기관을 시장의 잣대로 평가해선 안 된다. 2008년 촛불항쟁과 지난해 말 철도 파업 때 수많은 사람들이 민영화에 반대했던 것도 이 때문이다.

공공기관은 낙하산 관료의 통제도, 민영화도 아닌, 공공의 필요에 맞게 운영돼야 한다. 지난해 철도 파업처럼 공공기관 노동자들의 투쟁이야말로 공공성을 지키는 보루다.

노정 교섭과 투쟁

한편, 양대노총 공공부문 공대위는 ‘노사정대표자회의’를 제안했다. 단협까지 무시하며 노동조합을 공격하는 정부에게 대화와 교섭을 요구한 것이다.

그러나 기재부는 이 제안을 곧장 거절했다. 그리고 지방선거 후 더 강하게 공공부문 공격을 밀어붙이고 있다. 정부의 집요하고 공격적인 태도를 보건대, 투쟁이 충분히 심화·발전하지 않는다면 양보를 얻어 내기 쉽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공공기관 노동자들은 민주노총의 6월 총궐기에 적극 동참해야 한다. 그리고 이미 예고한 ‘정상화’ 반대 파업을 비롯한 투쟁을 조직하는 데 중심을 둬야 한다.

세월호 참사로 민영화와 외주화 반대, 규제 완화 반대, 공공성 강화 등 그동안 공공부문 노동자들의 요구가 옳았음이 입증됐다. 공공기관 노동자들이 노동조건과 복리후생 후퇴 문제와 공공성 훼손 문제를 결합해 적극 투쟁에 나선다면 연대와 지지를 받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