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 후 일각에서는 “세월호 심판론보다 박근혜 구하기가 막판 위력을 발휘한 것이라는 평가가 힘을 얻고 있[다]”며 이후 박근혜가 “정세 주도권을 쥐고 드라이브 걸 듯”하다고 전망한다.

참패를 못 시킨 실망감과 최근 공세 때문에 이런 시각이 호응을 얻기도 한다. 그러나 이런 평가와 전망은 일단 실제 현실에 부합하지 않는다.

새누리당은 전국 정당득표 합계도, 광역단체장 득표 합계도 야권에 뒤졌다. 서울에서 크게 졌고, 텃밭인 부산, 대구 등에서도 득표가 줄었기 때문이다.

‘박근혜 구해 줍쇼’로 선거를 치른 부산시장 득표율은 박근혜의 대선 득표율(부산)보다 10퍼센트나 하락했다. 정몽준이 얻은 표는 서울의 새누리당 정당득표보다도 적다. 우파 결집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것이다.

무엇보다 새누리당이 민 보수 교육감 후보들이 17곳 중 13곳에서 진보 후보들에게 졌다. 진보 교육감 후보들의 득표는 4년 전보다 전국에서 골고루 성장했다.

이처럼 박근혜 정부에 대한 항의 투표는 있었지만, 세월호 참사 국면에서 아무것도 한 일이 없는 새정치민주연합이 ‘세월호 심판론’의 온전한 수혜자가 될 수는 없었다.

그러므로 선거 대안이 부재한 단체장 선거에서는 (교육감 선거와 달리) 정권 심판 정서가 선택지를 찾기 힘들었다.

단순히 당선자 수 등만 보고 선거 결과와 그 맥락을 판단할 수 없는 이유다.

조직 노동운동이 살아나고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아직 충분히 강력한 것은 아니어서 엎치락뒤치락하는 계급 세력관계가 간접적으로 반영돼 여권이 그럭저럭 참패는 모면하게 된 것이다.

이번 지방선거가 보여 준 정치적 양상은 박근혜 정부에 항의하려고 여권 밖 정당들에게 투표한 사람들이 더 많았다(그리고 많아졌다)는 점이다.

따라서 국민 다수가 박근혜 정부를 지지한다는 따위의 부정확하고 비관적인 분석은 일부 온건한 개혁주의 지도자들에게 투쟁을 제약할 핑계거리만 줄 뿐이다. 박근혜 퇴진 같은 급진적 요구와 노동운동과의 연대를 멀리하는 식으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