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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협 개악 노사합의를 압박하는 철도공사
철도노조 지도부는 맞바꾸기 합의 말고 투쟁으로 맞서야 한다

철도공사는 대규모 해고와 강제전출, 추가 가압류, 그리고 직종별 구조조정 강행을 예고해 왔다. 불과 몇 개월 만에 또다시 1백 명이 넘는 조합원들이 해고 위협에 놓였고, 대규모 강제전출에 직면하게 됐다.

그런데 철도공사는 최근 역-열차 강제전출과 대규모 징계 발표를 잠시 연기하고, 노사교섭을 열어 13개 단협 개악을 수용하라고 노조 지도부를 압박하고 있다. 6월 25일까지 단협 개악을 수용하지 않으면 대규모 해고, 강제전출, 추가 가압류를 추진하겠다고 협박하면서 말이다.

철도공사가 이렇게 나오는 이유는, 6월 25일까지 정상화 방안 이행 성과를 정부에 제출해야 하는 것에 혈안이 됐기 때문이다. 철도공사는 얼마 전 경영평가에서 부채와 지난해 파업을 이유로 최하위 등급을 받았다. 철도공사 사장 최연혜는 취임 6개월 미만 기관장이라는 이유로 이번에 해임을 면했지만, 앞으로 철도공사 ‘경영정상화’ 이행을 못하면 해임될 처지다.

그래서 지금 철도공사는 대규모 징계와 강제전출 등으로 노조를 협박하며 교섭에 나와 13개 단협 개악에 합의하라고 압박하고 있는 것이다. 사측이 단협 개악을 수용하면 징계를 최소화하고 강제전출을 연기해 주겠다며 맞바꾸기를 강요하는 것은 정말이지 비열한 수작이다.

대규모 징계와 강제전출이 노동자들을 고통에 몰아넣는 부당한 공격이라면, 단협 개악 역시 공공기관 ‘정상화’ 명분으로 노동자들의 조건을 악화시키는 공격이다.

13개 단협 개악안은 퇴직금, 육아휴직급여, 산재 휴업 급여, 휴일, 경조사비 축소 등으로 노동조건을 크게 후퇴시키는 것들이다. 철도 노동자들은 가뜩이나 다른 공공기관에 비해 임금도 낮고 후생복리도 떨어지는 판에 이를 더 삭감하라는 것은 말도 안 된다고 말한다. 게다가 철도 노동자들은 수년째 임금이 동결됐고, 이미 지급한 성과급이 과다했다며 적지 않은 액수의 성과급 반납까지 요구받고 있다.

설사 철도공사가 정부에 정상화 이행 방안을 시급히 제출하기 위해 당장은 징계를 최소화하고 강제전출을 연기한다 해도 이는 결코 오래 지속되지 않을 것이다.

철도공사는 6월 이후에도 ‘정상화’ 방안을 계속 추진해야 하고 이를 위해 강제전출, 근속승진제 폐지, 구조조정 등을 시행하려 들 것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철도공사는 하반기에 철도 분할 민영화를 계속 추진할 것인데, 강제전출과 구조조정 같은 노동조건 공격은 그 사전 작업으로 필수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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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철도노조는 이런 점을 내다 보고 철도공사의 압박에 단호하게 대처해야 한다. 만약 대량 해고와 강제전출을 일단 피해 보자는 생각에서 단협 개악을 합의한다면, 명분은 물론 실리도 잃을 것이다. 이런 무원칙한 대응은 조합원들의 사기를 떨어뜨려 앞으로 이어질 사측의 공격에 제대로 맞서기 어렵게 만든다. 오히려 단호하게 전열을 정비하고 대응 태세를 갖추는 것이 장기적인 관점에서 훨씬 유리하다.

일부 지도자들은 대량 징계와 강제전출을 막을 뾰족한 수가 없다고 여기는 듯하지만, 지금 현장조합원들이 싸울 힘이나 의지가 없는 것은 결코 아니다. 지난 3~4월 현장조합원들은 강제전출에 맞서 파업까지 결의했으나 노조 중앙 지도부가 이를 받아 안지 않아 투쟁을 전진시키지 못했던 것이다. 최근 열차직종 노동자들이 강제전출에 맞서 집회와 농성을 벌인 것처럼, 지금도 조합원들은 지도부가 투쟁을 호소하면 이에 응할 태세가 돼 있다.

또, 철도노조 활동가들은 단협 개악 합의가 공공부문 ‘정상화’에 반대하는 전체 노동자들의 투쟁 대오에 미칠 악영향을 심각하게 고려하지 않으면 안 된다.

지금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산하 공공기관 노조들은 일체의 교섭 권한을 상급노조에 위임하고 단협 개악을 강요하는 정부에 공동으로 맞서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철도노조가 단협 개악을 합의한다면 동료 공공부문 노동자들을 저버리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만약 이렇게 되면 정부는 기가 살아 철도노조의 ‘노사합의’를 앞세워 다른 노조들에도 ‘합의’를 압박하고 공공부문에 대한 공격을 더욱 밀어붙이려 할 것이다. 이는 공공부문 ‘정상화’ 저지 투쟁의 전열에 심각한 타격을 줄 것이고, 더 나아가 전체 노동운동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다.

철도노조 조합원들은 지난해 KTX민영화 저지 파업 때 불굴의 의지로 23일을 버티며 전체 노동계급과 피억압 대중을 위한 공공서비스 지키기에 헌신했다. 그 결과 정부의 ‘철밥통’ 이간질은 전혀 먹혀 들지 않았고, 오히려 광범한 대중으로부터 열화와 같은 지지를 받았다. 이 속에서 철도 노동자들은 전에 맛보지 못한 자부심을 느끼며 사기를 드높였다.

지금 철도노조는 다시금 이 길을 택해야 한다. 근시안적이고 무원칙한 합의로 연대를 훼손해서는 안 되고, 다른 노동자들과 연대를 강화하며 정부와 사측의 ‘정상화’ 공격에 맞서 싸워야 한다.

공공부문 ‘정상화’ 저지 투쟁은 정부의 공공서비스 축소와 민영화에 맞서 노동계급과 피억압 대중의 이익을 지키는 투쟁이다. 따라서 철도노조가 굳건히 싸워 나간다면 지난해처럼 또다시 광범한 지지와 연대를 얻을 수 있다. 이것이 또한 철도 노동자들의 조건도 방어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