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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 사태:
미국 제국주의의 한계가 드러나다

이라크 위기는 미국 권력의 약화를 보여 주고, 이것은 아래로부터 운동이 자본주의 체제 전체를 뒤흔들 수 있음을 뜻한다고 알렉스 캘리니코스는 주장한다. 알렉스 캘리니코스는 런던대학교 킹스 칼리지 유럽학 교수이자 영국 사회주의노동자당(SWP)의 중앙위원장이고, 8월 7~10일 서울에서 열리는 맑시즘2014에서 ‘오늘날 제국주의를 이해하기’ 등의 주제로 연설한다.

한때 떠들썩했던 ‘미국의 새로운 세기를 위한 프로젝트’는 어떤 결과를 낳았습니까?

‘미국의 새로운 세기를 위한 프로젝트’는 9·11 사태* 이후 조지 W 부시 일당이 세운 계획입니다. 차라리 야심 발표문이라고 보는 것이 더 맞습니다. 그 자들은 9·11 사태가 터지자 중동에서 미국의 패권을 강화할 기회가 생겼다고 보고 ‘테러와의 전쟁’을 선포했습니다.

그러나 미국은 자기 꾀에 호되게 당하는 꼴이 됐습니다.

미국은 곧 이라크 사회의 구성원이 모두 가담한 무장 저항에 직면했습니다. 단지 수니파 거주지역에서만 저항이 일어난 것이 아닙니다. 예를 들어, 성직자 무크타다 알 사드르처럼 바그다드의 시아파 빈민 거주 지역에서 활동한 저항 세력도 있었습니다.

미국은 저항에 직면하자 핵심적으로 이간질을 통한 각개격파 전략을 썼습니다. 수니파를 적대하는 시아파 정당들을 지원했습니다. 그 때문에 2005~08년에 종파 간 내전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종파 간 분쟁을 제어하기 힘들어지자 미국은 이른바 ‘수니파 각성 운동’을 부추겼습니다. 이 운동은 알카에다 지지자들을 견제하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이 모든 사태로 득을 본 자가 2006년 이라크 총리가 된 누리 알 말리키입니다. 그는 지독하게 종파적인 방식으로 시아파 권력을 구축했습니다. 이 때문에 수니파가 다시금 저항에 나섰습니다. ‘이라크·레반트 이슬람 국가’(ISIL)는 이런 수니파들의 반감을 이용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미국은 자신의 패권을 강화하려다가 이라크를 해체 위기로 몰아넣었습니다. 이라크 상황은 이 지역 일대에 상당한 변화를 가져올 것입니다.

알렉스 캘리니코스

지금 미국이 군사적 개입에 확 달려들지는 않는 것을 새로운 형태의 베트남 증후군이라고 볼 수 있을까요?

맞습니다. 오바마는 미국이 9·11 사태 이후 일으킨 일련의 전쟁들에서 빠져나오기를 갈망합니다.

그래서 이라크에서 미군을 철수시켰습니다. 원래 오바마는 이라크에 병력을 조금은 남겨 두려고 했는데 말리키가 그렇게 하지 못하도록 했습니다. 오바마는 아프가니스탄에서도 병력을 철수시키려 합니다.

부시 정부에서 일하던 자들은 이제 현재의 위기가 오바마의 실책 탓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중동에서 군사적 개입을 늘리는 것에 반대하는 의견이 미국 사회 전반에 광범합니다. 좌파뿐 아니라 우파도 반대합니다. 누가 미국의 대통령이 되든 같은 문제에 직면할 것입니다.

오늘날 미국은 베트남 증후군 대신에 이라크 증후군에 시달리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미국은 큰 제약을 받고 있습니다.

미국의 패권은 전보다 약해졌습니다. 이라크에서 실패해서도 그렇지만 경제 위기의 영향이 큽니다.

그렇다고 해서 미국을 얕잡아 보면 안 됩니다. 미국은 지금 이라크에 특수부대를 보냈습니다. 이 특수부대의 주요 임무는 공습 지원입니다.

미국이 또다시 이라크에 미사일을 퍼부을 것이라 생각하니 정말 끔찍합니다. 지금 이라크에서는 교전이 인구 밀집 지역에서 많이 일어나기 때문에 더 그렇습니다. 미국은 아무리 이빨이 빠지고 발톱이 빠졌어도 여전히 사납습니다. 그래서 어마어마한 고통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미국 제국주의가 겪고 있는 위기는 사건이 터질 때마다 더 심해지는 듯합니다. 올해 초만 하더라도 미국이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한테 아주 만만찮은 도전을 받을 것이라거나, 알카에다마저 도가 지나치다고 비난하는 지하드 세력에게 이라크의 상당 부분을 빼앗길 것이라고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지금의 이라크 상황은 미국의 패권이 얼마나 약해졌는지를 한눈에 척 보여 줍니다.

여기에 정치적으로 중요한 함의가 있습니다. 바로 아래로부터 운동이 실질적인 타격을 가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미국이나 다른 나라 지배계급의 패권뿐 아니라 자본주의 체제 전체에 심대한 타격을 가할 수 있는 힘 말입니다.

아랍 혁명이 가져온 변화는 무엇인가요?

아랍 혁명은 미국을 한층 더 약화시켰습니다. 물론 이집트에서 엘 시시가 이끄는 군부가 다시금 권력을 잡은 것을 보며 미국은 분명 가슴을 쓸어내렸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중동은 아랍 혁명을 거치면서 분명히 달라졌습니다. 나라마다 구체적 양상은 다르지만, 아랍 지역의 정권들이 모두 전보다 더 약해졌고 정치 위기에도 더 취약해졌습니다.

예를 들어, 시리아에서 독재자 바사르 알 아사드는 혁명에 맞서 내전을 일으켰고 그 때문에 나라가 사실상 해체됐습니다. 여기에 이라크까지 해체되면 다른 정권들은 더 취약해질 것입니다.

예컨대, 많은 사람들이 이런 식의 쟁투가 벌어질 다음 나라로 요르단을 지목합니다.[요르단은 시리아와 이라크의 인접국이고 반동적인 친미 왕정이 통치하고 있다 ─ 옮긴이] 요르단은 미국, 이스라엘, 사우디아라비아한테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국가입니다.

걸프 연안 국가들은 이 지역에서 어떤 구실을 합니까?

서방이 아무리 중동 민주주의 운운해도 그들이 사우디아라비아와 아주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는 한, 모두 자기 얼굴에 침 뱉는 격입니다. 미국뿐 아니라 영국과 프랑스도 사우디아라비아와 친밀한 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시리아와 이라크에서 혼란을 일으키는 지하드 세력의 일부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또, 사우디아라비아는 이집트의 군부 정권을 아주 강력하게 지원하고 있습니다.

바로 이 대목에 현 상황의 모순이 있습니다. 미국은 중동을 안정시키려고 사우디아라비아와 동맹을 맺었습니다. 그런데 지금 그 사우디아라비아가 중동 내 자신의 영향력을 키우려 하면서 가뜩이나 혼란스러운 상황을 더 악화시키고 있습니다.

현 상황에서 석유는 얼마나 중요한 노릇을 하고 있습니까?

미국은 중동 석유를 중시합니다. 미국 자신이 중동 석유를 많이 써서 그런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많이 쓰지 않아서 그럽니다.

미국에서 사용되는 석유의 공급원으로는 라틴아메리카와 아프리카가 더 중요합니다. 여기에 더해 이른바 ‘셰일 혁명’으로 미국은 석유와 천연가스에서는 점점 더 자급자족으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세계에서 석유 매장량이 가장 많은 유전 지대가 중동에 몰려 있습니다. 그래서 다른 주요 자본주의 강대국들, 예컨대 유럽연합, 일본, 그리고 갈수록 중요해지는 중국 등이 중동 석유에 크게 의존합니다.

미국이 이라크를 침공한 것은 단지 [미국의 석유 기업] 엑손에게 석유를 퍼주기 위한 것만은 아니었습니다. 물론 엑손의 처지에서는 그것도 좋은 일이었겠지만 말입니다.

미국이 이라크를 침공한 진정한 목적은 따로 있었습니다. 바로 유전 지대를 장악해 다른 강대국들이 미국에 고분고분하도록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결과는 완전히 정반대였습니다. 다른 강대국들은 미국이 이라크에서 실패한 것을 보며 미국이 쇠락하고 있다고 여기게 된 것입니다.

미국의 핵심 경비견 이스라엘한테 이라크 상황은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이스라엘은 현 상황을 보면서 무척 걱정하고 있을 것입니다.

이스라엘에 적대적인 급진 수니파 세력이 이라크와 시리아 위기 속에서 더 강해지고 있는 것이 한 이유입니다. 알카에다 창립자 빈 라덴은 언제나 팔레스타인 문제를 중요한 대의명분으로 내세웠습니다.

또한 이스라엘은 지역 강국인 이란을 특히 경계합니다.

이라크 전쟁이 미국에게 준 가장 해악적 영향 중 하나는 이란이 가장 큰 수혜를 입었다는 것입니다. 이란은 시리아 혁명에서 바사르 알 아사드 정권을 지키는 데서도 결정적 구실을 했습니다.

이란은 이라크 말리키 정권과 관계가 긴밀합니다. 이란 관료들이 이라크로 가서 말리키 정권을 지탱시키려 애쓰고 있습니다. ISIL을 막고 이라크를 안정시키려고 이란과 미국이 공조하는 것은 이스라엘의 처지에서는 아주 마음에 안 드는 상황입니다.

게다가 미국은 지난해부터 이란의 핵무기 프로그램을 두고 이란과 대화하기 시작했습니다. 이스라엘은 미국의 이런 태도를 아주 못마땅하게 여깁니다.

러시아는 이 지역에서, 특히 시리아에서 영향을 미치는 또 다른 강국입니다. 러시아의 패권이 상승세에 있다고 보십니까?

상승세라고 보는 것은 과장입니다.

러시아의 패권은 과거 소련 시절보다 훨씬 약합니다. 러시아 대통령 푸틴은 러시아의 패권을 다시 구축하고 중동과의 관계를 복원하려 합니다. 역사적으로 러시아는 시리아와 관계가 긴밀했습니다.

그러나 현재 푸틴의 행보는 본질적으로 방어적입니다.

푸틴은 우크라이나에서 미국과 유럽연합보다 더 기민하게 움직였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기본적으로 우크라이나가 서방 쪽으로 끌려가는 것을 막기 위한 방어적 대응이었습니다.

일각에는 러시아가 사우디아라비아를 통해 ISIL이 공세에 나서도록 부추겼다고 추측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신경 쓸 여유를 갖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라는 것이죠. 그러나 제 생각에 이는 그야말로 뜬구름 잡는 얘기일 뿐입니다.

미국에게 큰 문제는 동아시아에서 중국이 부상하는 것입니다. 미국이 다른 전선으로 신경이 분산될수록 러시아한테 더 유리할 것입니다.

현 상황은 제국주의 열강 간 경쟁이 세계적 차원에서 벌어지고 있음을 보여 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