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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의 인사 참극:
강점이 약점이 되고 있는 박근혜의 우파 기반

집권 2년차에 우파적 친정체제를 강화하려던 박근혜의 개각 시도가 반발에 부딪혀 부분적으로 좌절됐다. 안대희에 이어 문창극까지 인사청문회 문턱도 못 넘고 낙마한 뒤, 두 달 전에 사의를 표명한 정홍원을 유임시키겠다고 한 것이다.

이것은 자신의 핵심 기반이 부패 집단임을 자인한 셈이다. 특히 정홍원은 세월호 참사에 책임을 지고 대통령 대신 사퇴의 총대를 멘 것이었다. 이를 물렀으니 이 정권은 세월호에 어떤 도의적 책임도 지지 않겠다는 천하의 몹쓸 정권이 된 것이다.

인사 참극이 박근혜의 정치 위기로 발전할 조짐마저 보인다. ⓒ사진 〈노동자 연대〉

이번 인사 참극에서도 문제는 박근혜의 핵심 기반인 주류 엘리트 집단의 유달리 심한 부패였다. 표절한 논문으로 교수가 되고, 자기가 자기를 교수로 임명하고, 심지어 군대에서 군복무는 안 하고 석박사 학위를 따러 대학원에 다닐 정도로 부패한 특권층들이었다.

이런 자들을 앞세우려 했던 박근혜식 ‘국가 개조’가 1퍼센트 특권층을 위한 사회라는 것은 더 말할 나위가 없다.

이런 점들과 특히 친일 언행이 노동계급과 보통 사람들의 커다란 반감을 샀다. 7·30 재보선을 염두에 둬야 하는 집권당 안에서 문창극에게 자진 사퇴하라는 볼멘소리가 나올 정도였다. 반대로 우파 일부는 문창극 사퇴가 ‘좌파 선동에 밀리는 것’이라며 반발했다.

양쪽 눈치를 모두 봐야 하는 난처함 속에서 박근혜는 지명 철회 대신 장막 뒤에서 문창극에게 자진 사퇴를 압박했다. 문창극이 사퇴하고서야 박근혜는 우파를 의식해, “앞으론 부디 잘못 알려진 사안들에 대한 소명의 기회를 청문회에서 줘[야 한다]”고 무마하려 했다.

이 모든 과정은 박근혜 정부의 위신만 떨어뜨렸다. 인사 개편은 우파 정부답게 경제 위기 고통전가 드라이브를 본격화하겠다는 신호탄이었다. 그러나 출발은커녕 운전수도 못 태우고 한달을 허비한 셈이 됐다.

이 때문에 신경질이 난 우파는 ‘KBS가 [문창극의] 교회 강연을 짜깁기 왜곡보도 한 것이 문제’라며 속죄양 삼기를 했다. 인사청문회 제도도 문제 삼는다. 박근혜도 지금 차기 KBS 사장에 더 우파적인 노동탄압 전문가를 보내려고 마음먹고 있을 것이다.

박근혜의 강점은 그가 ‘우파의’ 여왕이라는 데 있다. 그런데 지금 평범한 대중의 반감은 바로 그 점에 있다.

강점이 곧 약점인 바로 이런 상황 때문에 박근혜의 그 유명한 ‘유체 이탈 화법’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우파 공세를 펴려다가 반발이 크면 아랫것들 잘못인 양 살짝 후퇴했다가 다시 도발하는 방식을 반복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