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 교회를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
〈노동자 연대〉 구독
프란치스코 교황은 “허영과 자만으로 이끄는 세속적인 부를 버려야 한다”고 말한다. 화려하고, 보수적인 행보를 보인 이전 교황들과 구분되는 그의 검박한 태도는 교황을 향한 관심을 높인 주요한 요인이었다.
그러나 아이러니이게도 가톨릭 교회의 부는 헤아리기 어려울 만큼 어마어마하다. 로마 교황청은 자본주의 금융시장의 큰 투자자 중 하나다. 2012년에는 ‘바티칸 리크스’ 스캔들이 터지며 교황청의 뇌물 수수와 비리, 돈세탁 등이 폭로되기도 했다. “아무도 하느님과 마몬
가톨릭 교회가 드러내는 모순은 이뿐만이 아니다. 가톨릭 교회는 다른 종교단체들과 마찬가지로 독재 정권을 비호했다. 비오 12세 교황은 무솔리니와 히틀러를 지지했다. ‘해방신학’을 비난한 요한 바오로 2세 교황과 요셉 라찡어 추기경
아르헨티나 군사독재 시절 호르헤 마리오 베르고글리오 대주교
그러나 가톨릭 교회는 또한 아래로부터의 투쟁의 일부이기도 했다.
계급 불평등과 제국주의로 고통받던 라틴아메리카에서는 해방신학 운동이 일어나 많은 사제들의 지지를 얻었고, 이들은 해방과 사회 정의를 위한 아래로부터의 피억압자·피착취자 투쟁과 밀접한 관계를 맺어 왔다.
한국에서도 정의구현사제단의 가톨릭 신부들은 군부 독재에 맞선 민주화 운동의 일부였다.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을 용기 있게 폭로한 것도 가톨릭 교회였다. 지학순 주교, 김승훈 신부 등이 불의에 맞선 양심적 종교인으로 잘 알려져 있다.
하나의 종교, 다른 실천
가톨릭 교회뿐 아니라 일반으로 종교는 어떤 사회적 맥락·관계 속에서 어떻게 반응하느냐에 따라 완전히 다른 양상으로 나타날 수 있다. 예컨대, 이슬람은 중동 독재 정부의 이데올로기인 동시에 팔레스타인과 이집트 민중의 정치적 신념이기도 하다.
이런 종교의 ‘두 얼굴’은 종교를 역사유물론으로 분석할 때 이해할 수 있다. 역사유물론은 관념이 역사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역사가 관념을 만든다고 본다. 종교의 호소력 또한 인간의 물질적 세계와 사회적 맥락에서 비롯한다. 종교는 마르크스가 소외라고 표현한 것 ─ 불평등, 착취 등 개개인이 통제할 수 없는 억압적 상황 ─ 때문에 존재한다. 즉, 다른 사상들과 마찬가지로 종교는 사회적·역사적 산물이다.
마르크스는 종교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
종교의 형태·규모와 기능은 다양하고, 그것은 항상 구체적 사회 조건에 달려 있다. 종교는 지배계급의 지배를 ‘신의 뜻’으로 정당화하기도 하는 반면, 이런 현실에서 벗어나고픈 대중의 염원을 나타내는 수단이 되기도 한다. 그래서 때로는 저항을 정당화하는 구실도 한다.
지난 30년 넘게 지속된 신자유주의 공세로 대중의 삶은 더 고통스러워졌다. 교황의 자본주의 비판 발언에 호응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도 바로 이 때문일 것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동시대 현실을 분석하는 것은 사실 교황의 책무가 아니지만, 돌이킬 수 없는 비인간성의 시대로 접어드는 상황에서 이는 우리 모두의 중요한 책무”라고 말했다.
역사유물론과 마르크스주의가 그러한 현실 분석과 사회 변화의 효과적 전략을 제공할 수 있다. 물론 마르크스주의자는 신앙인들과 함께 투쟁함으로써 이것을 현실에서 입증하도록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