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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각 후에도 지속될 공공기관 ‘정상화’ 공격

새 경제부총리 최경환은 한국 경제 성장 둔화가 예상되자 재정 투입을 늘리는 경기부양책을 쓰려 한다. 그러나 재정 투입은 늘린다 해도 공공부문 노동자들과 복지에 대한 공격은 늦추지 않을 것이다.

이것은 지배자들에게 전혀 모순이 아니다. 이명박 정부 때도 4대강 사업 등으로 공공 지출이 늘었지만, 이것은 기업 살리기용일 뿐이었다. 같은 기간에 공공부문 노동자들은 실질임금 삭감, 인력 감축, 구조조정으로 고통받았고, 공기업 민영화도 호시탐탐 시도됐다.

최경환은 취임사에서 “이제까지 추진해 왔던 공공기관 정상화, 창조 경제, 서비스업 육성 등의 과제들을 더욱 속도감 있게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근혜 정부는 세월호 참사 여파로 공공부문 공격의 추진 동력이 훼손되는 것을 우려해 성과 내기에 혈안이 돼 있다.

이것은 ‘정상화’의 핵심 내용, 즉 공공기관 노동자들의 임금과 복리후생을 대폭 삭감하고 공공기관의 사업과 지분을 되도록 사기업에 많이 팔아넘기는 민영화를 흔들림 없이 추진해 나가겠다는 뜻이다.

‘창조경제를 하려면 의료, 교육 분야 등의 규제를 풀어야 한다’는 것이 최경환의 소신이라는 점을 볼 때 의료 민영화도 계속 밀어붙일 것이다.

새 경제수석 안종범도 새누리당 규제개혁위원회에서 공적연금개혁분과 위원장을 맡아 왔다. 새 경제팀이 공무원연금을 비롯한 공적연금 개악에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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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22일 양대노총 공공부문 노동자 결의대회 민영화, 임금·복리후생 삭감이 ‘정상화’의 실제 내용이다. ⓒ이윤선

박근혜 정부는 국정 과제 1순위로 내세운 ‘공공기관 정상화’의 성과를 내야 한다는 압박 속에 지난 6월 공공기관 노조들에 전방위적 압력을 가했다.

‘정상화’ 항목 타결을 노조에 압박하려고 계획에 없던 1차 중간 경영평가를 시행해 평가 시기를 앞당겼다. 정부가 요구하는 ‘정상화’ 항목을 성취하지 못하면 경영평가 성적에 따라 지급하던 성과급을 일부 또는 전부 삭감할 수 있도록 규정을 바꿨다. 이것은 공공기관 노동자들의 연봉 수백만 원이 깎이는 실질적 공격이다.

이런 정부의 압박 속에 ‘정상화’의 핵심 타깃이 된 38개 중점관리기관 노조들은 상당수가 복리후생을 부분 삭감하는 데 합의했다.

그러나 정부는 세월호 참사의 여파와 공공기관 노조들의 반발 때문에 ‘정상화’ 공격을 원하는 만큼 밀어붙이지는 못했다.

가령, 정부는 경영평가 성과급을 퇴직금 산정에서 제외하려고 했으나 삭감액이 워낙 커서 노동자들의 큰 반발을 샀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공공기관들에서 이를 관철하지 못했다.

박근혜는 노조와 합의해야만 해고와 구조조정을 할 수 있도록 한 ‘고용안정’ 관련 단체협약도 없애려 했지만, 이것도 관철하지 못했다.

또, 개별 공공기관들은 복리후생을 삭감하는 대신 다른 보상을 구두 약속해 주기도 했다고 한다. ‘이면합의’가 있었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상당수 노조들이 복리후생 삭감에 일절 합의하지 않기로 한 결정에서 후퇴한 것은 아쉽다. 세월호 참사로 정부가 궁지에 몰린 상황에서 단협 개악 거부 공동대응을 하며 함께 정부를 밀어붙였다면 복리후생을 더 지킬 수도 있었을 것이다. ‘성과급이 반토막 난 상황에서 복리후생까지 내줘야 하느냐’는 기층 노동자들의 불만은 적지 않다. 또, 사측이 ‘구두 약속’을 온전히 지키리라는 보장도 없다.

적지 않은 공공기관 노동조합 지도자들은 ‘공기업 노동자는 철밥통’이라는 정부의 방만 공세 프레임을 극복하기 힘들다고 여긴다.

그러나 이것은 정해져 있지 않다. 정부는 공공부문 노동자들에 대한 공격을 밀어붙인 다음 그것을 지렛대로 민간 부분 노동자들에게도 고통전가를 강요하려 한다. 또, 공공부문 노동자들의 조건 악화는 공공서비스 후퇴와도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가령, 철도 인력 감축은 각종 안전사고의 원인이 된다.

따라서 공공기관 노동자들이 노동계급 전체에 대한 내핍 강화와 자신들의 조건 방어를 연결시켜 투쟁한다면 충분히 지지를 받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