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이 8월 13일 국회 본회의에서 세월호특별법을 합의 처리하기로 했다. 진상조사특별위원회에 수사권과 기소권을 주지 않고, 기존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에 정해진 절차에 따라 특검을 한다는 내용이다. 진실규명과는 거리가 먼 야합이다. 겉으로는 으르렁거리던 새누리당과 새정치연합은 진실규명 요구를 짓밟는 데에서 한 뜻이었다. 

당장 세월호 참사 가족대책위는 이 합의를 규탄하며 특별법 야합을 거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난 4일에 단식을 중단했던 유경근 대변인은 “물과 소금도 먹지 않겠다”며 단식 농성 재개를 선언했다.

유가족들은 철저한 진실규명을 위해서는 ‘유가족 참여를 충분히 보장한 독립적 조사위원회 구성, 조사위원회에 수사권과 기소권 부여, 최대 3년까지 활동 보장’이 필요하다고 요구해 왔다. 

특히 최근에는 국정원과 세월호가 깊이 연관돼 있다는 의혹까지 새롭게 제기되며 성역 없는 조사의 필요성과 정당성은 더욱 분명해지던 상황이었다. 유가족들의 요구가 수용된다면 마땅히 박근혜 정부도 수사 대상이 돼야 하고 참사의 책임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그래서 새누리당은 유가족들에게 막말을 퍼붓고 유언비어를 퍼뜨리는 등 진실을 은폐하려고 기를 썼다. 

여기에 최근 교황이 세월호 참사 피해자 가족들을 직접 만나기로 한 것은 박근혜 정부에게 적잖은 부담이었을 것이다. 때문에 세월호 특별법에 합의했다며 역겨운 생색을 내고 교황 미사가 예정된 광화문에 위치한 농성장을 철거하려는 의도가 명백하다.

새누리당 원내대표 이완구는 “야당이 모든 것을 감수했다”며 이번 야합에 만족감을 드러냈다. 

특검으로 진실을 밝히겠다는 것은 얼토당토않은 일이다. 기존 특검법에 따르면 국회가 의결한 특검 후보추천위에서 2명을 추천하면 대통령이 선택해 임명하도록 돼 있다. 조사의 대상이 돼야 할 박근혜가 임명하는 특검이 제대로 된 수사를 할 리가 만무하다. 게다가 특검후보 추천위는 법무부 차관과 법원행정처 차장, 대한변호사협회장, 국회에서 추천한 4명으로 구성하게 돼 있다. 사실상 정부·여당이 추천하는 셈이다. 활동 기간도 최대 연장해 봐야 90일이다. 이런 탓에 이제까지 특검은 제대로 된 성과를 낸 적이 없다. 여권이 (이제는 제1야당까지) 한몸으로 진실 은폐에 힘 쏟고 있는 상황에서 박근혜가 수용한 특별검사가 90일 안에 진실을 밝힌다는 것은 턱도 없는 소리다.

새정치민주연합의 배신

새정치연합은 진상조사위 구성에 유가족 추천위원 3명을 포함시켰다고 생색낸다. 그러나 수사권과 기소권이라는 알맹이가 빠져 한계가 명확하다. 새정치연합은 조사위에 동행명령권을 부여해 진실규명의 장치를 마련하겠다고 변명하지만 동행명령은 당사자가 거부해도 벌금만 물면 그만이다. 

새정치연합은 또다시 ‘새누리당 2중대’ 구실을 했다. ‘새누리정치연합’이라는 조롱이 꼭 어울린다.새정치연합이 이제껏 세월호 참사 문제와 관련해 한 일이라곤 유가족들이 요구하지도 않은 의사자 지정, 특례입학 등을 두고 다투다 밀실야합을 시도한 것뿐이었다. 

새정치연합은 그 당의 친자본주의 성격 때문에 세월호 참사에서 드러난 자본과 정부의 유착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성역 없는 조사를 하다가 까딱하면 자기들도 다칠 수 있다. 무엇보다 친기업 경제 살리기로 의제를 옮겨 가자는 것에서 새정치연합은 새누리당과 별 차이가 없다. 

이처럼 새정치연합이 꾀죄죄하고 한심했기에 7·30 보궐선거에서 새누리당이 어부지리를 얻었던 것이다. 그런데 비대위 체제에서조차 “7·30 재보선 이후 세월호 국면을 노골적으로 탈출하려는 새누리당의 움직임에 날개를 달아” 줬다.

박근혜 정부는 이번 합의를 발판 삼아 세월호 참사와 막장 인사로 주춤했던 신자유주의적 조처들과 노동계급에 대한 공격을 또 다시 시도할 것이다. 

당장 새누리당과 새정치연합은 임시국회에서 경제활성화·민생안정을 위한 법안 중 양당 정책위의장이 합의한 법안을 우선 처리하기로 했다. 최경환이 내놓은 경제활성화 19개 법안에는 의료 민영화를 담고 있는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등이 포함돼 있다. 규제완화도 대거 포함돼 있다. 박근혜 정부는 곳곳에서 제2의 세월호 참사를 만들려 하는 것이다. 

따라서 여·야 합의는 당연히 폐기돼야 한다. 세월호 참사 가족대책위는 “진실을 내다 버린 여·야 합의 따위는 우리의 갈 길을 막을 수 없다”며 진실을 밝히고 정의를 쟁취하려는 투쟁을 멈추지 않을 것임을 선언했다. 

세월호 참사에 분노한 수많은 사람들은 유가족들의 절절한 다짐을 가슴 깊이 받아들일 것이다. 세월호 진실규명과 정의를 향한 유가족들의 투쟁에 함께하자.

노동자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