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국 민변 세월호 참사 특위 위원장이 말한다:
세월호 참사의 진상과 원인 그리고 대책은 무엇인가
〈노동자 연대〉 구독
이 글은 맑시즘2014에서 권영국 변호사(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과 법률 지원 특별위원회 위원장)가 연설한 것을 녹취한 것이다. 지면 제약으로 불가피하게 축약했다.
지금 세월호 특별법 야합에 대한 비난이 엄청나게 일어나고 있는데, 사실 지금까지 유가족들이 싸움을 주도해 왔다. 우리 사회에서 참사의 희생을 겪은 가족들이 싸움을 주도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런데 지금 싸움을 가장 원칙적으로 하고 있는 건 유가족들이다. 그래서 나도 부끄럽기도 하고 또 굉장히 놀랍기도 하다. 이번 싸움에서 반드시 이겨야 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지 않나 싶다.
세월호 참사의 진상
세월호 침몰 경위: 여러분들 다 알다시피 세월호는 원래 4월 15일 저녁 6시 30분경에 출발하려고 하다가, 안개가 많이 껴서 지연이 됐다. 그러다가 밤 9시경에 출발하게 됐다. 지금 이것도 의문에 싸여 있다. 가시거리가 1킬로미터 이상 되지 않으면 원래 출항할 수 없도록 돼 있는데, 기상관측소의 자료에 따르면 그때 가시거리가 8백 미터였다고 한다.
그리고 4월 16일에 진도 부근을 가고 있었는데, 갑자기 변침을 했다. 135도에서 145도로 변침을 시도하던 중에 갑자기 좌현으로 기울었고, 그리고 나서 10시 17분경에 108.1도로 기울어서 완전히 전복됐다.
배가 침몰할 때 8시 52분에 최초 신고 전화가 있었고 8시 55분에 일등항해사가 제주 VTS에 구조 요청을 했다. 그리고 9시 35분경에 해경 123 경비정이 사고 현장에 도착한다. 그리고 거의 비슷한 시간에 헬기가 도착한다. 9시 30분경에 해경이 도착하긴 했는데, 그로부터 한 40~50분이 지난 10시 17분에 아무도 구조되지 못하고 ‘배가 기울고 있어요’라는 마지막 메시지가 발신된다. 결국은 탑승자 4백76명 중 초기에 스스로 탈출한 사람들을 제외하면 사실상 선내에서 아무도 나오지 못하고 3백4명이 사망하거나 실종됐다.
시간대별 침몰 경과: 시간별로 배가 기울어진 각도를 보자. 8시 52분에 배가 이동을 멈췄다고 한다. 처음에 배가 멈추고 좌현으로 기울었을 때, 기울어진 각도가 얼마였을지는 아직 명확하지 않다. 대체로 25도에서 35도 정도였을 거라고 본다. 그리고 123정이 도착한 9시 35분경에 배의 기울기는 52.9도. 그리고 마지막 문자가 전송됐을 때가 108.1도다.
세월호 선박의 제원: 선박의 제원을 한 번 보자
화물과 여객, 평형수, 연료유, 청수
평형수를 보면, 출항할 때와 도착할 때가 다르다. 그런데 지금 검찰 공소장에는 이 구분이 없다. 왜 평형수가 이렇게 출항과 도착 때 달라질 수밖에 없을까? 그건 이유가 있다. 출항 때에는 연료유나 청수나 식량 같은 것들이 배 밑에 깔려 있기 때문에 이것이 평형수 구실을 한다. 그래서 출항 전후에 평형수가 약 3백 톤 정도 차이가 난다. 연료유는 출항할 때는 5백60톤인데 도착하면 56톤이 된다. 5백 톤 가까이가 소모된다. 이게 소모되니까
흘수라는 게 있다. 배는 바다에 띄워지면, 어느 선까지 가라앉아야 된다. 이런 흘수는 평형수나 화물을 가지고 조절한다. 만약에 화물을 많이 실으면 흘수선이 높아진다. 그런데 흘수선에 일정하게 잠기는 깊이를 조정하려면 화물 대신에 뭘 빼야 될까? 평형수를 빼야 한다. 예를 들면 화물이 천 톤이 더 실렸으면 밑에 있는 걸 빼야 된다. 그러니까 또 무게중심이 위쪽으로 올라가서 매우 불안한 상태가 되는 거다.
탑승자의 직군별 생존자와 사망자 수: 생존 비율을 살펴보자. 총수는 4백76명인데 구조자는 1백72명으로 생존율이 36퍼센트다. 그런데 선장 등 선박직 승무원은 1백 퍼센트 생존했다. 그리고 단원고 학생들이 23퍼센트, 교사가 21퍼센트 생존했다. 그리고 배 안에 갇혀 있던 서비스직 승무원들은 1백 퍼센트 사망했다. 일반 승객들은 70퍼센트 생존했다. 굉장히 높은데, 이 분들 중에는
세월호 침몰의 직접적 원인
먼저 검찰 공소장에 기재된 침몰 원인에 대해 검토해 보겠다. 검찰 공소장에 이렇게 돼 있다. ‘증개축으로 복원성에 중대한 영향을 미쳤다.’ 이건 맞는 얘기일 거다. 그 다음에 ‘세월호 선원들의 교육 훈련이 규정대로 실시되지 않았다’라고도 돼 있다. 만약에 교육 훈련을 제대로 했다면, 자기들 먼저 도망가는 게 아니라 대피시키려고 노력했을 거다. 그 다음에 ‘화물 과적과 고박 불량’ 그리고 ‘선장 및 항해사의 운항 과실
그런데 과연 급변침으로 인해서 침몰이 일어날까? 파도가 칠 때 배가 좌우로 흔들리는 것을 롤링이라고 한다. 일반적으로. 파도가 심하게 치면,
보통은 아무리 급선회를 하더라도 자기 배 길이의 4~5배 정도 길이를 따라서 회전을 하게 된다. 운전할 때 한 150킬로미터로 밟다가 확 돌아버리면? 차가 확 뒤집어질 것 같다. 실제로 가끔 넘어지기도 한다. 그런데, 세월호 선박의 최고 속력은 21노트 정도인데, 이건 자동차로 치면 한 37~ 8킬로미터 정도 된다고 한다. 그 정도 속도로 배가 정말 기울어질까? 물론 급변침할 때 기울어지는 현상은 발생하지만 자동차를 생각하면 안 된다. 이런 사실들을 보면 배가 130도 돌아도 뒤집어지지 않는다는 거다.
다음으로 화물 과적 문제가 있다. 그런데 과적 그 자체가 아니라 화물을 무리하게 빨리 실으면서 단단하게 규정대로 고박을 하지 않은 게 문제였다. 우리가 잘 모르지만 선박의 선체 두께는 10~20밀리미터밖에 안 된다. 배가 흔들리면서 느슨한 고박이 풀려 세월호 하부에 실린 컨테이너 무거운 화물들이 선체를 여러 번 때린다면, 배에 상처가 생길 수 있다. 잠수함 설도 있지만, 이것이 더 합리적 의심이 아닐까.
세월호 참사의 10대 원인
① 돈벌이를 위해 승객 안전을 도외시한 해운사의 선박 운항
정상적으로 한 번 운행할 때 청해진해운의 화물 수임료는 2천6백 만 원이다. 그런데 과적을 하면 최대 7천 만 원의 수임료를 올릴 수 있다. 과적을 할 유혹이 생긴다. 그래서 2013년에 세월호가 들어오고부터 청해진해운의 화물선 매출이 급증한다
세월호는 도입 과정에서도 문제가 있었다. 원래 항로의 평균 운송수입률이 25퍼센트 이상이 안되면 선박을 증선해 주면 안된다. 그런데 세월호는 제대로된 자료로 계산해 보면 평균 운송수입률이 24.3퍼센트에 불과하기 때문에 인가 대상이 못 되는 거였다. 그런데 청해진해운은 제출 자료에서 여객 정원하고 재화중량 톤수를 조작해서 평균 운송수입률을 26.9퍼센트로 조작했다. 그래서 운송 면허를 따낸 거다.
② 선원 교육이나 안전 훈련 “0”와 선원들의 무책임
교육은 어땠을까? 청해진해운은 지난해 매출이 3백20억 원인데, 이 중 선원 교육에 쓴 돈은 54만 원이었다. 반면 2001년부터 지난해까지 접대비로만 9억 원 넘게 지출했다. 선원 연수원비는 매출액 대비 0.001퍼센트에 불과했다. 그런데 이마저도 외부에서 진행되는 안전교육에 참가하면 발급되는 수료증 발급 수수료였다. 그게 1인당 2천 원인 것이다. 교육 훈련을 한 게 아니라 수료증 주고 말았다는 거다. 형식만 갖췄다는 얘기다. 사실상 선원들에 대한 교육 및 안전훈련 비용은 ‘0’원이었다.
선원들은 왜 이렇게 무책임했을까. 고용형태를 보면 계약직 비율이 76~77퍼센트다. 언제 잘릴지도 모르고, ‘위험하니까 곧 나가야 되겠다’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책임 의식을 요구하는 것 자체가 무리라고 할 수 있다. 즉, 책임 있는 선원과 선장을 만들려면 자신의 업무에 대해서 자긍심을 가질 수 있도록 근무 조건을 만들어 줘야 되는 거다.
③ 감독기관의 안전관리감독 부재 ─ 민관유착 관행 고착화
선박에 대한 등록·면허·검사 및 운항과 관련한 주체별 업무를 보자. 해양수산부는 한국선급을 지도·감독해야 하고, 해양경찰은 해운조합을 지도·감독해야 하고, 해운조합은 해운사를 지도·감독해야 하고, 그리고 한국선급은 정부의 선박 검사 업무를 대행한다. 한국선급이 뭐냐 하면 해운사들이 출자해서 만든 사단법인이다. 그러니까 해운사들이 만든 사단법인이 안전 검사를 하고 있는 거다. 그리고 한국해운조합이 안전 관리를 해야 하는데, 해운조합 조합원이 누구인가? 해운사들이다. 해운사들이 가입돼 있는 조합이 해운사를 안전 관리 감독한다? 정말 잘 될거다.
결국은
해양경찰과 해양수산부가 제대로 관리·감독하지 않으면 해운사들이 출자한 한국선급이나 해운사들이 조합원인 한국해운조합을 제대로 관리할 수가 없다.
그 결과, 한국선급의 선박 검사 합격률을 한 번 보자. 2009년 검사 선박이 1천6백7대인데, 합격 선박이 1천6백7대이다. 1백 퍼센트 합격률이다. 우리 나라 해운사들이 정말 잘 하고 있나? 이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어떻게 이럴 수 있나. 한국선박안전기술공단의 선박 검사 내역을 봐도 비슷하다
결국 주무부처와 관료 출신 인물들이 공사나 이런 데 다 들어가 있는 상황. 이게 적폐다. 그런데 이런 걸 누가 하는가? 대통령이 한다. 청와대가 관여한다. 이래 놓고 자기가 적폐를 청산하겠다고 하니, 미치고 환장할 노릇이다.
④ 해경의 초동 대응 부재
초동 대응이 부재했다. 진도 연안 해상교통관제센터
⑤ 역량 있는 구조 인력 지원 차단
해경이 외부지원을 배제했다는 의혹도 있다. 119에서 ‘우리가 도와줄까’ 했더니 ‘해경하고 해군이 다 하고 있으니까 올 필요 없다’고 했다. 그리고 국방부 답변서를 보면, “탐색 구조를 주도하고 있는 해경에서 잠수 작업 통제로 해경 잠수팀 우선 입수”, “해경이 현장 접근을 통제하여 잠수 미실시”라고 돼 있다.
⑥ 원칙 없는 정부조직 개편으로 인한 해경과 해양수산부의 부실화
이런 일이 왜 벌어졌을까. 원칙 없는 정부조직 개편으로 해경과 해양수산부가 부실화돼 있었다. 이명박 정부 때 해양수산부 폐지되고 국토해양부로 확 통합시켜 버리지 않았나. 해양부가 사라져 버린 것이다.
⑦ 수난구호법 개정에 따른 해양안전업무의 민영화와 위험의 증대
2012년에 수난구호법 개정에 따라 구조업무 자체가 이미 민영화되고 있었다. 이때 민영화의 고리를 해양구조협회라는 데가 담당했다. 근데 해양구조협회의 부총재가 누구였는가?
⑧ 정부의 재난대응역량 부재 ─ 시스템의 형식화와 개념없는 인사 정책
박근혜 정부의 대응이 얼마나 형식적이었는가는, 정부가 재난 컨트롤타워라고 하면서 앉혀 놓은 사람들을 보면 알 수 있다. 대부분이 행정직 고위 관료 출신으로 재난 및 현장 전문성이 결여된 사람들이었다. 애초에 재난 컨트롤타워 구실을 하는 것이 불가능했다.
⑨ 청와대와 대통령, 컨트롤타워의 역할과 책임으로부터 도피
그런데 컨트롤타워가 잘 못하고 있으면 누가 해야 하나? 청와대가 해야 한다. 정부조직법 11조 1항에 따르면 ‘대통령은 법령에 따라 모든 중앙행정기관의 장을 지휘·감독한다’라고 돼 있다. 이건 법적인 의무이다. 그런데 청와대는 계속 ‘영상 보내라’, ‘구조자 수 보내라’ 하는 식으로 보고만 요구했고, 어떻게 구조하라고는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청와대로부터 전화가 많이 와서 해경청장이 전화받으러 가느라고 대책회의를 5분 만에 중단시켜 버렸다는 의혹도 있다. 청와대가 구조를 방해한 거다.
⑩ ‘규제는 암덩어리’ 규제 혁파 등 무제한적 규제 완화 정책으로 인한 안전 장치의 해체
마지막으로 가장 큰 문제는 규제를 암덩어리로 여기며 규제 완화 정책으로 안전 장치를 해체한 사회·경제 정책이다. 여기에 근본 원인이 있다. 이명박 정부 때부터 규제 완화 정책이 심하게 이뤄졌다. 박근혜 정권 때는 해양수산부에서 하던 ‘해상교통안전진단 의무화’가 폐지되고, 철도 차량을 정밀 진단하지 않고 보고서 승인만으로도 차량 수명을 연장할 수 있도록 하는 식으로 규제 완화 정책이 시행됐다. 내가 앞서 언급한 일들은 이러한 규제 완화 정책의 영향을 고스란히 다 받은 것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해양수산부는 2013년 3월에 ‘규제 개혁 추진 과제’를 발표해, 안전 관련 규제들을 간소화, 완화, 폐지했다.
진실규명 과제와 대책
기업의 이윤 추구와 정부의 규제 완화 정책, 규제 완화로 인한 안전 장치 완화, 재난관리시스템의 형식화와 안전 규제 업무의 민영화, 관피아로 상징되는 감독기관과 피감독기관의 유착 구조, 무책임한 낙하산 인사 정책, 컨트롤타워 역할의 부재. 근본 원인은 여기에 있다.
그런데 진행 중인 수사나 감사의 내용은 뭔가. 유병언 때려죽일 놈, 자질 부족한 선원들 때려죽일 놈, 돈 받아 쳐먹은 몇몇 실무 담당자들, 그리고 구조 안 한 해양경찰 123정. 이것만 지금 줄창 잡고 있다. 이렇게 해서 근본 문제를 제대로 파헤칠 수 있겠나.
대통령이 진도에서 ‘약속 지켜지지 않으면 여기 있는 사람들 다 물러나야 한다’고 얘기했다. 그런데 세월호 책임지고 물러난 사람 아무도 없다. 5월 19일 담화문에서 최종 책임은 자기한테 있고, 사과한다며, 새로운 대한민국 만들겠다고 했다. 그러더니 청와대 증인 채택도 거부하고 수사권이나 기소권을 부여하는 게 사법 체계 흔든다며 거부하고, 밀실야합 했다.
유병언 잡는 데 연인원 1백70만 명을 동원했다.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유병언은 악마가 됐다. 정부 정책이나 시스템에 대한 조사 있었나. 지금 검찰이 청와대나 장관들 수사할 수 있겠나. 해경청장 수사할 수 있겠나. 규제완화 정책의 잘못을 지적할 수 있겠나. 대통령에게 엄격하게 책임을 물을 수 있겠나. 실효성 있는 조사와 책임자 처벌을 위해 독립된 조사위원회를 설치하고 수사권과 기소권을 보장하는 특별법을 제정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