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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현실 개선과 거리가 먼 대입 ‘개선안’

교육 현실 개선과 거리가 먼 대입 ‘개선안’

강동훈

교육부는 8월 26일 ‘2008학년도 이후의 대학입학제도 개선방안’(이하 대입 개선안)을 발표했다.
대입 개선안은 지난 2월 17일에 발표했던 ‘사교육비 경감 대책’의 후속판으로, 수능시험을 점수제에서 등급제로 바꾸고, 절대 평가 방식이던 내신을 상대 평가로 바꿔서, “수능의 영향력을 최소화하고 내신 위주로 학생을 선발하도록 유도”하는 방안이다.
이번 방안이 발표되자 우파들은 “보다 많은 수험생과 학부모의 인기를 얻기 위해 대학교육의 평준화란 개악의 길로 나선 셈”이라며 반발했다.(〈조선일보〉 8월 30일치 사설)
이들은 ‘명문’ 대학들의 ‘공식’ 서열이 조금 완화하는 것처럼 보이자 극렬히 비난하고 나섰다. “점수 경쟁이 등급 경쟁으로 바뀌면 공부를 열심히 할 열의와 필요성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동아일보〉 8월 27일치 사설)
반면, 〈한겨레〉는 “수능 위주 대입 제도를 바꿔 고교 교육과정을 정상화함으로써 학생들의 창의적 학습 능력을 높이고 가계의 사교육비 부담을 줄이겠다는 정책 방향은 대체로 공감할 만하다.”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
그러나 대입 개선안이 대학 서열을 해체해 학생들의 경쟁을 완화하고 사교육비를 줄일 거라고 예상하기는 힘들다.
이 방안이 발표된 직후 고려대 총장인 어윤대는 이미 주요 대학들에서 암암리에 시행하고 있는 ‘고교 등급제’의 공공연한 시행을 주장했다. 또한 몇몇 대학은 본고사 부활을 요구했고, 이미 여러 대학들은 수시 모집에서 ‘본고사형 논술’을 치르고 있는 상황이다.
게다가 이번 대입 개선안으로 학생들이 수능 공부를 등한히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자칫 “한 등급이라도 떨어져 지원할 수 있는 대학이 크게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덕분에 학생들은 수능, 내신, 대학별 논술과 면접을 모두 잘해야 하는 “철인 3종 경기 선수”가 돼야 한다. 결국 지금까지 수능에 집중됐던 사교육도 내신과 논술로 형태만 바뀔 뿐, 줄어들 가능성은 거의 없다.
교육부는 사교육비 경감 대책이었던 “EBS 수능 방송으로 사교육비가 경감하고 있다”고 주장해 왔다. 하지만 2/4분기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교육비 지출은 18만 6천2백 원으로 2003년 2/4분기에 비해 0.7퍼센트 증가했으며, 납입금 등 공교육비는 감소한 반면 사교육비인 학원비와 개인 교습비 등은 7퍼센트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교조나 범국민교육연대 등의 주장처럼 대학 평준화나 대학 서열 완화가 전혀 없는 한 입시제도의 근본적 개선은 불가능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