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 2기 내각이 경기 부양을 적극 추진하면서 ‘확장적 거시 정책’을 펴겠다고 발표했다. 뒤이어, 8월 6일 세법 개정안을, 8월 12일 유망 서비스산업 육성을 위한 ‘투자활성화 대책’을 내놨다.

이처럼 박근혜 정부가 경기 부양에 힘쓰는 것은 세월호 참사 정국에서 빠져나오려는 의도도 있을 테지만, 더 중요하게는 세계 경제 상황이 다시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독일 경제는 올 2분기에 0.1퍼센트 축소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는 2012년 이후 최저치다. 그동안 EU 경제를 이끌어 온 독일마저 침체에 빠진다면 마치 잠잠해진 것처럼 보이는 유럽의 재정·금융 위기가 다시 한번 분출할 수 있다.

일본도 아베노믹스가 한계에 부딪히고 있다. 올 4월에 소비세율이 5퍼센트에서 8퍼센트로 인상되면서, 올 2분기 일본 경제는 전(前) 분기에 견줘 1.7퍼센트(연율 6.8퍼센트)나 축소됐다. 2011년 3월 대지진 발생 이후 가장 큰 후퇴다. 게다가 일본은 수출마저 0.4퍼센트 감소했다. 일본 노동자 임금도 지난해 2분기에 견줘 2.2퍼센트 줄어 소비는 더욱 감소할 공산이 크다.

중국에서도 7월 들어 산업생산, 소매판매, 투자가 예상만큼 늘지 않아, 중국 정부가 추가 부양책을 쓸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추가적인 부양책은 중국의 부동산 거품을 더욱 키울 것이다.

이 같은 세계 경제 불안정은 한국 경제에 큰 타격을 입힐 수 있다. 이 때문에 박근혜 정부는 세계 경제 위기로 한국 경제가 타격을 받기 전에 어떻게든 경기 부양을 해 보려는 것이다.

그러나 경기 부양책을 추진하면서도 정부는 임금을 낮추고 서민 증세를 해 경제 위기의 대가를 떠넘기고 있다. 따라서 경기 부양책이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노동자·서민은 득 볼 것이 없다.

게다가 경기 부양책의 대부분이 부동산 경기 활성화 정책이기 때문에, 부동산 거품을 키워 오히려 한국 경제를 더욱 불안정하게 만들 것이다.

확장적 거시정책? = 신자유주의적 양적완화

경제부총리 최경환은 “지난해 추경 편성에 버금가는 재정을 투입하겠다”며 41조 원 규모의 재정·금융 지원책을 내놨다.

그런데 41조 원 중 정부 재정 지출 확대는 11조 7천억 원밖에 안 된다. 나머지 29조 원은 산업은행·수출입은행 등을 이용해 민간 기업에 대한 대출을 늘리겠다는 것이다.

게다가 재정 확대라는 것도 실제로는 대출 확대와 마찬가지다. 주택 구입·건설이나 기업 투자에 대해 주택보증기금과 신용보증기금의 보증을 약 9조 원 늘리는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부 지출이 실제로 늘어나는 것은 2조 8천억 원뿐이다.

결국 최경환 경제팀의 ‘확장적 거시정책’이라는 것의 실체는 ‘한국판 양적완화’인 셈이다. 미국·EU·일본 등은 중앙은행이 직접 채권을 매입해 돈을 푸는 것이라면, 한국은 금융 공공기관들을 동원해 기업 대출을 늘리는 방식으로 돈을 푸는 것이다. 최경환은 한국은행에도 금리 인하를 요구했고, 결국 한국은행은 46개월 만에 금리를 2.5퍼센트에서 2.25퍼센트로 낮췄다.

이는 2008년 위기 이후 전 세계에서 강화되는 전형적인 신자유주의 정책들의 일환이기도 하다. 미국·영국·EU 등도 초저금리를 유지하고 양적완화로 막대한 돈을 푸는 동시에, 정부 지출은 최대한 억제하거나 축소하는 긴축 정책을 쓰고 있다.

세계 각국에서 노동자·서민은 긴축 정책으로 복지가 삭감되면서 큰 고통을 받는 반면에, 기업들은 양적완화 덕택에 위기에서 벗어나 한숨 돌릴 수 있었다. 그러나 양적완화는 새롭게 자산 거품을 만들면서 더 큰 위기의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박근혜 정부도 건설 경기 부양을 위해 기업들의 대형 건설 사업을 부추길 뿐 아니라, DTI(총부채상환비율)·LTV(주택담보인정비율) 규제를 완화하면서 집값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 이는 부동산 거품을 만들어 경제를 더 불안정하게 만들 공산이 크다.

가계 소득 증대 정책? = 부자 감세, 서민 증세

박근혜 정부는 가계 소득 증대로 내수를 늘린다며 ‘기업소득 환류세제’, ‘배당소득 증대세제’, ‘근로소득 증대세제’ 등의 세법 개정안을 발표했다.

말로는 가계 소득 증대를 내세웠지만, 그 실체는 부유층의 소득을 늘려주는 ‘제2의 부자 감세’다.

기업이 쌓아둔 과다한 사내유보금을 투자와 임금, 배당 등에 쓰게 하겠다며 마련한 기업소득환류세제는 효과가 거의 없을 것이다.

기업소득 환류세제는 당기순이익의 20~40퍼센트를 임금 인상이나 배당으로 사용하지 않으면 세금을 물리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 나라 기업의 배당성향(=배당금/당기순이익)은 21퍼센트 정도 된다. 즉, 세제 기준을 20퍼센트로 해 버리면 대부분의 기업이 환류세를 단 한 푼도 내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가 깎아 준 법인세만 모두 28조 원, 연평균 5조 6천억 원에 이른다. 그러나 기획재정부는 기업소득 환류세제로 2천억 원 정도 세금이 걷힐 것으로 예상했다. 법인세를 깎아 준 것에 견주면 새 발의 피인 것이다.

게다가 이 세금은 당장 부과되는 것도 아니다. 3년간 투자와 배당 여부를 보고 2017년부터 과세하기로 했다. 그러나 2017년은 박근혜 정부 말이기 때문에 제대로 시행된다는 보장도 없다.

배당소득 증대세제나 근로소득 증대세제 역시 의미 없는 제도가 될 가능성이 크다. 앞서 봤듯이 배당이나 임금을 크게 늘려야 할 대기업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설사 배당을 늘린다고 해도 그 혜택은 재벌 총수 같은 대주주들에게 돌아가게 된다. 배당소득 증대세제에 따르면, 소액주주는 배당소득 세금을 현행 14퍼센트에서 9퍼센트로 깎아 주지만, 대주주들은 세율이 31퍼센트에서 25퍼센트로 내린다.

배당은 대주주들이 훨씬 많이 받기 때문에, “이건희 회장에게 2백억 원, 정몽구 회장에게 1백억 원을 나눠주는 세제 개편”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특히 삼성처럼 상속을 앞두고 현금이 절실히 필요한 재벌에게 이번 세법 개정은 가뭄에 단비가 될 것이다.

반면, 박근혜 정부는 노동자·서민에 대한 증세를 추진하고 있다. 이미 담뱃세 인상을 검토하기로 했고, 평균 4천6백20원인 주민세를 1만 원 이상으로 올리겠다고 밝혔다. 공무원 연금을 공격해 공무원 임금을 삭감하겠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이는 국민연금 공격으로도 이어질 것이다.

또한 노동자들이 주로 이용하는 세금우대종합저축을 없애기로 했다. 세금 우대혜택이 없어지면 세율이 9.5퍼센트에서 15.4퍼센트로 대략 6퍼센트포인트가 올라간다. 세금우대종합저축의 가입 한도는 1천만 원이어서 이자를 후하게 3퍼센트로 쳐도 이자소득은 30만 원밖에 안 되는 데 말이다.

결국 노동자들의 30만 원 이자소득에는 세율을 6퍼센트포인트 올리고, 재벌 총수의 1천억 원 배당소득에는 세율을 6퍼센트포인트만큼 내리는 셈이다.

서비스업 육성? = 민영화

박근혜 정부는 투자를 활성화한다며, 보건·의료·관광·콘텐츠·교육·금융·물류·소프트웨어 등 7대 서비스산업에서 각종 규제를 완화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번 투자활성화 대책에는 병원의 영리 자회사 허용, 제주도 영리병원 유치, 외국의료기관 외국의사 기준 철폐, 메디텔(의료호텔) 기준 완화, 건강기능식품판매, 보험사 외국환자 유치 허용 등 그동안 많은 사람들이 반대해 온 의료 민영화 정책이 총망라됐다.

학교 앞 호텔 허용, 카지노 등을 포함하는 복합리조트 개발 지원, 산지관광특구 지정과 케이블카 건설, 한강 개발 등 관광산업 활성화라는 이름의 대규모 건설 사업을 벌이고 환경을 파괴하는 정책도 포함됐다.

사실상 의료 민영화, 환경 파괴, 그리고 도박산업 육성을 선언한 것과 마찬가지다.

이번에 발표한 내용들은 전에 한 번씩 논란이 됐던 내용들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훨씬 공세적으로 제기하고 있다는 점에 차이가 있다.

최경환은 이번 대책을 발표하면서 “의견이 다르다면 열띤 논쟁을 주저하지 않아야 하고 장애물이 있다면 돌파해야 한다” 하고 밝혔다. 반대가 있더라도 강력하게 밀어붙이겠다는 것이다.

〈노동자 연대〉가 지난 호 1면에서 이미 지적했듯이, “박근혜 정부 2기 내각의 경제 정책은 빚 좋은 개살구도 안 된다”는 것이 이번 투자활성화 대책으로 밝히 드러났다.

의료, 교육, 환경 등 공공성을 파괴해 기업의 이윤을 보장해 주고, 부자 감세와 노동자 증세로 경제 위기의 책임을 떠넘기려는 박근혜 정부의 공격을 좌절시켜야만 노동자·서민의 삶을 지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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