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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블방송 비정규직 노동자 파업에 연대를

씨앤앰과 티브로드 케이블방송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6월 10일부터 전면파업을 이어가고 있다. 한여름의 폭염과 태풍을 맨몸으로 견디며 원청 앞 노숙농성을 시작한 지도 한 달이 넘었다. 노동자들은 직장폐쇄 철회, 고용보장, 생활임금, 안전한 일자리 등을 요구하고 있다.

간접고용 노동자들의 분노를 대변하는 씨앤앰·티브로드 비정규직 투쟁 8월 13일 케이블방송 노동자 투쟁 승리 서울지역 2차 결의대회. ⓒ이미진
장기간 농성에도 흔들리지 않고 공동 농성 투쟁을 이어가고 있는 케이블방송 비정규직 노동자들. ⓒ이미진

파업 농성이 길어지면서 생활고, 육체적 피로 등 여러 어려움이 있지만, 노동자들은 투쟁을 결코 포기할 수 없다고 말한다.

“씻지도, 제대로 잘 수도 없습니다. 언제까지 갈까 불안한 마음도 큽니다. 그러나 아이가 셋이나 있는 동료도, 나이가 많은 동지도 물러서지 않고 싸우는 것을 보면서 마음을 다잡고 있어요.”

“비 오는 날 베란다에서 손도 잘 닫지 않는 곳에 공사를 하다 떨어져 죽은 동료, 전주에서 감전돼 떨어져 평생 장애를 안고 살게 된 동료가 떠올랐습니다. 울음을 참을 수가 없었어요. 우리의 처지가 바로 세월호 그 자체예요. 회사가 절연장갑이 비싸다고 사주지 않아 고무장갑 끼고 일을 해요. 이것을 바꿔달라는 요구를 어떻게 멈출 수 있나요?”

파업이 길어지면서 영업손실도 생기고 있다. 최근엔 씨앤앰 원청이 지난 한 달 반 동안만 15억 원이 넘는 돈을 들여 대체인력 8천 명을 고용했다는 사실이 폭로되기도 했다.

씨앤앰과 티브로드 사측이 이런 비용을 감수하면서까지 버티는 것은 이번에 노동자들의 기세를 꺾지 못하면 몸집을 불리기 위한 영업 경쟁과 씨앤앰 매각·인수 과정에서 구조조정을 하기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씨앤앰 정규직으로 일할 때, 회사는 외주업체로 가면 수입도 나아지고 수입도 다 보장할 거라고 했어요. 그런데 6개월 만에 약속을 어겼어요. 이제는 정규직과 임금 차이가 1천만 ~ 1천5백만 원까지 납니다. 우리는 너무 몰랐어요. 노조라도 있었다면 그렇게 당하지 않았을 겁니다. 회사를 매각하면 당장 우리부터 구조조정할 겁니다. 이번 싸움에 지면 단지 이번으로 끝나는 게 아니에요. 노조를 지켜야 하고 이번 싸움도 꼭 이겨야 합니다.”

낮은 곳의 연대

씨앤앰과 티브로드 노동자들은 세월호 단식 농성에 참여하고, 교황 방한에 맞춰 ‘낮은 곳의 연대’를 호소하는 등 정치 쟁점화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이 속에서 더 많은 사람들에게 자신의 투쟁 소식을 알릴 뿐 아니라, 노동자들도 더 넓은 사회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됐다.

8월 5일 서울 광화문 세월호 농성장에 방문한 케이블방송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노란 리본을 만들고 있다. ⓒ이미진

“예전에는 사람들이 왜 시위를 하는지 이해하지 못했어요. 그런데 이제는 관심을 갖게 돼요. 당장 그 속에 들어가야 할 것 같고요.”

씨앤앰 정규직 노동자들도 비정규직 투쟁에 연대하고 있다. 정규직 노동자들은 돌아가면서 노숙 농성에 동참하고, 매달 1인당 50만 원씩 비정규직 노동자 생계비 마련을 위한 ‘투쟁 채권’을 사기로 했다. 매각을 앞둔 상황에서 노조를 깨기 위해 협력업체를 직장폐쇄하고 비정규직을 대량 해고하는 사측에 맞서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단결하고 있는 것이다.

씨앤앰과 티브로드 노동자들의 투쟁은 다른 간접고용 작업장에도 주목을 받고 있다. “노조가 만들어진 LG와 SK 사측이 우리 파업이 어떻게 될지 지켜보고 있다는 이야기가 들립니다. 유선통신뿐 아니라 무선통신 노동자들이나 LG전자서비스 등 비슷한 처지의 간접고용 노동자들로 조직화가 확대될 가능성도 있어요. 이번 투쟁은 우리만의 싸움이 아니에요.”

노동자들이 투지를 발휘하며 투쟁을 이어가자 연대도 확대되고 있다. 민주노총 서울본부는 두 차례 서울지역 결의대회를 열었고, 민주노총도 씨앤앰 대주주인 MBK 앞에서 간접고용 노동자 문화제를 열었다. 투쟁 지원을 위해 대책위에 참가하는 단체들이 늘고 지역대책위 건설도 계속되고 있다.

간접고용 문제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은 만큼 이를 사회적으로 쟁점화하고 투쟁들을 연결시키는 것도 필요하다. 민주노총은 두 차례 간접고용 노동자 투쟁 문화제를 개최했고 이후 간접고용 문제를 다루는 사회적 연대기구도 구성하겠다고 밝혔다. 이런 계획들에 더 박차를 가해야 한다.

노동자들은 투쟁 기금, 생계 지원을 포함해 실질적인 연대와 지원도 요청하고 있다. “우리는 굳건합니다. 다만 생활고로 힘들어 하는 조합원들이 있습니다. 동지들이 도와주시면, 반드시 승리로 보답하겠습니다.”

삼성전자서비스에 이어 케이블방송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승전보를 울릴 수 있도록 진정한 노동자 연대를 보여 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