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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병원 노동자들이 파업에 나선 이유

이 글은 의료민영화저지 서울대책위 강연회에서 박경득 의료연대본부 서울지부 서울대병원분회 사무장이 한 강연을 축약한 것이다.

지난해 오병희 원장 취임 후에만 공사를 총 4천3백억 원어치를 하겠다고 했어요. 이것은 병원이 돈이 없어 비상경영을 선포한 것하고는 맞지 않죠?

4천3백억 원 공사 중 하나가 본관 앞에 지하 6층을 파서 첨단외래센터를 짓는 것이에요. 병원은 외래 진료공간을 늘리려고 한다고 했어요. 그런데 병원 얘기가 맞다고 쳐도 최소한 양심이 있으면 지하 6층짜리 건물이면, 1층에 외래 진료 시설을 넣어 줘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런데 지하 1층에는 외래가 없어요. 대신 기념품점, 대형 마트, 식당, 안경점, 미용실 이런 것이 1층에 들어올 계획이래요.

마침 정부도 부대사업을 확대해 주겠다고 하고, 병원이 자회사도 만들 수 있고, 자회사로 음료 개발까지 할 수 있다, 뭐 이렇게 됐죠? 자회사를 해서 장사를 하려면 공간이 있어야 될 거 아니에요? 그런 부대사업장이 포함된 건물을 지하 6층까지 파겠다는 거예요.

이게 사업비가 9백40억 원 드는데 정부에서 2백30억 원을 대주고, 6백60억 원은 BTL로 하겠다고 했어요. 민자투자를 받겠다는 거죠. 두산컨소시엄으로부터 투자를 받기로 계약이 거의 다 체결된 상태로 알고 있어요. 민간투자를 받으면 그 돈을 갚아야 되요. 20년 동안 갚아야 되는데, 총 1천80억 원 정도를 갚아야 합니다. 첨단외래센터가 바로 방만경영이에요.

첨단외래센터

지금이라도 접자고 얘기했더니 병원장은 이미 2009년에 결정된 거라서 안 된다고 했어요. 사실 돈 문제만 따져 봐도, 2009년도에 사업 결정을 할 때는 고유목적사업준비금과 감가상각비를 비용 처리하지 않으면 3백18억 원 흑자였기 때문에 상황이 좋았다고 할 수 있죠. 사업 타당성을 검토한 2010년에도 4백85억 흑자였죠. 이 사업을 검토하면서 돈 걱정은 별로 없었겠죠.

그러나 지금은 그렇지 않아요. 이 상황에서 규모 확장 공사는 부실화의 시작이죠. 직원들은 ‘서울대병원의 4대강’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서울대병원이 돈 욕심에 이런 사업을 하는 것도 물론 있을 거예요. 하지만 정부의 부대사업 확장과 자회사 허용에 발 맞춰서 제일 먼저 실험장이 되는 게 바로 서울대병원입니다.

‘헬스커넥트’는 잘 아시다시피, 보건복지부에서 연세대 의료원의 ‘안연케어’와 함께 영리 자회사의 예로 들어졌어요. 의료법인이 아닌 대형 병원들만 자회사 할 수 있고 작은 병원은 자회사 못 하면 형평성 문제가 있으니 영리 자회사를 의료법인에도 허용해 줘야 한다고 했어요.

그런데 연세대 의료원에서 만든 안연케어는 진영이 보건복지부 장관 시절에 소송을 걸었어요. 그랬더니 얼마 되지 않아서 매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이제 서울대병원의 헬스커넥트만 남았죠. 헬스커넥트가 뭐냐면 말 그대로 커넥트입니다. 재벌과 서울대병원의 커넥트.

헬스커넥트가 뭐하는 회사냐면 서울대병원에 직접 오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건강관리서비스를 하겠다는 거예요. 결국 원격의료를 목적으로 만든 회사인데 지금 원격의료가 제대로 추진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별로 큰 사업은 못 해요. 고작 하는 게 ‘헬스원’이라는 건데, 스마트폰에서 어플리케이션을 다운 받으면 만보기 같은 역할을 해요. 몇 걸음 걸었으니까 “잘했습니다”.

2백억 원을 투자해서 고작 이걸 하고 있으니 어떻게 되겠어요? 거의 지금 망하기 일보직전이에요. 헬스커넥트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논란이 있는데 언론에 의하면, 의료소송 전문 변호사는 헬스커넥트가 하고 있는 게 의료행위 비슷한 응용처방인데 이런 것들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했어요. 다른 병원이 문제제기 하면 복지부는 시정명령과 처벌을 내릴 수밖에 없고, 과징금 부과하면 서울대병원에 막대한 손실이다, 심지어 의료기관 자격을 잃을 수도 있다, 이렇게 된 거예요.

또 다른 변호사는 서울대병원이 헬스커넥트 지분을 50퍼센트 이상 소유했다고 얘기했지만 사실 SK가 투자자본을 더 많이 썼다고 했어요. 주식만 보면 서울대병원이 51퍼센트 가지고 있지만 주식 전환할 수 있는 사채를 SK텔레콤이 더 많이 샀다는 거죠.

헬스커넥트가 문제가 된 것은 단지 돈벌이 때문만은 아니에요. 우리는 서울대병원에 방문하는 환자의 의료기록이 여기로 나갔다는 의혹을 가지고 있습니다. 서울대병원이 헬스커넥트의 지분 1백억 원어치를 받으면서 현금을 내는 대신 전자의무기록(EMR)을 팔았습니다. 병원을 방문한 환자의 모든 정보를 기록하는 것이 전자의무기록인데 그 사용권을 14억 원을 받고 헬스커넥트에 넘겼습니다.

헬스커넥트

병원은 계속해서 시스템만 넘겼고 안에 내용물은 안 넘겼다고 얘기합니다. 쉽게 얘기하면 한글 프로그램을 판다고 해서 한글로 작성한 문서가 나가는 것은 아니잖아요. 한글 프로그램을 깔아 주는 거죠? 하지만 편집저작물이라는 것은 저작권 등록이 돼 있고 그 안에 수술명까지 들어 있어서 의혹이 있는 겁니다.

그런데 이제 변명을 할 필요가 없어졌어요. 8월 12일에 발표한 6차투자활성화대책을 보면 공공기관이 갖고 있는 국민건강에 관한 데이터베이스를 연구목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돼 있어요. 연구가 뭐에요? 뭐든지 다 연구라고 할 수 있어요.

사실 헬스커넥트 사장이 분당서울대병원 병원장님이에요. 국가공무원법 찾아보니까 공무원은 아예 영리목적으로 하는 업무에는 종사하지 못한다고 돼 있어요. 헬스커넥트 영리 자회사죠? 그런데 벤처기업활성화법에 공무원도 장관의 승인을 받아서 벤처기업은 할 수 있다고 돼 있는 거예요. 헬스커넥트는 국민보건을 증진시키는 연구목적으로 생긴 벤처기업이라고요. 그러니까 공공기관인 서울대병원의 환자정보를 헬스커넥트가 ‘연구’ 목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도 하겠죠.

우리는 이런 걸 반대하는 파업 투쟁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파업이 가장 강한 투쟁이라고 생각하고 있지만 의료민영화 싸움이 더 커져야 된다고 생각해요. 어마어마한 적과의 싸움이거든요.

마지막으로 이 뉴스 보셨나요? 아랍에미리트에 서울대병원이 진출했답니다. 그래서 서울대병원에서 2백 명 정도의 직원이 갈 예정입니다. 그런데 그 2백 명은 병원에서 각종 시스템을 세팅할 수 있는 상당한 숙련도를 가진 직원들이 갈 거예요. 그러면 그 사람들의 빈자리를 채워야 되는데 그 대책은 없습니다.

노동조합한테 정규직으로 채우겠다고 얘기했지만, 아직까지 채용절차를 밟지 않고 있어요. 이미 간 사람들도 있는데요. 이런 식으로 가면 올해 하반기에는 서울대병원에 의료 공백이 생길 겁니다. 진료 수준이 낮아진다는 얘기에요. 서울대병원 노동자들이 파업 투쟁을 해야 되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