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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 연금을 지켜야 한다

새누리당은 재보선에서 자신들이 ‘승리했다’고 생각하며 그동안 준비해 왔던 것들을 밀어붙이려는 듯하다. 한 언론은 ‘이제 선거가 20개월 동안 없기 때문에 지금이 연금 개혁의 골든타임이다’ 하면서 연금 개악을 주장하기도 한다.

새누리당은 공적연금을 다루는 위원회를 지난 4월부터 만들어서 계속 개악을 준비해 왔다. 최근에는, 그 위원회의 장을 맡았던 안종범이 청와대 경제수석으로 승진했다.

정부와 새누리당은 최근 열린 당정협의에서 “추석 연휴 이후 정기국회에서 적극적으로 논의할 것”이라고 했다. 내용은 연금을 20퍼센트 이상 삭감한다는 것이다. 역대 개악안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크다. 현재 월 평균 수급액 2백19만 원을 1백75만 원으로 낮추겠다는 것이니 한 명당 평균 44만 원이 삭감되는 셈이다.

박근혜 정부가 왜 이토록 공무원 연금을 개악하려 하는지 알려면 공무원 연금만 봐서는 안 된다. 물론 ‘적자’가 있지만 군인연금은 이미 1970년대부터 적자였고, 이런 부분들 때문에 2000년에 정부 스스로 부족분은 정부가 채워 주겠다고 법 개정까지 했기 때문이다.

‘킹핀’

공무원 연금은 소위 공공부문 ‘정상화’의 일부로 봐야 한다. 한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공공부문 개혁은 박근혜 정부가 꼭 쓰러뜨려야 할 킹 핀[볼링에서 하나가 맞으면 전체를 쓰러뜨릴 수 있는 핀]이라고 얘기했다.

박근혜 정부는 공무원 연금을 대표적인 ‘방만 경영’으로 여긴다. 걷은 돈보다 나가는 돈이 훨씬 많기 때문이다. 올해만 해도 적자가 2조 원이고, 앞으로 박근혜 임기 동안 정부가 십몇조 원을 추가 부담해야 한다. 게다가 공무원은 소위 ‘철밥통’ 논리로 공격하기 가장 쉬운 부분이기도 하다.

최근 정부 부채 문제가 굉장히 심각해졌다. 2008년 경제 위기 이후 정부가 기업들을 살리려고 수백조 원을 쏟아부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경제가 나아지기는커녕 이제 부채가 발목을 잡고 있는 상황이 됐다.

지배계급의 처지에서 그 해결 방안은 노동자들에게 책임을 지우고 짐을 떠넘기는 방식이 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철밥통’, ‘신의 직장’이라고 부르는 공무원들을 먼저 공격하는 것이다.

그런데 과연 정부 말대로 공무원이 신의 직장이고 철밥통일까? 가령 소방공무원은 공무원 직종 가운데 가장 열악한 직종이다. 그런데도 박근혜 정부는 소방공무원 처우 개선에 조금도 관심이 없다.

2006년 헌법재판소는 소방공무원의 단결권을 제한한 현행 법률이 위헌이 아니라고 판결했다. “소방공무원들은 법으로 두텁게 복지를 보호받기 때문에 단결권 제한은 위헌이 아니다.” 2008년 공무원 연금공단 자료를 보면, 소방공무원들은 평균 58.8세면 사망해 연금 수급권을 잃는다. 당시 소방공무원의 정년은 57세였다. 연금을 2년도 채 받지 못하고 죽었다는 얘기다.

지난해 공무원 연금 통계를 보면, 소방공무원 중 연금 수급자는 7백18명에 불과하다. 이 중 제일 나이가 많은 수급자가 63살밖에 안 된다. 현직 소방 인력(4만 명)의 전체 공무원 대비 비율(4.3퍼센트)로 단순 계산하면, 총 연금 수급자 35만 7천 명 중 소방공무원 수급자는 1만 5천 명이 돼야 한다.

주민센터에서 일하는 30대 초반의 공무원은 흔히 주말에도 쉬지 못한다. 비 오면 수방대기 하고 토요일마다 자치센터 프로그램 하느라 나오고, 요새는 매주 일요일 여섯 시부터 열 시까지 재활용 쓰레기 수거를 한다. 지난해 어떤 사회복지 공무원들은 과도한 노동강도 때문에 자살했다.

심지어 국가에 대한 충성도가 상대적으로 더 높은 국가직 중앙부처 공무원도 피로감을 호소한다. 이들을 대상으로 한 지난해 설문조사를 보면, 공무원노조의 가입 대상이 확대되면 가입하겠다는 의견이 압도적이다.

노조에 가입해서 가장 하고 싶은 것이 무어냐는 질문에 “더운데 에어컨도 못 트는 이 현실을 바꾸고 싶다”는 것이 답변이었다. 더운데 땀 삐질삐질 흘려가며 일하고 추운데 난방도 안 해 추위에 손 비벼가면서 컴퓨터 자판 두드리는 것이 정부가 말하는 철밥통, 신의 직장의 진정한 실상이다.

하향 평준화

정부와 언론에서 이야기하는 공무원 연금 개악의 논리 몇 가지를 살펴보자.

첫째, 국민연금과의 형평성 논리이다. 공무원 연금은 2백19만 원을 받는데 반해 국민연금은 84만 원을 받는다. 2.5배 정도 차이가 난다.

그러나 내는 돈에 차이가 난다. 국민연금 직장가입자의 경우 평균 9만 7천 원을 내는 데 반해 공무원은 26만 1천 원을 낸다. 가입 기간도 공무원 연금은 30년 정도인 데 반해 국민연금은 20년 정도다.

공무원 연금은 더 많이 내고, 더 오래 내고, 더 많이 받는 방식인 것이다. 민간 기업의 퇴직금까지 고려한 수익비를 계산하면 제도상으로는 공무원 연금과 국민연금이 거의 비슷하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정부와 언론은 공무원에 대한 질시라는 의미로 ‘국민 정서’를 말한다. 물론 퇴직 후 2백만 원 정도 받으면 어디 가서 아쉬운 소리 안 하고, 길에서 폐지 안 주워도 그럭저럭 노후를 보낼 수 있다. 하지만 진정한 국민 정서는 공무원 연금을 낮추라는 것이 아니라 ‘나도 그렇게 살고 싶다’는 것이다.

사실, 민간 기업에서의 통상임금 문제가 쟁점이 되고, 또 공공부문 ‘정상화’라는 이름으로 공공 노동자 임금 삭감 문제가 쟁점이 된 때 정부는 공무원 연금 개악을 밀어붙이고 있다. 박근혜 정부가 하려는 것은 공무원 연금 삭감을 내세워 모든 노동자의 임금을 삭감하려는 것이다. 이 점에서 공무원 ‘철밥통’ 논리는 대기업 노동자들이 임금을 너무 많이 받는다는 논리와 일맥상통한다.

그러므로 정부가 말하는 ‘형평성’은 모든 노동자의 임금을 낮추겠다는 하향 평준화를 뜻한다.

정부의 둘째 논리는 재정 적자 문제다. 앞으로 몇십조 원이 더 들게 돼 연금 제도가 위기라는 것이다. 그러나 진정한 문제는 재정 위기가 아니라, OECD 소속국 가운데 노인 빈곤율과 노인 자살률이 가장 높은 나라라는 현실, 노인들이 생계비가 없어서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이 비참한 현실이 문제다. 너무 낮은 연금이 문제인 것이다. 한쪽에는 국민연금 기금 수백조 원이 쌓여 있는데 재정 위기라며 연금 개악을 이야기하는 것은 조금도 사리에 맞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노령화 논리가 있다. 이제 우리는 노동자들이 너무 오래 산다는 ‘불쾌한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보건사회연구원(윤석명 연구원)은 연금 받는 기간이 20년에서 25년 이상 늘어서 적자가 커졌으므로 공무원 연금을 삭감해야 한다고 한다. 심지어 공무원들이 일반 국민들보다 더 오래 사는 것 같다는 비열한 조롱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2013년도 공무원 연금 통계를 보면, 공무원 연금 평균 수급기간은 9.6년밖에 안 된다. 1970년 연금 수급 개시 평균 연령은 45세였다. 그때는 20년 가입하고 퇴직하면 바로 연금을 받았다. 그때의 기대 수명을 계산하면 수급 가능 기간이 26년이었다. 그런데 2010년은 수급 개시 평균 연령이 58세가 됐다. 그래서 수급 가능 기간이 남성은 24년, 여성은 29년이다. 40년이 지났지만 연금 받는 기간은 거의 늘지 않은 것이다.

노동자의 미래

공무원 연금에 대한 공격은 공공부문 노동자들에 대한 공격의 출발점이다. 그리고 공공부문을 공격해서 민간부문 노동자들의 임금과 노동조건도 공격하려고 한다. 경제 위기 속에서 정부는 기업들의 이윤을 위해 노동자들을 더 열심히, 더 오래, 더 저렴하게 착취할 수 있게 해 주려 한다.

정부와 기업들은 국민연금도 개악하고 싶어한다. 지난해 7월경 국민연금의 경우에도 더 내고 그대로 받는 개악안이 국민연금발전위원회에서 나왔다. 때마침 기초연금 논란이 터지면서 지금 약간 뒤로 미뤄 뒀을 뿐이다.

최근 정부는 건강보험료를 징수하는 연금수급자 대상을 확대하겠다고 했다. 전에는 연 4천만 원 이상 연금을 받아야 건강보험료를 냈는데 이제는 2천만 원이 넘으면 보험료를 걷겠다고 한다. 대부분 공무원 연금 수급자들이 대상이 될 것이다. 보험료를 내는 만큼 연금은 삭감된다. 노동자 건강에 대한 국가 책임을 확대하는 것이 아니라 노동자들이 더 많이 내게 하려는 것이다.

공무원노조가 국민연금이나 공적연금 전반에 관심을 가진 것은 비교적 최근 일이다. 2007년 국민연금 개악 당시에는 노동조합도 이 문제를 놓고 함께 싸워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번에는 공적연금 전체를 지키겠다고 나섰다. 또, 기초연금 문제와 관련해 공무원노조가 나서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려 깊은 활동가들도 있다.

철도 투쟁이 막 끝난 지난 1월 공무원노조가 한 설문조사를 보면 무려 40퍼센트에 가까운 공무원들이 공무원 연금 개악을 막기 위해 연가파업이나 총파업을 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공무원은 파업은 물론이고 단체행동권도 없는데 이렇게 나온 것은 얼마나 우려가 큰지 보여 준다.

공무원 연금과 국민연금과 기초연금은 모두 우리 노동자의 미래다. 함께 지키는 것이 우리가 선택해야 할 유일한 대안이다.

긴급 토론회

공무원연금, 왜 지켜야 하는가?

연사 :

제갈현숙 (사회공공연구원 연구위원)

라일하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정책실장)

박진보 (전교조 정책교섭국장)

박천석 (노동자연대 활동가)

일시 : 10월 2일 (목) 오후 7시 30분

장소 : 가톨릭청년회관 5층 니콜라오 홀 (홍대입구역 2번 출구)

참가비 : 4,000원 | 주최 : 노동자연대 | 문의 : 02-2271-239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