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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편지 건국대:
해고에 맞서 열흘 넘게 농성 중인 주차관리 노동자들

건국대학교 당국의 무인정산시스템 도입과 용역업체 변경으로 해고당한 노동자 12명은 지난 8월 18일 이래로 열흘 넘게 행정관 로비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진짜 사장인 건국대 당국은 원청 사용자로서의 책임을 여전히 회피하며 용역업체에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 그러나 무인정산시스템 도입, 용역업체 변경 등을 시도하면서 노동자들의 고용불안을 야기시킨 장본인은 학교 당국이다. 학교 당국은 ‘과업지시서 및 시방서’를 통해 건국대에 들어올 업체들에게 무인정산시스템을 갖추라고 먼저 요구했다. 따라서 이 문제의 책임 역시 ‘진짜 사장’인 건국대 당국에 있다.

노동자들은 이런 학교 당국에 맞서 투쟁하면서 동시에 새 용역업체와도 싸움을 벌이고 있다. 8월 19일에 열린 노조와의 면담에서 새 용역업체인 KT텔레캅은 고작 2명의 노동자만 재고용하겠다며 노동자들을 우롱한 바 있다. 이에 분노한 노동자들은 8월 28일 서경지부 조합원 50여 명과 함께 KT텔레캅 본사 앞에서 ‘악덕기업 KT텔레캅 퇴출 결의대회’를 열었다.

노사문화 우수기업?

이 날 집회에 참가한 노동자들은 KT텔레캅이 고용노동부 선정 ‘노사문화 우수기업’으로 선정된 사실에 황당함과 분노를 금치 못했다. 집회 참가자들은 노동자 해고, 노조 탄압 등을 일삼는 기업에 ‘노사문화 우수기업’이라는 그럴듯한 타이틀을 붙여 준 정부를 규탄했다.

이봉오 건국대분회 분회장은 연대하고 있는 여러 분회들에 감사를 전하며, 투쟁이 승리할 때까지 단호히 싸울 것을 결의했다.

또 이날 집회에 참가한 강용준 민주노총 서울본부 본부장은 KT텔레캅의 모회사인 KT 역시 노동자 수만 명을 정리해고하고 노동조합을 탄압한 전력이 있음을 강조하고 “서울본부 산하 노동조합이 있는 사업장에서 KT텔레캅이 발을 못 붙이도록 하겠다”며 KT텔레캅 보이콧을 선언했다.

이 집회에 참가한 필자 역시 “건국대 노동자들이 불리한 여건을 뚫고 승리를 거둔다면 다른 사업장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도 큰 힘이 될 것”이라 강조했다.

집회에서 노동자들은 KT텔레캅 본사로 진입을 시도하는 등 기세 좋게 투쟁을 벌였고, 다음주 화요일에 KT텔레캅 법인단장과 본부장을 대표로 해 면담에 응하겠다는 약속을 얻어냈다.

지지

이 투쟁에 대한 학내 구성원들의 지지도 조금씩 확산되고 있다. 학생단체 및 대표자 연서명에 현재까지 3명의 학생대표자(정치대학생회장, 동아리연합회장, 동아리연합회 인사분과장)와 3개 학생단체(노동자연대 학생그룹 건국대 모임, 건국대 학생행진, 교지편집위원회)가 동참했다.

비리 이사장에 맞서 수년간 투쟁을 벌이고 있는 건국대 직원노조는 학교에 공문을 보내 학교 당국이 “예산 절감을 위한 목적만을 중요시한 나머지 그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수많은 노동자의 대량해고 사태 등에 대해서는 사전에 충분하게 검토”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이런 와중에도, 학생대표자들의 회의체인 중앙운영위원회(이하 중운위)가 노동자 투쟁에 대한 연대를 회피하고 있는 것은 유감이다. 8월 18일 회의에서 중운위는 학교와 용역업체, 그리고 노조에 대화를 촉구하면서도, 정작 노동자들의 가장 절실한 요구인 고용승계 보장 요구를 지지하기를 거부했다. 여성 주차관리 노동자가 직접 중운위 회의에 들어와 눈물로 지지를 호소했음에도 말이다. 또 8월 26일 중운위 회의에서는 한 술 더 떠서 지금은 “KT텔레캅의 이야기도 들어봐야 한다”고 결정됐다. 얼토당토않게 ‘중립’을 고수하려는 것이다.

그러나 여러 대학에서 비정규직·간접고용 노동자들의 투쟁에 수많은 학생들의 지지와 연대는 투쟁의 승리에 큰 힘이었다. 하루아침에 수년간 일해 온 학교에서 해고당한 노동자들의 현실 앞에서 중운위가 해야 할 일은 어설픈 ‘중재’나 ‘중립’이 아니다. 중운위는 지금부터라도 학교 당국과 새 용역업체를 규탄하고 노동자들의 농성 투쟁에 지지와 연대를 건설해야 한다.

9월 초 새 학기 시작에 맞춰, 노동자들과 이 투쟁을 지지하는 학생들은 개강 선전전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 투쟁에 더 많은 사람들이 지지와 연대를 보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