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허가제 아래 이주노동자들의 삶
"우리는 사장들이 돈 주고 산 노예처럼 돼 버렸어요"

지난 8월 17일 고용허가제가 시작됐다. 고용허가제가 시작되자마자 들려오는 얘기는 폭력적인 무차별 단속과 추방 소식들이다. 정부가 약속했던 인권 개선과 노동권 보장은 어디서도 찾아 볼 수 없다. 고용허가제 아래서 불법 신세가  된 방글라데시 여성 이주 노동자 트리나와 쉬라는 고용허가제가 이주 노동자들의 처지를 조금도 개선시키지 못한다고 말한다. 트리나는 작년에 고용허가제 대상 자격을 얻어 E-9  비자를 받았으나 8개월만에 비자가 만료돼 직장에서 바로 해고됐다. 그들의 처지 때문에 가명을 사용했다.

트리나 : 우리 나라에는 일자리도 없고, 그래서 미래에 대한 걱정이 워낙 컸어요. [남편하고] 둘이서 같이 한국에서 일하면 빨리 돈을 벌 수 있고 돌아가서 미래를 잘 건설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를 하고 왔어요. 이번 달(8월) 4일이 딱 5년 되는 날이었요. 그런데 그 날 직장에서 해고됐죠.
같은 공장에서 스프레이 칠하는 일을 하는 한국 남성들은 270∼280만 원 받는데, 내 남편은 120만 원 받았어요. 그리고 나는 여자라서 70만 원 받았어요.
남편은 8년, 나는 5년을 같은 공장에서 일했어요. 보통 한국인이 이 정도 일하다 그만두면 회사에서 동료들이랑 회식도 하고 퇴직금도 주죠. 종종 고마웠다고 돈을 더 챙겨주기도 해요. 그런데 우리 자를 때는 수고비는 고사하고 우리 권리인 퇴직금도 주지 않았죠.
정부는 고용허가제가 좋다고 말하지만, 사실은 아주 나빠요. 〔고용허가제가〕좋다는 건 거짓말이죠. 사실은 우리를 더 억압하고 탄압하고 있어요.
일하는 시간도 정해져 있지 않아요. 원래 정해진 시간이 끝나도 계속 일하라고 해요. 우리도 어떤 날은 사정이 있을 수 있고 그래서 못한다고 하면, “가. 그만 둬”라고 해요. 사장들은 우리를 샀기 때문에, 사장들이 돈 내서 비자를 받았기 때문에 일을 할 수밖에 없어요. 다른 사정이 있거나 아프더라도 어쩔 수 없죠. 이게 현실이죠.
공장에서 일할 때 단속반이 들어와 함께 일하던 동료 세 명을 잡아간 적이 있어요. 그 때 단속반이 나도 잡아가려고 차로 막 끌고 갔죠. 그 때는 내가 비자가 있었기 때문에 그 얘기를 했는데도 듣지 않고 욕하고 소리 지르면서 계속 차에 태우려고 했어요. 나는 비자를 확인한 다음에 겨우 풀려났어요.
요즘엔 정말 공포에 떨면서 지내요. 길거리에서 막 잡혀가고 하니까 사람들이 물건 사러 잘 가지도 못해요. 또 공장에서도 잡혀가니까 불안해서 제대로 일하기도 힘들죠. 공장에서 일하다 무슨 소리라도 나면 놀라서 뒤돌아보곤 해요.
공장 문 앞에 모르는 사람 누구라도 서 있으면 도망가고 싶고 가슴이 막 떨려요. 밤에 집에서 자다가 잡혀갔다는 얘기도 들어서, 불안해서 거의 잠도 못 잤어요.
사장들은 우리를 필요해서 쓰면서도, 단속이 심할 때 우리를 도와주지 않아요. 우리가 단속반이  들어올 때를 대비해 도망가는 길을 만들 때도, 공장 문 앞에 누가 오면 말해달라고 해도, 또 불안하니까 공장 문 닫고 일하고 싶다고 해도, 그런 부탁 하나도 들어주지 않아요.
우리는 하루 종일 떨고 있을 수밖에 없어요. 사장은 우리를 도와주지는 않고, 잡아가면 잡혀가는 거다 그런 식이에요. 사장은 도와주기는커녕 잡혀가면 오늘 처음 일 시작했다고 말하라고만 하죠.
정부가 우리들 개인에게 비자 줬으면 좋겠어요. 그러면 사장이 맘대로 해도 따르지 않아도 되고, 그리고 사장 눈밖에 나지 않으려고 눈치 보지 않아도 될 거예요.
그리고 더 바란다면 한국에 있는 동안 우리 나라를 오갈 수 있는 비자라면 좋겠어요. 고향에 두고 온 우리 아이도 볼 수 있잖아요. 또 보고 싶은 다른 사람들도 만날 수 있을 텐데….

쉬라 : 일자리가 없어 쉬고 있다가 어떤 회사에 들어갔어요. 거기서 돈을 적게 받고 일을 시작했는데, 왜냐면 사장이〔정부에 고용 허가를 신청해〕E-9 비자를 받아주겠다고 했거든요.
근데 사장이 비자 받아주지 않았어요. 그래서 하는 수 없이 다른 회사로 옮겼어요. 그 때도 비자 해 주겠다고 했는데, 3∼4개월이 지나도 비자를 안 해주는 거예요. 사장한테 아무리 부탁해도 사장은 귀찮으니까 들어주지 않았죠. 그러는 동안 비자를 받을 수 있는 시간을 놓쳐버렸어요.
만약 정부가 사장이 아니라 우리에게 비자를 주었다면 나는 지금 비자를 가지고 있을 거예요. 나는 지금 불법이 돼 버렸어요.
고용허가제가 시작되고 나서 우리에게 도움이 되는 것보다 문제가 더 많아졌어요. 왜냐면 〔고용허가제 때문에〕사장들에게 계속 이것 좀 해달라, 저것 좀 해달라 부탁해야 하고, 사장이 좋지 않으면 더 힘들어져요. 예전에는 비자가 없었어도 3년 동안 잘 살았어요. 그런데 고용허가제가 시작되고 계속 단속하니까 살기가 너무 힘들어요.
정부가 비자를 사장들에게 주니까 사장들이 월급을 이번 달에 준다, 다음 달에 준다고 하면서 미루죠. 공장에서도 욕하고 대우도 안 해주고, 일도 더 시켜요.
우리는 사장들이 돈 주고 산 노예처럼 돼 버렸어요. 차라리 고용허가제 안 했으면 더 좋았을 거예요. 불법일 때가 더 나았죠. 합법시켜 줬지만 사장들이 우리를 거의 죽이려고 하고 있어요.
사장들은 월급을 안 주면 우리가 얼마나 힘든지 몰라요. 집세 내고, 밥 먹어야 하고, 생활비가 필요한데 월급 안 주면 너무 힘들어요.
우리가 월급 달라고 해도 사장들이 안 주면 우리는 다른 데로 옮길 수밖에 없는데, 옮기면 불법 되니까 다른 데 가지도 못하고 거기 있지도 못 하고, 사실 너무 힘들어요.
일하면서 아플 때가 많은데, 그래서 일 하다 병원에 가야 할 때도 있는데, 병원비 주거나 데려다 주지 않으면서 월급을 깎아요. 심지어 비자 받으려고 노동부에 왔다갔다할 때도 월급을 깎았어요.
지금까지는 번 돈 대부분을 한국에 오기 위해 낸 빚을 갚느라 썼고, 지금은 일이 없으니 그나마 조금 모아둔 돈을 까먹고 있는 거죠. 이러다 돌아가게 되면 오히려 고생만 하고 가는 거예요.
정리 이정원

📱 스마트폰 앱으로 〈노동자 연대〉를 만나 보세요! 안드로이드 앱 다운로드 아이폰 앱 다운로드

📮 매일 아침 이메일로 〈노동자 연대〉를 구독하세요! 아이폰 앱 다운로드